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병동 서울대학교 기계공학부 교수

[기계신문] 우리 사회의 거시적 변화를 읽는 건 우리의 생존과 발전에 매우 중요하다. 현 사회의 거시적 변화는 여러 OECD 국가들이 겪고 있는 다양한 사회적 문제를 보면 알 수 있다. 대표적으로 인구 고령화, 저조한 출산율, 산업화에 따른 환경 문제 등 여러 가지가 있다.

이러한 문제를 디지털 기술을 통해 ‘디지털화’라는 사회적 변화로 풀어내고 있다. 참고로 디지털화를 대변하는 기술들은 인공지능, 배터리, 로봇, 사물인터넷(IoT)과 같은 기술들이다. 이러한 디지털 기술로 만들어가는 디지털 시대에 과연 기계공학인은 어디로 가야 하는가? 요즘 전 세계적으로 열광을 받고 있는 인공지능 기반 채팅봇 ChatGPT에 그 질문을 해봤다. 제법 그럴싸하다!

ChatGPT가 우리 미래에 어떤 변화를 줄 지는 상상하기 어렵지만, 분명한 건 우리 생활에 파괴적 혁신(disruptive innovation)을 만들어낼 것이란 거다. 과거에 인터넷과 스마트폰이 그랬듯, 이는 경험적으로 충분히 추론 가능하다. 그러한 파괴적 혁신은 우리 생활에 엄청난 디지털적 혁신을 가져왔다.

예전에 식사, 은행업무, 쇼핑을 위해 식당, 은행, 백화점을 다녀야만 했으나, 이제는 휴대폰으로 이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 이것이 인터넷과 스마트폰 같은 디지털 솔루션이 우리에게 가져온 파괴적 혁신이며, 이제는 ChatGPT가 또 다른 형태의 파괴적 혁신을 가져다줄 것이다.

▲ 요즘 전 세계적으로 열광을 받고 있는 인공지능 기반 채팅봇 ChatGPT에 ‘디지털 시대에 과연 기계공학인은 어디로 가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을 해봤다.

전통적으로 기계공학은 4대 역학을 기반으로 자동차뿐 아니라, 반도체, 조선, 석유화학, 국방, 철강, 물류, 발전, 제조 등 다양한 산업을 일으키는 중추적 역할을 해왔다. 산업혁명 이후 기계공학은 누가 뭐라 해도 산업 발전에 가장 큰 공헌자다.

우리는 증기기관을, 발전소를, 자동차를, 항공기를, 고속철도를, 우주여행을 가능하게 하였다. 그만큼 기계공학은 잘 진화하며 생존해왔고 성장해왔다. 하지만 위에 언급한 디지털적 변화는 기계공학의 위상에 적지 않은 위협을 주고 있다. 과연 기계공학은 과거의 영광을 다시금 누릴 수 있을까? 그 해법을 찾기 위해 가장 중요한 건, 다양한 디지털 기술과의 융합을 통해 기계공학의 빠른 진화를 돕는 것이다.

기계공학의 진화에 대한 예로 제조업을 들여다보자. 자동차, 반도체, 국방 산업에서 제품설계, 제조공정, 품질관리, 설비관리 등 다양한 분야에서는 여전히 암묵적 지식과 아날로그식 업무가 주를 이루고 있다. 여전히 오랜 경험을 가진 제품설계, 제조공정, 품질검사, 설비관리 전문가들에 의해 제품이 설계되고 제조공정이 운영되며, 제조 품질이 향상되고 설비가 운영·관리되고 있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전문가들이 가진 경험적, 암묵적 도메인 지식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OECD 국가들이 겪는 공통의 문제 중 하나는 전문가 노령화이다. 많은 산업군에 존재하는 제품설계, 제조공정, 품질검사, 설비관리 전문가들을 대체할 무엇인가가 지금 필요하다. 결국 기계공학인은 우리가 배운 역학적 지식과 산업에서 경험적으로 쌓은 도메인 지식에 최근 대두되는 인공지능, IoT, 클라우드, 로봇, 3D프린팅과 같은 디지털 기술을 빠르게 융합하여 스스로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노력을 해야 한다.

그 노력의 결과물로 우리가 겪고 있는 전문가 부재 문제를 극복할 제품설계, 제조공정, 품질검사, 설비관리 전문가의 디지털 버전을 만들어야 한다. 당장에 이런 솔루션들은 기존 전문가를 돕거나 전문가의 부족한 자리를 메우는 형태겠지만, 시간이 지나고 ChatGPT, IoT, 로봇 기술들이 융합된다면 현장 전문가를 대체하는 시스템으로 성장하게 되고, 산업은 파괴적 혁신을 맞이할 것으로 기대된다.

산업현장에 파괴적 혁신이 만들어진다면 공학인은 더욱 부가가치 높은 직업군과 역할로 진화해가야 한다. 다시 말해, 기계공학의 정체성에 대한 변화가 필요하다. 기계공학은 어떤 학문인가? 예전에는 그 질문에 대한 답을 4대 역학에서 찾았다면,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디지털화라는 시대적 흐름 속에 기계공학은 디지털 기술과의 융합을 통한 시너지를 만들어야 한다.

이제 기계공학의 정체성은 바뀌어야 한다. 역학이라는 지식과 관련 산업에서의 도메인 지식은 데이터 기반의 인공지능과 결합해야 하고, 전통적 기계설비들은 로봇, IoT, 클라우드와 같은 지능화 자산들과 융합되어야 한다. 또, 내연기관과 같은 기존 에너지원들은 2차전지와 같은 친환경 에너지원으로 바뀌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전문가 은퇴와 더불어 휘발되는 전문가 경험 및 도메인 지식들은 빠르게 디지털화되어야 한다. 이것이 디지털 시대에 기계공학의 정체성이어야 하며, 지향점이 되어야 한다.

이제 기계공학은 기존 학문의 경계를 허물고 디지털 기술들과 과감한 융합적 시도가 필요하다. 디지털 시대는 우리 기계공학인에게 더 이상 위협요인이 아닌 기회요인이 될 것이며, 우리는 우리가 살아갈 사회에 파괴적 혁신을 스스로 만드는 주체가 될 것이다.

윤병동 / 서울대학교 기계공학부 교수·원프레딕트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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