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신문] 리튬 이차전지가 다양한 IT 기기의 발전에 따라 급속하게 성장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기자동차(EV) 같이 에너지를 대규모로 저장해야 하는 시스템에는 ‘저가형’ 그리고 ‘고에너지 밀도’의 소재라는 해결과제가 남아 있다. 특히 현재 사용 중인 양극 활물질에 포함된 코발트 가격이 대폭 상승함에 따라 코발트가 최소 함유된 양극 소재의 개발이 필요한 시점이다.

‘리튬 과잉 전이금속산화물’은 250mAh/g이 넘는 가역 용량과 가격 경쟁력으로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심각한 전압강하로 에너지 밀도가 감소하고, 성능 증가를 위한 후공정으로 인해 실용과 연구 발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따라서 ‘고용량, 저가형 고에너지 밀도의 차세대 양극소재’에서 혁신적인 기술 개발이 반드시 선행되어야 한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은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 조재필 교수 연구팀은 중대형 배터리에 적합한 양극 소재인 ‘리튬과잉 전이금속산화물’의 성능을 향상시킬 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이 기술로 합성한 양극 소재는 표면 처리가 필요 없고, 기존보다 더 오래 쓸 수 있으며, 후공정이 단순하다.

이번에 새로 개발한 ‘무질서 구조의 리튬과잉 전이금속산화물 양극소재’는 기존에 연구됐던 소재에 비해 전압강하 현상이 크게 감소했다. 그 덕분에 전지의 고에너지 밀도 달성이 유리해 ‘안정적이고 에너지 밀도가 높은 저가형 리튬 이온 전지’가 실현 가능함을 보였다.

조재필 교수는 “전기차를 비롯한 중대형 배터리용 양극 소재는 가격이 싸고 많은 에너지를 담아야 한다”며 “새로운 구조의 리튬과잉 전이금속산화물은 용량이 큰 장점을 유지하고 단점을 개선한데다, 코발트 함량도 최소화한 원천기술”이라고 강조했다.

▲ 기존 양극 소재(NCM811)과 ‘무질서 구조의 리튬과잉 전이금속산화물’의 공정도 및 소재 조성 비교. 왼쪽 그림은 NCM811 소재보다 후공정이 단순하다는 걸 보여준다. 오른쪽 그림은 양극 소재로 많이 사용되는 NCM622 물질이나 NCM811보다 코발트(Co)의 함량이 20% 이상 적어 가격 측면에서 상당히 유리하다는 걸 보여준다.

리튬과잉 전이금속산화물은 기존의 리튬/코발트로 구성된 ‘LCO 소재’나 리튬/니켈/코발트/망간으로 이뤄진 ‘NCM 소재’와는 다른 새로운 구조를 가진다. 이 구조는 리튬이 지속적으로 소재 내부에 드나드는 충‧방전 과정에서 불안정하므로, 전압이 감소하고 에너지는 밀도도 줄어든다. 이를 분석하고 해결하기 위해 많은 연구들이 진행됐지만, 전압강하의 근본 원인을 이해하고 해결하기는 부족했다.

이번 연구에서는 소재 내부의 구조적 안정성을 증가시켜 전압강하를 효과적으로 억제했다. 또 산소와 원자 배열의 상호관계를 고려한 분석으로 전압강하의 근본적인 원인을 규명했다. 리튬과잉 전이금속산화물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구조 안정화도가 낮은 니켈을 과량 증가시켜 무질서한 원자 배열을 형성시키는 방법을 제안한 게 핵심이다.

이 방법으로 합성한 ‘무질서 구조의 리튬과잉 전이금속산화물’은 기존 소재보다 전압강하율이 82% 감소했다. 그 원리를 분석한 결과, 무질서한 원자 배열이 산소와 전이금속간의 결합성을 높여 과량의 리튬이 지속적으로 드나들어도 안정적인 구조가 유지되도록 돕는다는 걸 찾아냈다.

기존 리튬과잉 전이금속산화물은 전이금속과 산소 사이의 결합이 약하다. 이 상태에서 리튬이 지속적으로 드나들 경우, 구조가 불안정해지고 심지어 전이금속 이온들이 반응하지 못하는 구조로 변화해 올바른 용량을 구현하지 못하게 된다. 하지만 무질서 구조의 양극 소재는 전이금속과 산소 사이의 결합성이 강해서 안정적인 구조를 이루고 전이금속 이온들이 지속적으로 반응할 수 있게 된다.

▲ ‘무질서 구조의 리튬과잉 전이금속산화물’의 원자 구조 변화 관찰. 투과전자현미경으로 기존 소재와 개발된 ‘무질서 구조의 리튬과잉 전이금속산화물’의 원자 배열과 100회 충전/방전 후 원자 배열 변화를 관찰했다. 밝은 점들은 전이금속을 의미한다. 100회 충전/방전 후에 기존 소재의 경우 원자들의 배열이 급격하게 변했으나, 무질서 구조의 소재는 변하지 않았음을 관찰할 수 있다.

명승준 UNIST 이차전지 연구센터(Battery R&D Center) 박사는 “무질서한 원자 배열이 산소와 전이금속 간 결합성을 높여 리튬이 지속적으로 드나들어도 구조를 안정적으로 유지시켰다”며 “리튬 양이 많아져도 안정적으로 작동해 차세대 고에너지 양극 소재로 적용 가능성을 입증했다”고 설명했다.

새로운 기술로 합성한 ‘무질서 구조의 리튬과잉 전이금속산화물’은 기존에 비해 전압강하율이 82% 줄어들었다. 또 현재 전기차동차나 에너지저장장치(ESS)에 주요 양극 소재로 사용되는 물질에 비해 용량도 20% 이상 늘어났다. 이 물질의 코발트 함량도 기존 소재보다 20% 이상 적게 사용돼 가격 면에서도 경쟁력을 확보했다.

조재필 교수는 “리튬과잉 전이금속산화물의 고질적인 문제였던 전압강하를 원자 배열의 무질서화를 통해 효과적으로 개선했다”며 “코발트 함량을 최소화한 고에너지 밀도 양극 소재라 가격경쟁력이 확보된 데다 전체 공정이 비교적 간단해 대량생산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번에 개발한 양극 소재는 저가형 고에너지 밀도 소재로써 전기자동차나 중대형 에너지저장장치(ESS)에 적용 가능할 전망이다. 뿐만 아니라 차세대 양극 소재의 성능 저하를 이해하는 폭넓은 시각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이번 연구는 울산광역시청과 산업통상자원부의 지원을 받아 수행되었으며,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 8월 16일자 온라인판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