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신문] 전기차 시장이 커지면서 기존 리튬이온전지의 용량 한계와 느린 충전시간, 무거운 배터리 팩, 폭발 위험성 등을 극복할 혁신적 차세대 전지 개발이 중요해졌다.

다양한 차세대 전지 중 고에너지 밀도를 가진 ‘금속-공기 전지’가 각광 받고 있으며, 여기 쓰이는 금속으로써 알루미늄 전극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다. 알루미늄은 체적당 용량이 1 ㎤당 8.04 Ah로 매우 높고, 매장량이 풍부하며, 폭발하지 않는 특징을 가지기 때문이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 조재필 교수 연구팀은 휘발유 자동차보다 효율적인 전기차 배터리 시스템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리튬이온 배터리보다 오래 쓰면서 폭발하지 않는 ‘알루미늄-공기 흐름 전지’ 기술이다.

알루미늄-공기 흐름 전지는 충전해 사용하는 이차전지가 아니라 방전만 되는 일차전지다. 전기차에 적용하면 알루미늄 금속만 교체해 전기를 공급받게 된다. 같은 무게의 휘발유와 알루미늄의 실질적 에너지 밀도를 따지면 알루미늄이 월등하다.

▲ 기존 알루미늄-공기 전지의 심각한 부산물 생성으로 전지 성능이 급격히 저하된다. 반면 알루미늄-공기 흐름 전지는 지속적으로 펌프가 작동하면서 전해질을 순환시켜 부산물 침전을 억제한다. 여기에 고성능 촉매까지 더해져 고에너지 밀도를 구현할 수 있다.

이번에 개발한 ‘알루미늄-공기 흐름 전지’는 이론 방전용량인 알루미늄 1 kg당 2,900 Ah에 근접한 1 kg당 2,800 Ah의 용량을 나타냈다. 이는 전지의 고에너지 밀도 달성이 가능해 ‘에너지 밀도가 높은 저가형/비폭발성 차세대 전지’가 실현 가능함을 입증한다.

조재필 교수는 “휘발유 1 kg은 실제 자동차에서 1,700 Wh의 에너지 밀도를 나타내지만, 알루미늄-공기 흐름 전지에 적용한 알루미늄의 에너지 밀도는 1 kg당 2,500 Wh가 된다”며 “이 정도 에너지 밀도라면 한 번 교체에 700 km를 달리는 전기차 배터리를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금속-공기 전지에는 산소 환원 반응 속도를 높이기 위해 촉매 활성도가 뛰어난 ‘백금-탄소(Pt/C) 계열 촉매’를 쓴다. 하지만 비싼 귀금속인 백금을 쓰기 때문에 전지 가격을 높여 산업적으로 널리 쓰이기 어렵다.

Pt/C를 대체할 저가의 촉매도 개발되고 있지만, 실제 전지에서 작동했을 때 촉매 활성도와 안정성이 감소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전지 작동 전압을 떨어뜨리고 에너지 밀도를 낮추는 결과를 가져온다. 현재까지는 이를 극복할 실질적인 해결책이 제시되지 못하고 있다.

▲ 가솔린, 아연-공기 흐름 전지, 알루미늄-공기 흐름 전지의 성능 비교

류재찬 에너지공학과 박사과정 연구원은 “이번 연구에서 ▶펌프를 이용해 외부 전해액을 지속적으로 순환시킴으로써 부산물 생성을 억제하고, ▶고효율 ‘은-산화망간 나노플레이트 촉매’를 적용해 1 kg당 2,500 Wh의 고에너지 밀도를 달성했다. 또, ▶촉매가 높은 활성도와 안정성을 가지는 근본적인 원인을 규명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높은 전류 밀도를 달성하기 위해 전기 전도도가 높은 은 나노입자를 성장 씨앗으로 삼아 은-망간 산화물 나노플레이트를 성장시켰다. 이를 통해 결함(dislocations)들을 생성시켜 촉매 활성도를 극대화했다.

이 방법으로 합성한 ‘은-망간 산화물 나노플레이트’를 알루미늄-공기 흐름 전지에 적용해 Pt/C와 유사한 전기화학적 성능을 확보했다. 더욱이 이 촉매는 Pt/C 대비 뛰어난 안정성을 보였는데, 이는 고농도 전해액에서 은이 백금보다 뛰어난 화학적 안정성에 기여한다는 걸 발견했다.

▲ 왼쪽에 있는 알루미늄 금속을 연료로 써서 공기와 반응시키면 전기가 발생한다. UNIST라는 글씨가 쓰인 전구 왼쪽에 보이는 장치가 알루미늄-공기 흐름전지의 본체이고, 뒤쪽 플라스틱 장치가 펌프다. 펌프 옆 유리병에는 전해액이 담겨 있다.

알루미늄-공기 흐름 전지의 방전 용량은 기존 알루미늄-공기 전지보다 17배 증가했다. 또 새로 개발한 은-망간산화물 기반 촉매는 기존에 많이 사용하던 백금계 촉매(Pt/C)에 뒤지지 않는 성능을 보였다. 은은 백금보다 50배 낮은 가격이기 때문에 가격 면에서도 경쟁력을 확보했다.

조재필 교수는 “알루미늄은 산업적으로 가장 많이 쓰는 금속이라 소재 수급에 따른 전지 가격 문제에서 자유롭다”며 “전기차에 가벼운 알루미늄 금속을 교체하는 방식으로 쓸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 알루미늄-공기 흐름 전지를 개발한 조재필 UNIST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 교수(왼쪽), 류재찬 연구원(가운데)과 장혜성 연구원(오른쪽)

이번에 개발한 ‘알루미늄-공기 흐름 전지’ 기술에 ‘은-망간 산화물 촉매’ 기술을 적용할 경우, 기존보다 월등히 많은 에너지를 지속적으로 생성할 수 있다. 이 시스템은 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자동차의 동력원과 무정전 전원 공급 장치(UPS)로 적용 가능할 전망이다. 뿐만 아니라 촉매 물질에서의 결함 형성에 따른 산소 환원 반응 활성도를 파악하는 데 새로운 방향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이번 연구는 울산광역시청의 지원을 받아 이뤄졌으며,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 9월 13일자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