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콘덴서 형태

[기계신문] 공정거래위원회는 2000년 7월경부터 2014년 1월 기간 중 일본 국적의 9개 콘덴서 제조·판매사들이 한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에 공급하는 알루미늄·탄탈 콘덴서의 공급가격을 공동으로 인상·유지하기로 합의한 행위를 적발하여 시정명령과 과징금 총 36,095백만 원을 부과하고, 그 중 4개 법인과 소속 임직원 1명을 검찰에 고발하기로 의결했다고 밝혔다.

규모의 경제가 작용하는 콘덴서 산업의 특성으로 인해 업체들은 수요처의 상시적인 가격인하 압력에 직면, 최대한 유리한 협상을 이끌어내기 위해서 가격협상력을 유지할 필요성이 있었다. 또한, 제품의 동질성으로 인해 원자재 가격인상이나 환율인하 등 전체 제품의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변동요인이 발생한 경우, 개별업체간 협상내용이 다르면 가격인하를 요구하는 수요처를 설득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이에 일본 내 알루미늄 콘덴서 6개 제조·판매사들과 탄탈 콘덴서 7개 제조·판매사들은 업계의 통일적인 대응이 필요한 계기마다 카르텔 회의체에서 해외에서의 가격인상·유지 등 업계 전체의 대응방안을 논의하였다.

사장회 모임 등을 통해 해외가격 경쟁을 회피하자는 기본적인 대응방안을 논의하고, ECC회, TC회, ATC회, MK회, CUP회 등 시기마다 구성·운영되던 관리자급 모임에서 구체적인 실행전략을 합의·실행하였다. 또한, 수요처가 같은 업체 사이에는 개별 경쟁업체간 가격정보교환을 통해 최저가격을 유지하기로 하였다.

일본 콘덴서 업체는 1990년대부터 경쟁사간 협의체로 임원급 모임인 사장회와 관리자급 모임인 ECC회, TC회를 운영해 왔다. 2003년 5월 알루미늄 콘덴서 업체간 모임인 ECC회와 탄탈 콘덴서 업체간 모임인 TC회를 통합하여 ATC회를 결성·운영하였다.

2005년 3월부터는 MK회(마케팅연구회)로 명칭을 변경하여 2014년 1월까지 유지하면서 가격논의를 계속하였다. 아울러, 이와 별도로 알루미늄 콘덴서 업체간 비공식 모임인 CUP회(Cost UP)를 결성하여 2009년 5월까지 운영하였다.

▲ 다자 협의체의 시기별 변동현황

일본 6개 알루미늄 콘덴서 및 7개 탄탈 콘덴서 제조사는 이와 같이 구성·운영된 중층적 카르텔 회의체를 통해 2000년 7월경부터 서로 가격경쟁을 자제함으로써 점유율을 유지한다는 기본적 원칙에 대한 암묵적 합의를 형성시켰다.

이렇게 형성된 기본합의 하에 환율하락이나 원자재가 상승 등 가격인상의 계기가 발생되는 경우 다자회의를 통해 공동의 가격인상 실행계획과 전략을 논의하였다. 수요처가 같은 경우에는 카르텔 회의체를 통해 쌓은 친분을 바탕으로 개별적으로 연락하여 수요처에 제시하는 견적가격을 조율함으로써 공급가격수준을 유지하였다.

▲ 합의 구조

콘덴서 업체들은 2000년 7월부터 카르텔 협의체인 MK회가 해체된 2014년 1월 25일까지 지속적으로 모여 생산량·판매량·가격인상계획·인상율 등의 민감한 정보를 교환하고, 상호 조절하는 방식으로 실행하였다. 또한, 공통 수요처에 대한 현행가, 견적가 등의 가격정보를 개별적으로 교환하는 방식으로 합의를 이행하였다.

특히, 생산량·매출액 등의 정보는 서로 간의 합의 준수를 이행하는 감시수단으로 활용하였는데, 가격인하를 의심하고 이에 대해 항의하면서 서로 감시하였다. 또한, 업체들은 자신의 행동에 대한 위법성을 인식하여 은밀한 방법으로 연락하고 주의를 환기시키기도 하였다. 예를 들면 사내 임직원들에게 다자회의 내용을 보고하기 위해 회의록이 포함된 메일을 보내면서 ‘읽은 후 삭제할 것’, ‘이 메일이 외부로 유출되지 않도록 각별히 신경 쓸 것’ 등의 메시지를 남기기도 하였다.

이 같은 공동행위로 인해 법 위반 기간 동안 한국으로 수출된 콘덴서의 가격이 인상되거나 인하가 저지되어 경쟁을 제한하는 효과가 발생하였다. 삼성·LG 등 한국의 대형 수요처를 비롯한 중소 수요처에 공급하는 콘덴서 가격의 인하가 저지되거나 인상되었으며, 이로 인해 수요처가 생산한 제품의 가격이나 품질 경쟁력에 악영향을 미쳤다.

2006년 6월 국내 A사에 알루미늄 콘덴서 제품을 같이 공급하던 일본케미콘과 루비콘이 의사연락을 통해 가격인하 저지를 공조하였는데, 당시 A사는 품질향상을 위해 신제품으로 교체하려고 하였으나 신제품가격이 높아 기존 제품 잔류로 결정하는 등 품질향상에 부정적 효과를 주었다.

이에 일본 국적의 9개 콘덴서 제조·판매사에게 시정명령과 함께 총 360억 9,500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하였다. 아울러 그 중 비쉐이폴리텍㈜, 마츠오전기㈜, 엘나㈜, 일본케미콘㈜ 등 4개 법인과 개인 1명을 검찰에 고발할 예정이다.

이 건 공동행위에 참여한 9개 콘덴서 업체들의 한국 내 점유율은 알루미늄 콘덴서는 60~70%, 탄탈 콘덴서는 40~50% 정도이다. 일본계 업체가 생산하는 고품질 콘덴서 간에는 품질차이가 없어 특정 콘덴서 별로 2~4개 회사가 시장을 나누어 점유하고 있다.

콘덴서의 가격은 수십 원~수백 원으로 가격의 편차가 크며, 제품의 종류는 사양별로 매우 다양하다. 따라서 실제 거래가격은 수요처와의 협상력, 제품사양 등 여러 요인이 영향을 받음으로 합의에도 불구하고 외형상 일치가 나타나기가 쉽지 않다.

삼성·LG 등 대형 수요처는 콘덴서 업체들이 가격을 직접 협상하여 판매하며 중소 수요처는 국내 유통 자회사나 대리점이 본사가 제시한 정책가격을 기준으로 협상하여 판매하고 있다.

▲ 유통 구조

콘덴서는 스마트폰이나 가전 등 다양한 전자제품에 들어가는 필수 부품으로 무려 10여년 이상 장기간 지속된 수입 중간재 시장에서의 반경쟁 행위를 차단시켰다는데 의미가 있다. 이번 조치로 인해 국내로 수입되는 고품질 알루미늄 콘덴서와 탄탈 콘덴서의 가격경쟁이 더욱 촉진되어 전자분야나 정보통신분야 등 전후방연관 산업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한다.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앞으로 소재·부품 등 중간재 수입품 시장에서 한국경제에 큰 영향을 주는 외국사업자들의 담합행위에 대해 국내 사업자와 마찬가지로 세밀하게 감시하고, 적발시 엄중 제재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