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터리는 대규모 설비 투자가 선제적으로 수반되는 수주 산업으로 완성차 업체별 상이한 요구사항에 맞춰 생산 설비를 빠르게 확충할 수 있는 자금력과 기술력이 경쟁력의 핵심이다.

[기계신문] EU는 세계 2위의 전기차 판매국이자 배터리 수요 대국으로서 향후에도 배터리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일찍이 EU 시장에 진출해 배터리를 양산해온 우리나라는 2022년 기준 EU 전기차 배터리 시장의 64%를 점유하고 있다.

EU 현지 배터리 생산이 증가함에 따라 소재인 양극재의 수출이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생산, 부가가치, 취업 등 국내 경제에 미치는 효과도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EU의 배터리 공급망 분야 중 광물, 소재, 장비, 재활용 분야는 수요 대비 공급이 부족해 성장 가능성이 높다. 독일, 헝가리, 폴란드 등 주요 EU 회원국들은 배터리 기업 유치를 위해 대규모 보조금 및 세제 혜택을 제공하고 있어 투자 여건도 우호적이다.

한국무역협회(KITA)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15일(월) 발표한 ‘글로벌 배터리의 최대 격전지, EU 배터리 시장 동향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EU에서는 대형 전기차 브랜드들의 배터리 수주를 받기 위한 한·중 기업 간 경쟁이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다.

중국을 배제한 채 배터리 공급망을 구축하려는 미국과 달리, EU는 늘어나는 역내 배터리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중국 기업의 투자유치에도 적극적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2020년 불과 17%였던 중국의 EU 시장 점유율은 2022년 34%로 상승했고, 같은 기간 한국은 68%에서 64%로 하락했다.

▲ EU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국가별 점유율 변화 *자료 : SNE Research

중국 기업들은 미국 시장 진출이 여의치 않자 자국 정부의 지원을 등에 업고 EU 시장에 대한 대규모 투자에 나서고 있다. 중국의 1위 기업 CATL은 완성차 기업의 수주를 받기도 전에 헝가리에 100GWh 규모의 배터리 생산공장을 짓기 시작했다.

반면 한국 기업들은 내수시장이 협소해 대규모 수요에 대응해본 경험이 부족한 데다, 자금력과 가격 경쟁력이 열세인 상태로 EU 시장에서 중국과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다.

거대한 자국 시장을 바탕으로 세계 시장의 50% 이상을 캡티브 마켓(captive market)으로 보유하고 있는 중국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EU 시장의 확보가 규모의 경제 달성을 위해 필수적이다.

특히 늘어나는 전기차 배터리 수요에 대응해 주요 완성차 OEM의 전략적 파트너 선정이 본격화될 향후 1~2년이 미래 배터리 시장의 판도를 좌우할 결정적 시기가 될 전망이다.

배터리는 대규모 설비 투자가 선제적으로 수반되는 수주 산업으로 완성차 업체별 상이한 요구사항에 맞춰 생산 설비를 빠르게 확충할 수 있는 자금력과 기술력이 경쟁력의 핵심이다.

공장 건설과 수율 확보를 위한 시운전 기간 등을 고려할 때 향후 1~2년 내 수주 경쟁의 결과가 5~6년 이후의 시장 점유율을 좌우하게 되므로, 단기적인 자금 조달능력이 수주 경쟁의 성패를 좌우할 전망이다.

▲ 우리 기업의 EU 배터리 공장 가동 및 신설 계획

EU 배터리 시장의 성장에 따른 매출과 점유율 확대는 국내 배터리 소재 및 장비 업체들의 수출 증대로 연결되어 국내 경제 활성화에 기여한 것으로 평가된다.

현재 우리나라 배터리 3사가 사용하는 제조 장비의 국산화율은 약 90%에 육박하며, 소재 및 부품 국산화율도 30%에 달해 EU 내 배터리 생산이 증가할수록 배터리 소재, 부품 및 장비의 수출도 늘어나는 구조이다.

우리 기업의 배터리 공장이 EU 내에서 가동되기 전인 2016년과 2022년을 비교했을 때, 對EU 양극재 수출 증가로 인해 국내에 유발된 생산액은 53.6억 달러, 부가가치액은 12.1억 달러, 취업인원은 11,751명 증가한 것으로 추산된다.

▲ EU 내 배터리공장 투자의 국내 경제적 효과

우리 정부와 기업이 신속한 대응에 나서지 않는다면 중국 정부의 자금 지원과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 기업에 추월당할 우려가 있다.

따라서 우리 기업이 EU 시장에서 중국과 동등한 조건 하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자금 지원 확대 ▲핵심광물 공급망 확충 ▲투자세액 공제의 실효성 강화 등 적극적인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

우선, 국가 첨단전략 산업 지원을 목적으로 기존의 기간산업 안정 기금과 유사한 구조를 갖는 ‘국가 첨단전략 산업 진흥기금’(가칭)을 조성하는 한편, 한국수출입은행 신용공여 한도 특례를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현재 입법 추진 중인 ‘경제안보를 위한 공급망 안정화 지원 기본법(공급망기본법)’ 상 ‘공급망 안정화 기금’을 활용하여 해외자원 개발, 핵심광물 비축 등에 나설 수 있도록 법안의 조속한 국회 통과가 시급하다.

▲ 중국의 리튬이온 배터리 기업 지원사례

올해 한시적으로 도입된 임시투자세액공제 기간을 연장하고 배터리 기업이 이익이나 손실에 관계없이 공제받지 못한 세액을 직접 현금으로 환급받거나 제3자에게 양도할 수 있는 제도 도입 검토도 필요하다.

현재 폐지된 한국광해광업공단의 해외광물자원 직접투자 기능을 회복하고 2013년 일몰된 해외자원개발에 대한 투자세액 공제를 재도입하는 등 해외 자원 개발 활성화가 추진되어야 한다.

한국무역협회 김희영 연구위원은 “배터리는 국가첨단전략산업이자 수출, 생산, 고용 등의 파급효과가 큰 우리나라 주력산업으로, 향후 1~2년 내 EU 시장에 충분한 설비투자가 이루어지지 못하면 중국과의 점유율 경쟁에서 밀려 회복하기 어려운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면서 “우리 기업이 EU 시장에서 중국 기업과 대등한 여건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배터리 산업에 대한 집중적 자금 지원과 정책적 노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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