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원자력연구원이 1테라헤르츠의 대역폭과 초당 75.7테라샘플링의 속도로 빛의 파형을 왜곡 없이 관측할 수 있는 현존 최고 성능의 초고속 오실로스코프를 개발했다. (사진) 원자력연구원 연구진이 전자기파를 관측하기 위해 초고속 오실로스코프를 조정하고 있다.

[기계신문] 오실로스코프는 심전도 모니터와 같이 눈으로 볼 수 없는 물리 현상을 전압 또는 전류로 바꿔 실시간 모니터에 그려낸다. 물리, 화학, 기계, 재료, 토목, 의학, 농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측정을 위한 핵심 장비로 활용 중이다.

오실로스코프는 측정할 수 있는 주파수범위를 의미하는 대역폭(bandwidth)과 얼마나 빠르게 신호를 수집하고 저장해 표시할 수 있는지를 의미하는 샘플링속도(sampling rate)에 의해 성능이 결정된다. 국내 연구진이 최근 세계 최고 성능의 대역폭과 샘플링속도를 가진 초고속 오실로스코프를 개발해 화제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은 1테라헤르츠의 대역폭과 초당 75.7테라샘플링의 속도로 빛의 파형을 왜곡 없이 관측할 수 있는 현존 최고 성능의 초고속 오실로스코프를 개발했다고 21일 밝혔다. 전자기파의 파형을 기존보다 10배 정밀하게 관측할 수 있어 향후 전자기파 연구에 다양하게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기존의 오실로스코프는 두 전극 사이를 통과하는 전자빔이 측정하고자 하는 전자기파에 의해 휘는 궤적을 연속적으로 측정하는 원리로 작동한다. 연구팀이 새로 개발한 초고속 오실로스코프는 이전과는 구조부터가 다른데, 금속판 사이 작은 틈을 통과하는 전자기파를 가로 막대 형태의 전자빔이 도장 찍듯 한 번에 기록한다.

이때 전자빔이 얇을수록 진행하는 전자기파의 찰나를 더 정확히 잡아내, 더 넓은 범위의 주파수를 측정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전자빔을 얼마나 압축시킬 수 있는지가 관건인데, 전자의 특성상 좁은 공간에 모여 있으면 서로 강하게 밀어내는 힘이 발생해 빔을 얇게 유지하기 힘들다.

▲ 초고속 오실로스코프의 작동 원리와 측정된 테라헤르츠 파형을 표현한 그림

연구팀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전자빔을 빛의 속도까지 가속해 전자들 간의 밀어내는 힘을 상쇄시킴으로써 두께를 7.5마이크로미터까지 압축시켰다. 그 결과 1테라헤르츠의 주파수로 진동하는 전자기파의 파형을 측정하는 데 성공했다.

현재 상용 오실로스코프의 최대 대역폭은 100기가헤르츠로 알려져 있다. 이 경우, 100기가헤르츠 이상의 주파수로 진동하는 전자기파를 입력하면 신호의 왜곡도가 심해져 측정할 수 없다.

진동하며 진행하는 전자기파는 그 자체의 정보뿐 아니라 거쳐지나가는 물질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물질의 정보도 포함한다. 이 때문에 1테라헤르츠까지 관측하는 이번 장비가 초고속 분광학 등 빛을 이용한 물성 연구에 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백인형 박사는 “이번 기술 개발로 가까운 시일 내에 과학자들이 꿈꿔왔던 페타헤르츠, 즉 일천조분의 일 초 동안 진동하는 전자기파의 파형까지 실시간 관측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이미 실험을 통해 초당 페타샘플링의 데이터 수집이 가능함을 입증한 바 있다. 앞으로 전자빔의 두께를 수백 나노미터 단위까지 압축시키는 데 연구를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원자력연구원 이기태 초고속방사선연구실장은 “이번 성과로 1테라헤르츠 주파수로 빠르게 진동하는 전자기파의 정보를 실시간으로 관측하는 기술을 확보했다”며 “지속적인 연구를 통해 다양한 물리 현상을 더 자세히 측정하고 이해하는 데 기여하겠다”고 전했다.

한편, 관련 연구성과는 국제학술지인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지난달 게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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