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의 기술자립이 가속화되며 세계 시장에서 우리나라와의 수출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반도체 등 첨단기술 산업 중심의 수출 주력산업 지원 전략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기계신문]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8일 발표한 ‘한·중 수교 30주년 무역구조 변화와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중국의 기술자립이 가속화되며 세계 시장에서 우리나라와의 수출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반도체 등 첨단기술 산업 중심의 수출 주력산업 지원 전략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중 관계는 1992년 수교 이후 30년 간 다자주의 국제무역질서 속에서 산업구조의 상호 보완성을 기반으로 한 협력을 통해 비약적으로 발전해왔다. 1992년 수교 초기 64달러에 불과하던 한·중 무역 규모는 2020년 2,415억 달러로 약 38배 증가했다.

우리 무역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동 기간 4.0%에서 24.6%로 크게 확대되었고, 수출과 수입은 각각 49.1배, 29.4배 증가하면서 중국은 우리의 최대 수출대상국이자 수입대상국으로 부상하였다.

▲ 한국의 대중국 수출 의존도 추이

한·중 무역은 수교 초기 단순 경공업 및 중화학 위주에서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고부가가치 품목 중심으로 빠르게 전환되었다. 한·중 무역구조는 한국이 중국에 비교우위를 가진 고부가가치의 핵심 중간재를 중국에 공급함으로써 한국의 주력 산업이 성장하는 동시에 중국도 산업 고도화 전략을 성공적으로 달성하게 하는 상호 윈윈 구조를 유지해왔다.

한·중 수교 30주년을 맞이하는 2022년 현재 중국은 산업 고도화 전략을 통해 세계 최대 제조 강국이 되었다. 첨단기술을 둘러싼 미·중 패권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는 등 중국을 둘러싼 통상 환경도 급변하고 있다. 따라서 이에 부합하는 한·중 관계의 재설정이 필요한 시기가 도래하고 있다.

중국의 산업 정책은 과거 저임금 노동, 과도한 자원 소비, 높은 오염, 저부가가치 등에 의존하던 양적 성장 기반 산업구조에서 탈피하여 산업을 질적으로 성장시키는 구조로 전환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 중국의 1, 2, 3차 산업 규모 추이

2000년대 초반 중국 정부는 첨단기술 산업을 본격적으로 육성하기 시작하여 2013년 시진핑 집권 이후부터 현재까지 ‘중국제조 2025’ 및 ‘인터넷+’ 등 산업 정책의 중심을 과학기술 혁신에 두고 있다.

‘제14차 5개년 규획 및 2035년 장기 목표’에 따르면 중국은 향후 과학기술 역량 강화를 통한 혁신주도의 발전 촉진과 산업고도화의 심화를 핵심 전략으로 적극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장기적이고 일관성 있는 산업정책 시행으로 중국은 2010년부터 세계 최대 제조 강국으로 부상하였다. 중국의 제조업 부가가치는 2010년부터 11년간 연속으로 세계 1위를 기록하고 있고, 전 세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0%에 달한다.

1990년대 초반부터 추진한 하이테크 산업육성 정책으로 하이테크 산업의 비중이 높아지고, 제조업의 기술력 또한 향상되고 있다. 세부 산업별로 살펴보면 2021년 현재 중국의 반도체 산업은 시장 규모에 비해 자급률은 상당히 낮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지만, 독자적인 자급자족형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 2015년~2020년 중국 반도체 생산량 추이

석유화학 산업은 중국 경제의 고도 성장기에 연간 10% 이상의 고속 성장을 이루었으나 2015년 신창타이(新常態) 체제로 전환되며 점진적 구조조정을 통해 질적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진입장벽이 낮은 기초유분 위주로 생산해오던 중국은 기술 축적을 통해 파라자일렌(PX) 등과 같은 고부가 제품 생산을 확대하여 자급률을 높이고 있다.

▲ 2016년~2020년 중국 석유화학 기업 매출 및 영업이익 (단위 : 억 달러)

디스플레이 산업의 경우 2010년대에는 한국이 생산 우위를 점하고 있었으나, 2000년대 등장한 중국이 ‘중국제조 2025’를 바탕으로 한 국가보조금 지급과 공격적인 투자를 통해 급격히 성장했다. 중국의 디스플레이 생산 점유율은 2017년 29%인 한국을 제치고 34%를 차지하여 1위를 기록한 후 2021년 63%까지 급속도로 성장하여 2023년부터 66%대에 안착할 것으로 전망된다.

▲ 국가별 디스플레이 패널 생산 점유율 변화

중국의 산업구조가 고도화되면서 한·중 무역구조가 고위기술산업을 중심으로 고도화되는 양상을 나타냈다. 중국의 대한국 고위기술산업 수출이 빠르게 늘어나며 중고위기술 및 첨단기술 산업의 대중국 무역수지 흑자는 최근 10년간 감소세를 보였다.

교역 내 산업특화 정도를 나타내는 무역특화지수(TSI) 분석 결과, 중고위기술 및 첨단기술 산업은 우리나라의 ‘상대적 경쟁우위’에서 ‘경합’으로 변화하였다. 중고위기술산업은 화학, 일반기계, 자동차, 전기·기계, 기타수송기계의 무역특화지수가 모두 감소하며 경쟁 관계가 심화되었다.

첨단기술산업은 항공우주, 의료·정밀광학기기의 경합이 심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의 고위기술산업 수출이 늘어나며 해당 산업군의 양국 간 산업내 무역도 증가했다.

▲ (좌) 중고위기술산업 한-중 연평균 수출증가율 비교 및 (우) 첨단산업 한-중 연평균 수출증가율 비교

중국 무역구조가 고도화되면서 양국 교역 외 세계 및 주요 시장에서도 한·중 수출경쟁이 심화되었다. 최근 10년 중 2011~2018년은 미국시장에서 경쟁이 심화되었고, 이후에는 미·중 통상 분쟁으로 중국의 대미판로가 감소하면서 아세안 시장에서의 경합이 심화되었다.

2011~2018년 중국의 對미국 중고위기술 품목 수출은 연평균 7.6% 증가해 우리나라(5.3%) 대비 2.3%p 높았고, 2018~2020년에는 우리나라의 對아세안 중고위기술품목 수출이 연평균 11.8% 감소하는 동안 중국은 7.7% 증가했다.

최근 요소수 파동으로 중국발 원자재 대란과 공급망 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반도체, 석유화학, 자동차 등 우리나라 주력 제조업 생산에 필수적인 원자재의 중국 의존도가 높아 주의가 필요하다.

2021년 9월까지 산업별 주요 원자재의 대중국 수입 의존도를 확인해본 결과,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산화텅스텐은 94.7%, 이차전지 핵심 소재인 수산화리튬은 83.5%, 다양한 화학제품 공장에서 사용되는 핵심 소재인 초산에틸은 64.1%, 자동차 부품의 경량화 작업에 필요한 알루미늄합금 생산에 필수적인 마그네슘잉곳은 100%인 것으로 조사되었다.

보고서는 “한·중 분업관계와 무역구조도 고위기술산업 중심으로 고도화되는 양상이 나타나면서 양국의 수출 경쟁이 주요국뿐 아니라 제3국 시장까지 심화되고 있다”면서 “우리나라 주력 제조업 생산에 필수적인 원자재의 중국 의존도도 높아 철저한 공급망 관리와 중국 정책과 생산변화에 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한국무역협회 전보희 수석연구원은 “미국의 중국 첨단기술 견제는 중국 산업의 기술력 향상과 중간재 자급률 제고를 가속화시키는 계기가 됐다”면서 “우리나라도 중국의 독자기술 개발과 중간재 국산화에 대비해 수출 주력산업에 대한 국가차원의 전략 수립이 시급하며, 기술 전문인력 확대와 기술안보도 함께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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