▲ UNIST 신소재공학부 김주영 교수 연구팀이 부러진 후에도 쉽게 다시 붙는 ‘자가 치유 능력’을 가진 3차원 나노 다공성(nano porous) 금 소재를 개발했다. 김주영 교수(좌측 두 번째)와 곽은지 박사(제1저자, 우측 두 번째)

[기계신문] 나노다공성(Nanoporous) 구조는 미세 기공을 통해 액체나 기체 상태의 물질이 드나들 수 있다. 또 동일한 부피의 재료보다 표면적이 넓어 화학적 성능을 증폭시킬 수 있다.

이런 장점 덕분에 현재 태양전지나 연료전지의 ‘전극재료’, 특정 물질 감지를 위한 ‘화학적‧생물학적 센서’, 공해 물질을 걸러내는 용도의 ‘흡착재료’ 등으로 활용과 상용화를 위한 연구가 많이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현재 개발된 나노다공성 금속 재료는 기공 구조로 인해 변형이 가해질 때 쉽게 균열이 생성되고 균열이 전파되는 취성거동(단단하지만 쉽게 부스러지는 현상)을 보이고 있어, 실제 활용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그런데 최근 값 비싼 금 대신 ‘공기’를 채워 넣어 가볍고, 내부 표면적이 넓은 소재가 나왔다. UNIST 신소재공학부 김주영 교수 연구팀이 부러진 후에도 쉽게 다시 붙는 ‘자가 치유 능력’을 가진 3차원 나노다공성 금 소재를 개발했다.

연구팀은 다공성 금 소재 내부의 기공을 작게 만드는 방법을 이용해 쉽게 부서지는 다공성 소재의 단점을 해결했다. 연구팀은 기공을 25 나노미터(㎚) 크기로 줄여 오히려 더 튼튼하고 잘 부서지지 않는 다공성 금 소재를 만들었다.

▲ 자가 치유된 나노다공성 금의 강도 변화 및 금 뼈대의 변형에 대한 SEM이미지. 끊어졌던 나노스케일 금 뼈대가 자가 치유 후 강화되어 다른 부위에서 파단이 일어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기공 숫자가 많아지면 강도가 떨어지지만, 이번에 개발된 소재는 크기가 작은 기공이 조밀하게 있음에도 강도가 높다. 특히 부러진 이후에 스스로 달라붙는 능력이 있어 파손된 후 강도가 처음의 약 50% 수준까지 회복된다.

연구팀은 추가적 실험을 통해 강도가 높은 원인과 자가 치유 과정을 밝혀냈다. 확산(diffusion)을 통해 움직인 금 원자가 파손된 단면을 메우는데, 기공이 작아지면 표면에 노출되는 금 원자 비율이 높아져 원자가 잘 확산된다.

또, 메워지는 단면의 형태가 매우 뾰족해서 자가 치유 현상이 촉진된다. 결과적으로 열이나 전자빔은 같은 외부 에너지 없이 ‘절단면이 살짝 접촉했을 때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힘’(압축 응력)만으로 균열이 치유된다.

곽은지 신소재공학부 박사는 “기공이 작을수록 표면에 노출되는 원자가 많아 상온에서 원자의 확산이 잘 일어난다는 점과 금 뼈대가 엿가락처럼 끊어질 때(necking) 그 단면이 기공 크기보다 더 작다는 점 때문에 자가 치유 현상이 잘 일어난다”고 설명했다.

▲ 나노다공성 금의 표면 전자현미경(SEM) 이미지(a)와 이를 3차원 재건(b)한 이미지. 매우 작은 기공이 형성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개발된 소재는 다공성 소재의 장점과 금의 장점을 모두 갖췄다. 기공이 전체 부피의 70%를 차지해 가벼우며, 일반적인 금에 비해 표면적은 10만 배 이상 넓다. 또 전기전도도가 높고 화학적으로 안정한 데다 생체에도 적합하다. 금의 장점을 그대로 유지한 것이다.

김주영 교수는 “나노 다공성 금은 화학적으로 안정적이며 인체에 무해한 소재”라면서 “이번 연구로 쉽게 부서진다는 약점을 극복한 만큼 다양한 분야로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를 통해 상온, 상압의 대기환경에서 자가 치유될 수 있는 나노다공성 금 소재를 개발함으로써 파손 이후에도 값비싼 금 소재를 재활용할 수 있게 되었으며, 고효율‧고강도‧저비용을 동시에 구현할 수 있는 센서, 촉매, 전극, 흡착재료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한국연구재단의 ERC 후속지원사업,소재융합혁신기술개발사업과 포스코 청암재단 ‘포스코 사이언스 펠로십’의 지원으로 이뤄진 이번 연구 성과는 나노 분야 국제학술지 ‘나노레터(Nano Letters)’에 8월 14일자로 온라인 공개됐으며, 24일 정식 출판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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