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부터) KAIST 김정 교수, 박경서 박사, 육현우 박사, 양민진 박사과정, 조준휘 박사과정, 슈투트가르트 대학교(Univ. of Stuttgart) 이효상 교수

[기계신문] 로봇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로봇의 응용 분야는 사람의 일상생활을 위한 서비스 로봇 혹은 협업용 로봇으로 확장되고 있다. 이러한 로봇들은 인간과 동일한 작업 공간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에 사람과 물리적으로 상호 작용할 수 있어야 한다.

인간과 로봇 사이의 물리적 접촉은 사람의 안전에 중대한 위협이 될 수 있지만, 효율적이고 직관적인 의사소통의 통로가 되기도 한다. 따라서 충돌과 같은 위험한 상호작용의 위험성을 낮추면서도 물리적 접촉을 인지하는 능력을 로봇에게 부여하는 것이 필요하다.

KAIST 기계공학과 김정 교수 연구팀이 메사추세츠 공과대학(MIT), 슈투트가르트 대학교(Univ. of Stuttgart)의 연구자들과 공동 연구를 통해 ‘넓은 면적에 대해 다양한 외부 촉각 자극을 인지할 수 있으며, 칼로 베어져도 다시 기능을 회복할 수 있는 로봇 피부 기술’을 개발했다.

사람의 가장 큰 장기인 피부는 내부를 충격에서 보호함과 동시에 주위로부터의 물리적인 자극을 전달하는 통로다. 피부를 이용한 정보 전달(촉감)은 표면 인식, 조작, 쓰다듬기, 꼬집기, 포옹, 몸싸움 등으로 종류가 다양하며, 피부가 덮은 모든 부분에서 느낄 수 있기에 풍부한 비언어적 감정 표현과 교류를 가능하게 한다. 그래서 촉각은 ‘한 인간이 세계를 탐구하는 첫 번째 수단’이라고도 한다.

▲ 생체모사 다층구조 개념도와 특징(충격흡수, 촉각 인지, 대면적 확장성, 치유능력)

그러나 로봇 분야의 비약적인 발전에도 불구하고 로봇 대부분은 딱딱한 소재의 외피를 가지며, 인간과의 물리적 교류를 터치스크린과 같은 특정한 부위로 제한하고 있다. 그 이유는 현재의 로봇 촉각 기술로는 ‘인간의 피부처럼 부드러운 물성과 복잡한 3차원 형상을 가지고, 동시에 섬세한 촉각 정보를 수용하는 것이 가능한 로봇 피부’를 개발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또한, 사람의 피부는 날카로운 물체에 베여 절상 혹은 열상이 발생하더라도 신축성과 기능을 회복하는 이른바 치유 기능을 하고 있으며, 이는 현대 기술로 재현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 따라서 사람과 로봇의 다양한 수준의 물리적 접촉을 중재하기 위해 부드러운 물성을 가지면서 다양한 3차원 형상을 덮을 수 있는 대면적 촉각 로봇 피부 기술이 필요하다.

▲ 촉감의 종류를 분류하는 원리와 결과

김정 교수 연구팀은 이러한 로봇 피부를 만들기 위해 생체모사 다층구조와 단층촬영법을 활용했다. 이 기술들은 인간 피부의 구조와 촉각수용기의 특징과 구성 방식을 모사해, 적은 수의 측정 요소만으로도 넓은 3차원 표면 영역에서 정적 압력(약 0~15 Hz) 및 동적 진동 (약 15~500 Hz)을 실시간으로 감지 및 국지화하는 것을 가능케 했다.

기존의 터치스크린 기술은 해상도를 높일수록 필요한 측정점의 수가 증가하는 데 비해, 이번 기술은 넓은 수용영역을 갖는 측정 요소들을 겹치게 배치해 수십 개의 측정 요소만으로도 넓은 측정 영역을 달성할 수 있다.

▲ 로봇 피부의 수리 및 기능 복구 결과

연구팀은 측정된 촉감 신호를 인공지능 신경망으로 처리함으로써 촉각 자극의 종류(누르기, 두드리기, 쓰다듬기 등)를 분류하는 것도 가능함을 보였다. 또, 개발된 로봇 피부는 부드러운 소재(하이드로젤, 실리콘)로 만들어져 충격 흡수가 가능하고, 날카로운 물체에 의해 깊게 찢어지거나 베여도 피부의 구조와 기능을 손쉽게 회복하는 것이 가능했다.

연구팀은 이번 기술이 넓은 부위에 정교한 촉각 감각뿐만 아니라 사람의 피부와 유사한 물성과 질감도 부여할 수 있으므로, 서비스 로봇과 같이 사람과의 다양한 접촉과 상호작용이 필요한 응용 분야에 유용하게 활용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예를 들면 점점 대중화되는 식당 서빙 로봇이나 인간형 로봇에 적용할 수 있다. 아울러 로봇 피부를 의수·의족의 피부로 사용한다면 실제 사람의 손·다리와 똑같은 외형과 촉감 감각을 절단 환자들에게 제공할 수도 있다. 또한 인간형 로봇이 사람과 똑같은 기능과 외형의 피부를 가지고, 상처가 나더라도 피부의 기능을 복구하는 치유 능력을 갖게 할 수도 있다.

▲ 생체모사 로봇피부의 구조를 미용 의수에 적용한 예

KAIST 기계공학과 김정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인간과 로봇이 같은 공간에 공존하기 위한 필수 기술인 대면적 로봇 촉각 피부를 개발했을 뿐만 아니라 현재 기술보다 월등한 사람의 피부감각 혹은 촉각의 성능에 비견할 만한 기술을 구현한 데 큰 의의가 있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중견연구자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으며, KAIST 박경서 박사가 제1 저자로 참여하고, KAIST 기계공학과 양민진, 조준휘 박사과정과 메사추세츠 공과대학(MIT) 육현우 박사, 슈투트가르트 대학교(Univ. of Stuttgart) 이효상 교수가 공동연구자로 참여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로보틱스(Science Robotics)’에 6월 9일 출판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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