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신문] 기공을 열고 닫으면서 가혹한 사막에서 살아남는 선인장을 모사해 기온에 따라 창호나 외벽 등이 스스로 열리고 닫히는 움직이는 건물의 청사진이 나왔다.

소음과 진동이 따르고 복잡한 전자회로가 이용되는 전자기 모터 같은 기계시스템이 아니라 온도에 따라 형태가 복원되는 형상기억소재를 이용한 것이어서 더욱 눈길을 끌고 있다.

형상기억소재란 형상기억효과(물질구조가 화학작용, 온도, 광반응 등에 의해 변화하는 것)를 갖는 스마트 소재로, 형상기억합금 중 하나인 니티놀(Nitinol)은 의료용 스텐트, 자동차 에어컨 장치 등에 실험적으로 활용된바 있다.

아주대학교 건축학과 이황 교수 연구팀이 스마트 소재의 4D프린팅을 통해 기온변화에 감응하여 자동으로 움직이는 건축외피(차양) 모듈을 개발했다.

4D프린팅은 3D프린팅에 시간 차원을 추가한 개념으로, 시간에 따라 변형이 가능한 소재를 프린팅하는 기술을 말한다. 스마트 소재 및 기계공학분야에서 최근 많은 관심을 끌고 있다.

▲ 기후반응 생체모사 건축 외피 메커니즘. 고온 건조한 사막에서도 생존하는 금강환 선인장의 기공개폐에서 착안한 건물 외피 디자인 개념도. 4D프린팅 가능한 형상기억재료를 합성하여 더울 때 닫히고 시원할 때 열리는 자동으로 움직이는 건물외피 아이디어를 보여준다.

건물의 냉난방 등에 사용되는 에너지는 비산업부문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외부 창호 등을 통한 일사 부하를 해결하기 위해 건물의 외장 입면이 필요에 따라 자동으로 열리고 닫히는 외장 시스템이 필요하다.

연구팀은 가혹한 사막에서도 잘 자라는 선인장류의 기공 개폐 방식에 착안하여, 개발된 합성 모듈이 고온에서는 부드럽게 펼쳐져 열과 햇빛을 차단하고, 쾌적 온도에서는 자동으로 다시 열려 바람과 빛을 받아들이는 방식으로 실내 환경을 조절하도록 하였다.

기존에도 기온에 따라 형상이 변하는 스마트 소재를 이용한 시도가 있었지만, 다시 원래 모습으로 돌아오는 변형회복력이 낮았다.

연구팀은 변형력(최대 6% 이내)은 낮지만 복원력이 높은 니켈-티타늄 합금 와이어와 복원력은 낮지만 변형이 자유로운(최대 800%) 형상기억 고분자를 조합함으로써 변형률을 20% 수준으로 향상시키고, 외력 없이 스스로 회복과 변형을 반복하는 합성물을 만드는데 성공했다.

▲ 제작된 4D 프린팅 건물 패널의 이방향 형태 변화(two-way morphing). 4D프린팅으로 제작된 건물외피 모형실험 결과. 주변 온도 높낮이에 따라 마치 식물처럼 부드럽게 열리고 닫히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황 교수는 “이번 연구는 특징적 소재를 활용한 4D프린팅 디자인으로 실내 냉방부하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제안한 것으로, 향후 도로차폐벽이나 태양광 패널 등에도 응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3D프린팅 건축에서 더 나아가, 4D프린팅 기술을 응용하여 기후 반응형 건축에 도입하고 구현하였으며, 건축학 분야에서는 세계적으로도 선도적인 사례다.

제안된 디자인과 기술을 건축물에 적용하여 다양한 형태의 움직이는 건물을 구현할 수 있다. 또한 간단한 제작방식의 디자인을 통해 실내 냉방부하를 줄임으로써 장기적으로 기후변화대응과 탄소 저감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추진하는 생애 첫 연구사업 및 우수신진연구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된 이번 연구 성과는 건축·건설 분야 국제학술지 ‘Journal of Building Engineering’에 8월 8일 게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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