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나라 주요 약용작물인 ‘일천궁’(사진)과 ‘참당귀’ 등을 더운 여름에도 안정적으로 재배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기계신문] 농촌진흥청은 이상기상으로 인한 고온기 약용작물 피해를 해결하고자 산업체와 공동으로 밭에 덮는 저온성 필름(저온성 멀칭 필름)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밭작물을 재배할 때는 봄철 작물 생육을 돕고 잡초를 억제하기 위해 검은색 필름(흑색 멀칭 필름) 덮는데, 이 검은색 필름은 햇볕이 강하게 내리쬐는 여름철 지나치게 열이 많이 나는 단점이 있다. 멀칭 필름은 봄철에 두둑 표면을 따뜻하게 해 식물이 빨리 자랄 수 있도록 돕지만, 고온에는 역효과를 낸다.

특히 더위가 한창일 때 필름을 덮은 밭두둑의 겉면 온도는 60~70℃까지 올라 ‘일천궁’과 ‘참당귀’처럼 고온에 약한 작물은 말라죽기 쉽다. 실제로 불볕더위가 이어진 2018년에는 자체 조사한 약용작물 105개 재배지의 40~70%가 말라 죽는 피해를 봤다.

이에 농촌진흥청은 약용작물 재배지의 온도를 낮출 수 있는 저온성 필름 신소재를 개발했다. 폴리에틸렌(PE)으로 만드는 기존 검은색 필름과 달리, 새로 개발한 저온성 필름은 폴리에틸렌(PE)과 탄산칼슘, 이산화규소 등을 이용한 복합 재질이다.

▲ 저온성 멀칭 필름을 이용한 일천궁 기존 필름과 저온성 멀칭 필름을 이용한 일천궁 재배

고온 피해를 막으면서도 잡초가 자라지 못하도록 겉은 흰색이고 속은 검은색인 형태로 제작했다. 기존 필름이 검은색이 많은 이유는 빛 투과율을 떨어뜨려 잡초를 억제하려는 목적이 크다. 새로 개발한 필름도 잡초 억제를 위해 속은 검은색으로 만든다.

이 필름은 기존 검은색 필름보다 공기가 잘 통하고, 빛 반사율과 열 차단기능이 우수하다. 또한, 수분이 밖으로 증발하게 함으로써 밭두둑의 높은 온도를 효과적으로 억제할 수 있다.

실험 결과, 저온성 필름은 기존 필름보다 여름철 한낮(오후 1~3시 측정)의 두둑 표면 온도를 최대 15~30℃, 토양 온도를 최대 7~9℃ 정도 낮춰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기온이 가장 높은 시간대인 오후 2시를 전후로 온도를 떨어뜨리는 효과가 더 컸다.

연구진이 저온성 필름을 이용해 고온에 취약한 ‘일천궁’을 3년에 걸쳐 재배한 결과, 자람 상태(생육)가 안정적인 것을 확인했다. 고온으로 인한 영향을 확인하기 위해 ‘일천궁’ 주산지인 경북 영양, 충북 제천보다 한해 평균 기온이 약 1~2℃ 정도 높은 충북 음성에서 비교 실험했을 때도 저온성 필름을 덮어 재배한 것이 기존 필름을 덮어 재배한 것보다 식물 길이가 약 32% 정도 더 길었다.

▲ 필름별 일천궁 재배포장 온도 및 생육

반면, 말라 죽는 비율(고사율)은 기존 필름 62.7%에서 저온성 필름 14.8%로 약 76.4% 감소해 이상고온에도 안정적으로 약용작물을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농촌진흥청은 필름 제조 방법을 특허 출원했으며, 앞으로 소재의 경제성과 내구성을 높여 약용작물뿐 아니라, 고온에 취약한 원예·식량작물로 적용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저온성 필름을 활용해 ‘일천궁’을 재배하는 전병기 농업인(충북 제천)은 “기존 필름과 비교해 보니 여름철 고온 피해가 확실하게 줄고 생육 개선효과도 있었다. ‘일천궁’은 고온이 심하면 밭 전체가 말라 죽는 피해를 볼 수 있는데, 새 필름을 활용하면 안정적인 작물 생산에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윤영호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약용작물과장은 “농가에서는 최근 좀 더 서늘한 기후를 찾아 주산지를 떠나 강원도 산간지대로 옮겨가며 ‘일천궁’을 재배하고 있다. 하지만 전기, 관수시설 등 기반 시설이 부족하고 먼 곳을 오가며 재배하다 보니 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이런 문제를 해결하도록 신소재 필름을 활용해 국산 약초의 경쟁력을 높여나가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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