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NIST 탄소중립대학원 및 에너지화학공학과 임한권 교수 연구팀이 ‘폐배터리 재사용에 관한 경제성’을 분석했다.

[기계신문] 전 세계적으로 교통 부분에서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전체의 약 16% 정도 차지하며, 이를 개선하기 위해 전기차 보급을 확대하려고 한다. 독일, 일본, 프랑스, 캐나다 등에서는 내연기관 차량에 대한 규제를 발표했으며, 전기차 보급에 더욱 박차를 가할 전망이다.

그런데 전기차에 탑재된 배터리 수명은 통상적으로 10년 정도로 알려져 또 다른 환경문제를 낳을 우려가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전기차가 본격적으로 보급된 지 10년이 넘어 2030년에는 전기차 폐배터리가 10만 개 이상 배출될 전망이다.

폐배터리 재사용은 사회적으로 에너지와 자원을 절약하면서 이산화탄소 배출도 줄이는 방법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폐배터리를 지방자치단체에 반납하는 의무가 폐지돼 민간에서 폐배터리 재사용 사업 및 연구를 지원 중이다.

최근 이런 폐배터리를 가져다 태양광 발전 설비에 적용하는 게 경제성이 있다는 연구가 나왔다. UNIST 탄소중립대학원 및 에너지화학공학과 임한권 교수 연구팀이 ‘폐배터리 재사용에 관한 경제성’을 분석했다. 폐배터리를 태양광 발전용 에너지저장시스템(ESS)에 적용할 경우의 경제성과 폐배터리 최적 가격 제안이 주요 내용이다.

▲ 폐배터리를 태양광 발전용 ESS에 재사용하는 전략 개념. 신재생 에너지를 저장하는 ESS는 전기차처럼 고출력이 필요하지 않아 사용 후 배터리로도 구축 가능하며, 경제성도 있다.

이번 연구는 ‘1MW 태양광으로 발전된 전기를 저장하는 3MWh ESS’를 기준으로 삼았다. 여기에 ‘태양광 발전 사업자에 지급되는 보조금’과 ‘폐배터리의 남은 수명’을 고려해 최적 가격을 도출했다.

국가에서 받는 보조금은 1MWh 당 0~100달러까지 가정하고, 폐배터리의 남은 수명은 5년, 10년, 20년으로 구분했다. 분석 결과, 보조금이 60달러 미만일 때는 경제성이 나오지 않았다.

▲ 폐배터리 재사용 시스템과 기술·경제성 평가 개략도. 폐배터리를 태양광 발전용 ESS에 적용하고(왼쪽), 이 경우에 필요한 비용을 남은 수명이나 보조금 등의 요소를 고려해 평가한 뒤(가운데), 가장 적절한 방법으로 의사결정(오른쪽)한다.

자세히 보면, 폐배터리의 남은 수명이 5년일 때 보조금이 60달러이면 1MWh 당 2,679달러(약 321만 원)가 최적으로 추정됐다. 보조금이 100달러 주어진다면 가용예산이 조금 더 늘어나므로 7만 927달러(약 8,511만 원)이 폐배터리의 최적 가격이 된다.

같은 계산법으로 수명이 10년 남았을 때는 1MWh당 3,786달러(약 454만 원)에서 10만 237달러(약 1억 2,028만 원), 남은 수명이 20년일 때는 1MWh당 5,747달러(약 689만 원)에서 12만 2,162달러(약 1억 8,259만 원)로 나왔다.

▲ 1MWh당 폐배터리 최적 가격 : 보조금이 늘면 가용예산도 커져 최적 가격도 늘어난다.

이번 분석에는 연간 태양광 이용률과 ESS 용량 감소, 투자회수기간까지 고려했다. 폐배터리 가격은 투자회수기간이 길어질수록, 보조금이 줄어들수록 증가했다.

이현준 UNIST 에너지화학공학과 석·박사통합과정 연구원은 “같은 용량으로 ESS를 구축한다면 25만 달러 정도가 필요하므로 폐배터리를 사용하는 것이 훨씬 경제적”이라며 “단순하게 회수해 보관 중인 전기차 폐배터리를 재사용해 환경을 보호하는 자원순환경제에 있어서도 좋은 전략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사용 후 배터리의 가치 산출’에 대한 새로운 토대를 마련해 주목받고 있다. 전기차 보급이 활성화되면서 폐배터리 배출량도 증가하는 추세지만, 아직 뾰족한 처리 방안이 확립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최윤석 UNIST 에너지화학공학과 교수는 “배터리를 재사용할 분야의 특성과 배터리 수명, 정책 수단이 어떻게 다루어져야 하는지 보여주는 좋은 사례”라며 “향후 다양한 분야에 확대 적용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했다”고 강조했다.

▲ 에너지저장시스템(ESS)의 수명에 따른 현금 흐름도. 폐배터리가 아닌 새 배터리로 태양광 발전용 ESS 시스템을 구축해 5년, 10년, 20년 동안 운영할 경우의 현금 흐름도를 예측한 그래프다. 이 경우 1MWh 당 25만 달러가 필요한데, 5년 동안 운영하면 투자 대비 이익이 마이너스가 된다(좌). 10년간 운영하면 투자 대비 이익이 겨우 맞춰지는 수준(중)이 되며, 20년 운영하면 투자보다 이익이 높다(우).

임한권 교수는 “‘폐배터리 재사용’은 향후 세계적으로 큰 시장이 기대되는 분야”라며 “이번 연구는 배터리 수명과 보조금 등 기술적인 부분과 경제적인 부분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최적의 폐배터리 가격을 도출해 상당히 의미 있다”고 밝혔다.

에너지는 현대 사회의 필수요소가 됐으며, 이를 위한 무분별한 화석 연료 사용은 이산화탄소의 배출을 늘려 지구온난화를 야기하고 있다. 전 세계 국가가 당면한 기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국가가 내연기관차에 대한 규제를 발표함에 따라 전기차의 보급에 힘쓰고 있다.

전기차 보급이 활성화됨에 따라 폐배터리 또한 증가할 것이며, 폐배터리 재사용은 환경적인 측면에서 필수적이다. 따라서 폐배터리 재사용에 관한 기술·경제성 평가는 폐배터리 재사용에 대한 경제적인 가이드라인을 제공하고 활성화에 큰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연구는 산업통상자원부의 재원으로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의 기술혁신사업과 수요기업 맞춤형 고출력축전기(슈퍼커패시터) 성능고도화기술개발 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으며, 연구 성과는 국제학술지 ‘저널 오브 클리너 프로덕션(Journal of Cleaner Production)’ 11월호에 출판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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