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 개발의 난제인 Long-QT 증후군 초기단계 진단 가능

▲ KRISS가 개발한 ‘소동물 생체자기 측정장치’는 현재 초음파에 대한 뇌의 반응 측정실험을 위해 세브란스병원에 설치되어 활용중이다.

실험쥐는 유전자나 장기 구조가 사람과 유사하여 전 세계 동물실험의 97% 이상에 활용되고 있다. 문제는 연구과정에서 수천수만 마리의 실험쥐가 희생된다는 점이다. 생체기능의 변화를 보기 위하여 동일하게 처리한 여러 마리의 실험쥐들을 시간경과에 따라 해부하는 기존 방법은 생명윤리부터 효율성·정확성 등에 대한 문제를 끊임없이 야기하였다.

특히, 뇌파를 측정하기 위해서는 수술로 실험쥐의 두개골 윗부분을 제거한 뒤 뇌에 전극을 삽입하여야만 했다. 이 경우 수술로 인한 뇌의 오류 반응, 체내 분비물로 전극이 산화됨에 따라 생기는 신호 잡음 등으로 정확하게 뇌파를 측정하는 데 어려움이 많았다.


국내 연구진이 신약 개발이나 뇌 연구 등에 활용되는 실험쥐를 희생하지 않고, 생체기능의 변화를 측정하는 기술을 개발하였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생체신호센터 연구진은 실험쥐를 해부하지 않고 비접촉적 방식으로 뇌와 심장의 신호를 측정하는 ‘소(小)동물 생체자기 측정장치’를 초전도 양자 간섭 소자(SQUID)를 이용하여 개발하였다.

연구팀은 현존하는 최고의 자기장 측정센서인 SQUID 센서로 안전하게 생체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소동물 생체자기 측정장치‘를 개발하였다. 이 장치를 통해 두개골을 수술하지 않고 실험쥐의 뇌자도를 측정함에 따라 희생 없이 한 개체에서의 변화를 연속적으로 관찰할 수 있게 되었다.

▲ 소동물 생체자기 측정장치로 실험쥐의 뇌기능을 측정하는 모습


KRISS는 이미 순수 국내기술로 인간 대상 뇌자도 측정장치를 개발하였으며, 우수성을 인정받아 지난 2016년 해외 기술이전에 성공하였다. 하지만 이를 실험쥐와 같은 작은 동물에 활용하기에는 센서 각각의 측정능력과도 같은 공간해상도 면에서 제한이 있었다.

이에 연구팀은 센서를 소형화·밀집화하는 특수 기술을 통해 장치 내 SQUID 센서의 배치를 최적화하였다. 또한 초전도 상태를 유지시키는 액체헬륨과 측정 동물 사이의 간격을 최소화하기 위하여 극저온 단열통 구조를 개발함으로써 공간해상도의 한계를 극복하였다.


소동물 생체자기 측정장치는 뇌는 물론 심장의 기능도 측정할 수 있다. 실험쥐의 심근이 발생시키는 자기장을 정밀 측정하면 Long-QT 증후군과 같은 심장질환을 신약개발의 초기단계에서 진단할 수 있다.


전도성 심장질환인 Long-QT 증후군은 신약 개발 시 부작용으로 자주 발생한다. 하지만 최종 검증단계에서 발병하는데다 사전에 진단하기 어려워 거의 개발 완료된 신약이 탈락되는 경우가 많다.

KRISS 생체신호센터 김기웅 센터장은 “이번 기술로 동물의 희생은 최소화하면서 측정의 정확도는 최대화할 수 있게 되었다”며 “동물실험 뿐만 아니라 급증하는 애완동물 시장에서 동물의 뇌 및 심장질환을 진단하는 기기로도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