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전기연구원(KERI) 차세대전지연구센터 하윤철 박사 연구팀이 ‘저온 소결형 고체 전해질 분말 제조 및 시트화 기술’을 개발했다. 하윤철 박사가 200℃ 이하 낮은 결정화 온도에서 고체 전해질을 제조하고 있다.

[기계신문] 한국전기연구원(KERI) 차세대전지연구센터 하윤철 박사 연구팀이 개발한 ‘저온 소결형 고체 전해질 분말 제조 및 시트화 기술’이 전문 기업체에 기술이전되어 전고체전지 상용화에 기여할 전망이다.

* 소결 : 분말 등을 녹는점 이하의 온도로 가열하였을 때, 분말들이 서로 치밀하게 결합하는 현상

전고체전지는 양극과 음극 사이에서 이온을 전달하는 ‘전해질’을 액체가 아닌 고체로 대체한 차세대 배터리다. 불연성의 고체 사용으로 화재 위험이 없고, 냉각 장치 등이 따로 필요하지 않아 전지의 고용량화, 소형화, 형태 다변화 등 사용 목적에 따라 다양하게 활용이 가능한 차세대 유망 기술이다.

전고체전지는 고체 전해질의 효과적인 생산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전해질이 고체이기 때문에 전극이나 멤브레인을 만드는 단계에서 다른 물질과의 계면 접촉이 대단히 중요하다. 소결과 같은 열처리를 통해 계면 접촉을 개선할 수 있지만, 문제는 바인더 등 전지의 일부 소재가 고온의 열에 약하다는 것이다.

* 멤브레인 : 전지 내부에서 음극과 양극을 분리시켜 전지가 자가방전을 일으키지 않도록 해주는 분리막 소재. 전고체전지에서는 고체전해질을 멤브레인으로 제조하여 분리막과 전해액 기능을 동시에 수행

특히, 높은 온도(일반적으로 500℃ 이상)에서 잘 만들어진 고체 전해질일지라도 다른 물질(바인더, 도전재, 활물질 등)과 혼합하기 위해 아주 미세한 입자로 분쇄해야만 했고, 이는 이온 전도도 손실로 이어지곤 했다.

* 바인더, 도전재, 활물질 : 바인더는 전지 내 물질들이 잘 접착하도록 돕는 소재, 도전재는 전자 흐름을 돕는 소재, 활물질은 리튬이온을 흡수 및 방출하면서 전기를 저장하거나 생성하는 소재

혼합 후에도 제한된 열처리로 인해 계면 간 저항 문제도 발생했다. 온도를 높이 자니 소재 손상이 우려되고, 반대로 낮추자니 결과물의 질이 떨어지는 난제에 직면했다.

이러한 어려움을 극복하는 KERI의 성과는 저온에서 양질의 고체 전해질을 손상 없이 제조하여 극판과 멤브레인에 최적 적용할 수 있는 기술이다.

▲ 한국전기연구원이 200℃ 이하 낮은 결정화 온도에서 고체 전해질을 제조하는데 성공했다.

하윤철 박사팀은 자체 개발한 ‘중간재(리튬-인-황화물, 리튬-할로겐화합물) 활용 습식 밀링 공정’을 기반으로, 200℃ 이하 낮은 결정화 온도에도 기존 방식(500℃ 이상 열처리)의 결과물과 대등한 수준의 이온 전도성을 가지는 고체 전해질 제조기술을 개발할 수 있었다.

열처리 온도를 200℃ 이하로 낮출 수 있다는 것은 새로운 전극(혹은 멤브레인) 제조 공정 개발로 이어진다. 계면 저항이 크게 발생하는 기존 과정(고온 열처리를 통한 고체전해질 제조, 분쇄, 혼합 및 시트화)과는 달리, KERI 공정에서는 고체 전해질과 각종 물질(바인더, 도전재, 활물질 등)을 섞어서 시트화해 전극을 만들고, 한번에 열처리하여 마무리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습식 밀링 공정과 저온 소결 방식은 사용자의 활용 목적(전극 제조용, 멤브레인 제조용 등)에 따라 고체 전해질의 크기(입도)를 알맞게 제어·조절할 수 있게 해주며, 고체 물질 간 계면저항도 낮춰준다. 제조 공정에서 소요되는 에너지 비용 절감 효과도 크다.

연구원 성과는 높은 기술력을 인정받아 이차전지 장비 전문기업인 ㈜하나기술에 기술이전됐다. ㈜하나기술은 이차전지 전 공정 턴키 제작이 가능한 전문 장비업체로, 최근에는 소재 산업까지 사업 분야를 확장하고 있다. 이를 통해 핵심 소재 기술과 제조 장비 기술 모두를 확보하여 전고체전지의 빠른 상용화에 기여한다는 목표다.

㈜하나기술은 이번 KERI 기술이전을 기반으로 전고체전지용 ‘고체 전해질 시트 제조설비’와 ‘시트용 고체 전해질 소재’를 2023년 말까지 양산화 가능한 기술로 완성한다는 계획이다.

KERI 하윤철 박사는 “우리의 기술은 단순 고체 전해질의 이온 전도도 향상이나 대량생산에만 머물렀던 관점을 넘어, 전극 혹은 멤브레인 공정까지 고려했다는 측면에서 완성도와 실용성이 높은 성과”라며 “앞으로 전력저장장치(ESS)나 전기차 등 분야에서 성능 좋고 안전한 전고체전지의 상용화를 위한 소재·극판·셀 공정기술 개발에 지속적인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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