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열로 초소형 전자기기 자체 전원 공급·열전 냉각도 활용

▲ UNIST 신소재공학부 손재성·채한기 교수 연구팀이 열전 발전기 내의 열전 모듈을 수백 마이크로미터(㎛) 크기로 작게 만드는 데 성공했다. 사진은 직경이 약 1.9mm인 1센트 동전 위에 올려진 초소형 열전 모듈

[기계신문] UNIST 신소재공학부 손재성·채한기 교수 연구팀이 열전 발전기 내의 열전 모듈을 수백 마이크로미터(㎛) 크기로 작게 만드는 데 성공했다. 3D 직접 잉크 쓰기를 할 수 있는 열전소재 잉크를 개발한 덕분이다. 개발한 잉크를 튜브를 통해 짜내기만 하면 초소형 필라멘트 형태 열전 모듈이 완성된다.

열전 기술은 ‘열전효과(thermoelctric effect)’를 기반으로 한다. 열전소재 양 끝단에 온도차가 발생하면 전하 캐리어의 확산으로 밀도 차이가 생겨난다.

이러한 밀도 차이로 전기를 만들어내는 힘(기전력)이 발생하고 이를 이용하여 열을 전기로 바꾸는 장치를 ‘열전발전기’라고 한다. 이 열전 효과는 반대로 전기를 이용해 열을 흡수하는 열전냉각에도 쓰인다.

열전발전기와 열전냉각기는 일반적인 발전기나 냉각기와 달리 구동부나 복잡한 구조가 없기 때문에, 열전 모듈의 성능이 전체 성능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다. 열전발전이나 열전냉각에 쓰이는 열전소재를 부품형태로 찍어낸 것을 열전 모듈이라 한다.

▲ 개발된 열전 소재 3D 직접 쓰기 기술과 다양한 열전 모듈의 형태. (a) 직접 잉크 쓰기 기술을 이용한 3D 열전 모듈 제작 공정, (b, c) 다양한 열전 필라멘트의 직경 및 종횡비 사진, (d) 아치 형태의 열전 모듈을 CCD(Charge coupled Device) 이미지 센서로 촬영한 모습, (e) 3D 격자 구조 열전 모듈의 사진 및 주사전자현미경(SEM) 이미지

간단한 장치 구조와 높은 신뢰성, 내구성을 지닌 마이크로 열전 모듈은 사물 인터넷, 웨어러블 디바이스 및 무선 센서 네트워크에 지속 가능한 전력 공급을 보장하는 유망한 솔루션이다. 해당 시스템들은 밀폐된 환경에 내장되거나 패키징 되기 때문에 자체 에너지 공급과 냉각이 가능해야 한다.

그러나 기존의 마이크로 열전 모듈은 미세전자제어기술(MEMS) 공정으로만 제작 가능했으며, 대부분 필름 형태로 낮은 성능의 한계가 있다. 모듈 내에 온도차가 크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온도차에 비례하여 높은 출력을 내는 열전 모듈에 매우 치명적인 단점이다. 또한 MEMS 공정은 복잡하고 공정비용이 매우 높아 실제 산업에 적용하기에 어려움이 있었다.

연구팀은 3D 직접 잉크 쓰기(3D direct ink writing) 기술에 주목했다. 3D 직접 잉크 쓰기 기술은 손글씨를 써내듯 정교한 동시에 미세한 입체 구조를 만들 수 있는 기술이다.

▲ 열전 소재 입자 크기 및 분포도, 표면 산화막 형성 여부에 따른 3D 잉크의 특성. 입자 크기를 작고 균일하게 만들고 입자 표면을 산화 시켜 3D 직접 쓰기에 적합한 잉크를 만듦(우측 최하단)

3D 직접 잉크 쓰기에 적합한 열전소재 잉크 개발이 관건이었는데, 열전소재 입자 크기와 그 분포를 조절해 고점도의 잉크를 만들 수 있었다. 또 입자 표면 전하 조절로 바인더를 첨가한 이후에도 점도 감소가 없었다. 강도 강화를 위해 넣는 바인더는 점도를 떨어뜨리는 문제가 있었다. 점도가 높아야 출력할 때 모양이 잘 유지된다.

개발된 마이크로 열전 모듈로 만든 발전기의 전력 밀도는 단위 면적(1㎠)당 479 마이크로와트(㎼)에 달하며, 온도 차는 최대 82.9℃를 유지할 수 있다. 이는 현재까지 보고된 마이크로 열전 모듈 중 가장 큰 온도차다.

이 열전 모듈은 밀폐된 초소형 전자기기의 발열 문제 해결에도 쓸 수 있다. 열전소재는 열로 전기를 만드는 발전 기능뿐만 아니라 전기로 열을 흡수하는 열전냉각 기능도 있기 때문이다.

또, 기존 필름 형태 초미세 열전 모듈의 경우 미세전자제어기술(MEMS) 공정으로만 만들 수 있어 비용도 비쌌는데, 3D 직접 잉크 쓰기 기술로 비용 절감이 가능하다.

▲ 마이크로 열전 발전기 성능. (a) 마이크로 열전 발전기 제작 모식도 및 (b) 실제 사진, (c) 마이크로 열전 발전기의 출력 전압 및 전력 밀도, (d) 온도 차이에 따른 마이크로 열전 발전기의 출력 전압 및 전력 밀도

손재성 교수는 “개발한 기술을 쓰면 기존 2D 형태의 초소형 열전 모듈에서 탈피해, 3D 형태의 초소형 열전 모듈을 값싸게 만들 수 있다”며 “효과적인 열에너지 수집과 냉각이 가능해 전자기기를 비롯한 여러 분야에서 쓰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편, 개발된 열전 잉크는 필라멘트 형태뿐만 아니라 아치형, 3D 격자 구조 같이 복잡한 형태도 만들 수 있다. 또 열전 필라멘트의 크기는 3D프린터 노즐 크기와 도포 압력에 따라 180㎛에서 810㎛까지 조절 가능하며, 최대 9.4의 종횡비(가로세로 비율)를 갖도록 제작할 수 있다.

채한기 교수는 “기존 제작 공정으로는 이 정도로 큰 종횡비를 갖는 열전 모듈 제작이 불가능하다”며 “소재 물성 저하 없이 첨단 소재를 원하는 초미세 구조로 만들 수 있다는 점이 개발한 3D프린팅 기술의 차별성”이라고 설명했다.

UNIST 원자력공학과 안상준 교수, 신소재공학과 차채녕 교수, 한국재료연구소 김경태 박사가 참여한 이번 연구는 국제 과학저널 ‘네이쳐 일렉트로닉스(Nature Electronics)’ 8월호 표지논문으로 선정돼 출판됐다. 연구 수행은 삼성전자의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 등의 지원을 받아 이뤄졌다.

▲ 네이쳐 일렉트로닉스 저널 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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