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해외 원자재 기업의 수익성은 개선되는 반면, 원자재를 해외에 의존하는 우리 기업의 수익성과 경쟁력 약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기계신문] 전기차 배터리 공급망은 원자재 채굴·가공→소재 생산→배터리 생산→전기차 생산→재활용 단계로 구분되며, 한·중·일 3국이 치열하게 경합하고 있다. 한국은 전기차 배터리와 양극재에서 두각을 나타내면서 반도체와 함께 향후 우리나라의 미래 먹거리로 조명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KITA)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30일 발표한 ‘배터리 핵심 원자재 공급망 분석 : 리튬’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리튬 가격 상승으로 국내 배터리 업계의 비용부담이 커지며 기업들의 수익성과 경쟁력 하락이 우려되고 있다.

올해 3월 리튬 평균가격은 톤당 7만 4,869달러(블룸버그 기준)로 최고가를 기록했으며, 9월 26일 기준으로는 톤당 7만 404달러로 높은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

글로벌 리튬 시장은 소수 과점 구조로 원자재 기업의 판매 교섭력이 강해, 리튬 가격 상승은 국내 배터리 업계의 소재 비용 부담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전기차 시장의 글로벌 경쟁 심화, 각국 완성차 업체와의 관계로 인해 완성 배터리 판매가격을 인상하기는 어려운 구조다.

▲ 전기차 배터리 공급망 흐름도

리튬은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원자재로, 전체 수요 중 배터리 수요가 89%에 달하고 2040년에는 수요가 2020년 대비 42배 증가할 전망이다. 향후 친환경 산업이 각광받고 차세대 배터리 음극재에 리튬이 채택될 경우 리튬 수요는 더욱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원활한 리튬 수급이 배터리 산업의 미래를 결정하는 핵심 요인으로 지목되는 이유다.

리튬은 호주, 칠레, 중국이 전체 리튬 생산의 90%를 차지하나 65%가 중국으로 공급 후 고순도 리튬으로 제련돼 주요국에 공급되고 있다. 현재 글로벌 리튬 6대 기업이 리튬 생산의 57%를 차지하고 있으며, 6대 기업은 리튬 슈퍼 사이클에 힘입어 신규 프로젝트에 참여하거나, 경쟁사 지분인수·합병 등을 통해 몸집을 불리고 있다.

리튬은 공급이 수요와 가격 변동에 비탄력적으로, 수급 불일치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리튬 생산은 1~2년 단위로 계획되고 광산 개발에 4~7년이 소요되는 반면, 수요는 단기적으로 크게 변하기 때문이다.

▲ 주요 리튬 종류별 산지

그동안 여러 차례 공급 과잉과 부족이 반복되었으며, 수급 불안으로 인한 가격 변동 폭이 타 원자재에 비해 매우 큰 특징을 가진다. 2021~2022년 리튬 가격 폭등도 팬데믹 이후 회복된 수요에 비해 감소한 공급에 기인하고 있다.

세계 리튬 수급은 단기적으로 타이트할 전망이나, 중기적으로는 생산기업의 공격적인 증설로 안정될 전망이다. 반면 2030년에 이르면 폭증하는 수요를 공급이 따라가지 못해 공급 부족을 겪을 가능성이 클 것으로 전문기관은 예측하고 있다.

국내 리튬 수요는 전량 해외에 의존하는 가운데, 특히 중국 의존도가 높아 배터리 소재산업의 경쟁력 약화가 우려된다. 2020년부터 중국이 한국의 리튬 수입대상국 1위에 올라선 이후, 대중국 리튬 수입 비중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올해 1~7월 대중국 리튬 수입은 16억 1,500만 달러로 전년 2억 8,300만 달러 대비 471% 증가했다. 이는 국내 삼원계 배터리 생산에 필요한 수산화리튬 수입이 급증한 데 기인한다.

▲ 대중국 수산화리튬 수입 증가 추이(좌) 및 대중국 수산화리튬 의존도(우) *2022년 1~7월, 전년동기비

또한 국내에서 하이니켈 배터리 생산이 확대되고 있어, 향후 대중국 수산화리튬 의존도는 더욱 심화될 수 있다. 하이니켈 배터리는 코발트 사용량을 줄이고 에너지 밀도를 높이기 위해 니켈 함량을 높인 배터리를 지칭하며, 수산화리튬이 제조에 사용된다.

올해 리튬 수입 증가율은 사상 최고치(356.1%)를 기록했으며, 이 중 단가상승이 차지하는 부분이 263.6%로 국내 배터리 기업의 비용부담이 커지고 있다. 올해 1~7월 리튬 수입증가율 356.1% 중 단가상승 요인은 263.6%, 물량증가 요인은 92.5%로 나타났다.

배터리 경쟁국인 일본의 경우 리튬 관련 수입품목이 다양하며 수입선 다변화에 주력하여 대중국 리튬 의존도는 50%대를 유지하고 있다. 일본의 리튬 수입은 수산화리튬(41%), 탄산리튬(46%), 스포듀민(12%)으로 다양하며, 리튬 수입의 44%를 칠레, 미국, 아르헨티나 등 중국 이외 국가에서 조달하고 있다.

* 스포듀민 : 호주에서 다량 채굴되는 정광으로, 가공을 거쳐 수산화리튬, 탄산리튬으로 전환

▲ 한-일 대중국 리튬 수입 의존도 비교 *2022년은 1~6월 기준

한국의 리튬 수입 중 수산화리튬의 비중은 69%로 일본(41%)보다 높고, 전체 리튬 수입의 중국의존도도 64%로 일본(56%)에 비해 높다.

특히 양극재와 하이니켈 삼원계 배터리 수요가 증가하고 있어, 관련 소재인 수산화리튬의 대중국 의존이 심화될 전망이다. 최근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발효, ESG 기준 강화 등 리튬의 환경 및 원산지 이슈가 강화되고 있어 리튬의 중국 의존에 따른 불이익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보고서는 리튬의 안정적인 공급망 구축은 한국의 배터리 공급망의 근본적인 경쟁력과 직결된 문제이므로 민·관의 긴밀한 협력하에 장기적이고 전략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자본집약적인 리튬 채굴사업은 국가 차원의 투자가 절실하기에 자원기업, 소재기업,수요기업 및 금융기업이 파트너십을 구축하여 시너지를 창출하는 한편, 동맹국과의 자원외교를 통해 원자재 공급망을 다변화하여 환경 표준 및 원산지 기준 이슈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 국내기업 리튬 확보 노력

조상현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중국에 의존하는 배터리 원자재 공급망은 한국 배터리 생태계의 위협 요인으로, 리튬을 직접 채굴·제련하거나 공급선을 다변화하지 않을 경우 중국발 리스크에 취약해질 수 있다”면서 “친환경 리튬 채굴제련산업을 정부 차원에서 적극 육성하고, 호주와 아르헨티나를 유망 대체 공급선으로 주목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자원안보 차원에서 해외 자원개발 사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 논의에도 주도적으로 참여해 중국 이외 지역과의 공급망 구축에 힘써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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