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NIST 에너지화학공학과 류정기 교수 연구팀이 전극에 수화젤을 코팅해 물 전기분해의 성능을 향상시키는 기술을 개발했다. (왼쪽부터) 강윤석 연구원과 류정기 교수

[기계신문] 친환경 에너지원으로 알려진 수소는 화석연료를 개질해 생산하는 그레이수소 생산량의 90% 이상을 차지한다. 그레이수소는 생산 과정에 이산화탄소 대량 방출돼 오히려 지구 온난화를 야기하는 역설이 생긴다.

반면, 친환경적이고 무한한 자원인 물을 전기에너지를 가해 수소와 산소로 분해해내는 수전해는 이산화탄소 배출이 없어 그린수소 생산 공법으로 꼽힌다. 하지만 그린수소 생산 기술인 수전해를 상용화하기 위해서는 전기 분해 에너지를 줄이는 촉매 개발에 외에도 다양한 기반 기술이 필요하다.

그런데 최근 전극 표면에 수화젤을 코팅해 물 전기분해의 효율을 높이는 기술이 나왔다. 수화젤이 수소 생산 반응을 방해하는 기포를 밀어내는 원리로 고가의 귀금속 촉매에 버금가는 효과를 거뒀다.

UNIST 에너지화학공학과 류정기 교수 연구팀이 전극에 수화젤을 코팅해 물 전기분해의 성능을 향상시키는 기술을 개발했다. 물 전기분해는 물(전해질)에 담긴 전극에 전류를 흘려 물을 산소와 수소로 분해해내는 기술이다.

▲ 기존 전극(니켈 폼 전극)과 수화젤 코팅 전극 비교

물이 전기 분해돼 나온 수소와 산소는 전극 표면에 달라붙어 기포가 되는데, 이를 제때 제거하지 못하면 전극에 과부하가 걸리고 반응이 더뎌지는 문제가 생긴다. 액체반응물이 기포에 가로막혀 전극 표면에 제때 공급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극에 수화젤을 코팅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수화젤은 물을 잘 빨아들여 기저귀, 소프트 렌즈 재료 등으로 쓰이는 물질이다. 이 물질을 전극에 코팅하게 되면 기체보다 물을 훨씬 더 좋아하는 성질(초혐기성) 덕분에 기체가 밀려나게 된다.

수화젤을 다공성 전극에 코팅해 물을 전기분해한 결과, 전극에 수화젤을 코팅하지 않은 경우보다 고전압에서 150% 증가한 수소 생산 능력과 상용 촉매 중 가장 뛰어난 성능을 지닌 것으로 알려진 루테늄에 버금가는 수소 생산 효율을 보였다. 물을 분해하는 데 소모되는 전력량을 줄였다는 의미다.

또, 이 방식은 기존에 사용해온 전극의 표면 나노 구조를 변형하거나 초음파 같은 외력으로 기포를 털어내는 방식보다 간단하고 저렴해 상용화에 유리하다. 전극 표면에 미세 구조를 만드는 방식은 대형화가 어려우며, 외력을 사용할 경우 추가 장비 등이 필요한 한계가 있다.

▲ 기존 전극과 초혐기 코팅 전극을 각각 적용한 수전해 시스템의 성능 비교

연구팀은 “전극에 수화젤을 코팅하는 것만으로도, 귀금속 촉매를 사용하는 것과 같은 분해 반응 활성화 효과를 거뒀다”며 “기존에 초음파 등으로 기포를 털어내는 방식보다 간단하고 저렴해 그린수소 생산 기술 상용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에서는 저렴한 수화젤을 사용하여 값 비싼 금속 촉매들보다 뛰어난 수소 생산성을 보여주었다. 저렴한 수화젤 물질을 이용하여 수소 생산에 필요한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춤으로써 수소 사회를 앞당기는 데 기여할 전망이다.

한국연구재단의 중견연구자 지원사업, 기후변화대응기술개발사업의 지원을 받아 이뤄진 이번 연구에는 UNIST 에너지화학공학과 배미솔 석사가 제1저자로 참여했으며, 연구결과는 전기화학 분야 국제학술지 ‘어드밴스드 에너지 머터리얼즈(Advanced Energy Materials)’ 표지논문으로 선정돼 8월 5일자로 출판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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