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신문] 페로브스카이트는 육방면체의 특별한 구조를 가진 반도체 물질로 고체 상태의 조명, 광검출기, 레이저 등의 산업 분야에 응용되고 있다. 특히 태양전지로 활용하려는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면서 광전변환효율이 크게 개선돼 차세대 태양전지 물질로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이 물질은 수분에 취약하여 물이 존재할 경우 광전변화효율이 급격히 감소해 안정성이 떨어진다. 따라서 태양전지뿐 아니라 광전자공학, 생의학 및 촉매 분야 등 다양한 분야에서 페로브스카이트를 사용하려면 물이 있는 환경에서도 안정한 성질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페로브스카이트 물질이 물에 반응하지 않도록 하는 다양한 방법이 시도되었지만 완벽하게 내수성을 가지는 페로브스카이트 물질은 아직 발표되지 않았다.

▲ 김광수 특훈교수와 아타누 자나 박사는 물 속에서도 안정한 페로브스카이트 물질을 만들었다.

최근 울산과학기술원(UNIST) 자연과학부 화학과 김광수 특훈교수 연구팀은 페로브스카이트 표면에 일종의 ‘방수막’을 만드는 합성법을 개발, 이 방법으로 만든 페로브스카이트는 6개월 이상 물 속에 담가도 고유의 특성을 유지한다고 밝혔다.

김광수 교수는 “페로브스카이트는 값싸고 쉽고 신속하게 합성할 수 있는 물질이라 소재로서 각광받고 있다”며 “물에 취약하다는 최대 단점을 완벽하게 잡은 만큼 태양전지, 발광다이오드(LED), 강유전체소재 등에 산업적으로 적용할 날도 빨라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 내수성 페로브스카이트의 모습. 물 속에 담가도 자외선을 쪼이면 발광하는 특성을 유지한다.


연구팀은 ‘염기성 증기 확산법’을 이용해 페로브스카이트 표면에 ‘수산화납 보호막’을 형성시켜 ‘유-무기 복합/페로브스카이트’의 내수성을 높였다. 페로브스카이트 물질을 합성하는 방식을 새롭게 제안해 자연스럽게 보호막이 생기게 만드는 방식이라, 외부에서 다른 물질을 가져오지 않아도 된다.

이번에 개발한 내수성 페로브스카이트 물질 합성법은 간단하다. 우선 작은 유리병과 큰 유리병을 준비한다. 작은 유리병에는 산성 용액에 녹아 있는 페로브스카이트 재료로서 할로겐 산-금속 할라이드 전구체 염을 놓고, 큰 유리병에는 염기성 용액인 메틸아민을 담는다.

▲ 작은 유리병에 할로겐화 납(PbX₂)을 할로겐화수소(HX)를 녹인 산성 용액에 넣고, 큰 유리병에 염기성 용액(메틸아민)을 둔다. 10일 정도 지나면 메틸아민 증기가 할로겐화 납과 할로겐화수소와 반응하면서 내수성 페로브스카이트 물질이 합성된다.

그런 다음 작은 유리병의 뚜껑을 연 채 큰 유리병 속에 넣고, 큰 유리병의 뚜껑만 닫는다. 이렇게 되면 메틸아민이 증발하면서 작은 유리병 속으로 들어가는데, 이때 페로브스카이트 물질이 합성되면서 내부에 자연스럽게 수산화납 보호막이 형성된다.

페로브스카이트 표면에 형성된 수산화납 보호막은 표면층을 환원시킨다. 또 구조가 안정적이라 수분과 만나도 반응하지 않는다. 그 덕분에 페로브스카이트 내부로 침투하는 물 분자를 막아 페로브스카이트의 내수성과 수명을 현저히 증가시켰다.

▲ 왼쪽은 일반적인 페로브스카이트 물질로 표면에 수산화기(OH-)가 있어서 수분을 만나면 쉽게 반응하게 된다. 반면 이번 연구에서 개발한 합성법으로 만든 내수성 페로브스카이트 물질은 안정적인 구조를 가진 수산화납으로 둘러싸여 수분에 반응하지 않고, 내부로 수분을 침투시키지도 않는다. 그 결과 오른쪽 그림처럼 자외선을 받아 발광하는 특징(에너지 전환 특성)을 유지한다.


아타누 자나(Atanu Jana) 박사는 아타누 자나 박사는 “두 개의 유리병에 각각의 재료를 담아두고 10일 정도 두면 자연스럽게 수산화납 보호막을 가진 페로브스카이트가 합성된다”며 “수산화납은 안정적인 구조라 수분을 만나도 반응하지 않고, 물질 내부로 물이 침투하지 않게 막는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개발한 물질은 2017년 9월 물 속에 넣어 1년이 지난 현재 시점에서도 페로브스카이트 본연의 특성을 유지했다. 즉, 높은 에너지 전환 효율, 에너지 띠 조절을 통한 형광 특성이 손상되지 않았다. 이는 긴 수명을 가진 광전자기기나 태양전지, 발광다이오드 등 다양한 분야로 적용 가능하게 만든다.

▲ 물 속에서 안정한 페로브스카이트 물질의 모습. 파란색은 염소(Cl)가, 초록색은 브롬(Br)이 들어있는 페로브스카이트다.

자나 박사는 “새로 개발한 내수성 페로브스카이트는 거의 완벽하게 물을 막기 때문에 물의 산도(pH)와 상관없이 안정적인 특성을 보인다”며 “합성법 또한 간단하기 때문에 대규모 합성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김광수 교수는 “그동안 페로브스카이트 물질과 철저히 분리돼야 했던 ‘습한 환경’이라는 조건에서도 페로브스카이트가 사용될 가능성을 열었다”며 “페로브스카이트가 기존과는 다른 새로운 분야에 사용되는 시작점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미국화학회(ACS)에서 발행하는 에너지 분야의 국제학술지인 ‘ACS 에너지 레터(ACS Energy Letter)’ 8월 13일자에 게재되었으며, 게재 2주 만에 ‘8월 중 가장 많이 읽은 논문’에 선정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