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NIST 화학과 김봉수 교수와 아주대 김종현 교수 공동 연구팀이 고분자 열전소재의 분자량을 늘리는 방법으로 전기전도도를 획기적으로 개선한 열전소재 필름을 개발했다. (사진) UNIST 화학과 김보미 연구원(제1저자)과 김봉수 교수(오른쪽)

[기계신문] 철강·석유화학 산업 등의 발전에 따라 공장은 1년 365일 가동되고 있다. 다양한 공정 과정에서 많은 양의 열이 발생하게 되는데, 이는 버려지는 열, 즉 ‘폐열’이라고 불린다.

많은 연구진이 이 폐열을 활용할 수 있는 신재생에너지 개발에 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열에너지를 전기로 바꿀 수 있는 열전효과를 이용한 열전발전기술은 차세대 친환경 에너지 기술 중 하나로써 주목받고 있는 분야이다.

열전발전의 핵심은 열전소재다. 일반적으로 열전소재의 전기전도도(전하이동도×전하농도)는 높고 열전도도가 높을수록 성능이 뛰어나다. 유기열전소재는 금속기반 무기열전소재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열전도도를 갖는 특성이 있다. 또한 고분자 소재는 유연하다는 장점이 있어 웨어러블 열전소자로써의 활용이 가능하고, 값이 저렴하다.

하지만 전기전도도가 낮다는 단점이 있어 열전소재로의 상용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런데 최근 기존 소재 대비 10배 이상 전기가 잘 통하는 필름형태의 고분자 열전소재가 개발됐다. 필름처럼 얇고 유연하게 프린트해낼 수 있고 값도 저렴해 체열로 전기를 만들어 충전 없이 작동하는 전자기기 제조 등에 응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UNIST 화학과 김봉수 교수와 아주대 김종현 교수 공동 연구팀이 고분자 열전소재의 분자량을 늘리는 방법으로 전기전도도를 획기적으로 개선한 열전소재 필름을 개발했다.

▲ 연구에 사용된 고분자의 화학 구조와 분자량 정보. PDFD-T 고분자의 분자량에 따라 Low(L), Medium(M), High(H)로 나누었다. 추가로, PDFD-T와 도너 부분의 화학구조가 다른 PDFD-TT와 PDFD-DTT는 분자량이 작은 PDFD-T(L)과의 비교를 통해 열전성능에 대한 화학구조의 영향도 확인하였다.

열전소재는 소재 안과 밖에 온도차(열)가 생기면 전하가 흐르는 힘이 생기는데, 온도차가 크고 전하가 잘 흐를수록 열전발전이 잘 된다. 수력발전에서 낙차가 크고(폭포 높이) 물이 많이 흐를수록 생산 전력량이 많은 원리와 흡사하다. 기존 고분자 열전소재는 온도차는 크게 유지할 수 있지만 전하가 잘 흐르지 않아 상용화가 쉽지 않았다.

공동 연구팀은 기존의 필름형태 열전소재가 첨가제(도핑제) 때문에 필름의 결정성이 떨어지는 문제점을 분자량을 늘리는 방법으로 해결했다. 결정성은 고분자 사슬들이 규칙적으로 배열된 성질로, 결정성이 높은 고분자 필름은 전하가 잘 통한다. 첨가제는 고분자 사슬 사이로 침투해 결정성을 떨어뜨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 분자량에 따른 고분자의 도핑 전후의 결정성 변화 비교. 도핑 후 분자량이 더 작은 PDFD-T(L)보다 분자량이 더 큰 PDFD-T(H)이 기존의 결정성을 더 잘 유지한다.

연구팀에 따르면, 분자량이 큰 고분자 열전소재(PDFD-T) 필름은 분자량이 작은 열전소재보다 10배 이상 전기전도도가 향상됐다. 또, 열전소재가 생산할 수 있는 전력량을 직접적으로 가늠할 수 있는 지표인 파워팩터도 기존 소재보다 2배 이상 뛰어났다.

UNIST 김봉수 교수는 “고분자의 분자량이 열전 성능에 미치는 영향을 최초로 밝혀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전기전도도를 개선할 수 있는 새로운 고분자 열전소재 설계 전략을 제시한 연구”라고 설명했다.

▲ 고분자의 분자량에 따른 전기적 특성과 열전 특성. 고분자의 분자량이 클수록 전기적 특성과 파워팩터가 향상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으며, 아주대학교 분자과학기술학과 윤상은 연구원과 UNIST 화학과 김보미 연구원이 제1저자로 참여했다. 고려대, 한국외대, 중앙대 연구진도 함께했다. 연구결과는 5월 25일(현지 시각) 국제학술지 ‘어드밴스드 펑셔널 머티리얼즈(Advanced Functional Materials)’ 온라인판에 발표돼 정식 출판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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