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산과학기술원(UNIST)은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 양창덕 교수 연구팀이 고무처럼 잘 늘어나는 실리콘 기반의 고분자를 활용해 ‘고유연성 유기 태양전지’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기계신문] 유기 태양전지(organic solar cells)는 제조 공정이 간단하고 유연하다는 장점 덕분에 차세대 태양전지 후보로 꾸준히 연구되고 있다. 현재 상용화 가능한 수준의 효율(10%)은 달성한 상태이며, ‘간단한 공정’과 ‘유연한 특징’을 살리려는 후속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유기 태양전지 내에는 태양빛을 받아 전자의 흐름을 만드는 광활성층이 있다. 이 부분은 반도체 특성을 띠는 전자-주개(electron donor) 물질과 전자-받개(electron acceptor)인 공액 고분자 물질로 이루어져 있다. 여기에 절연체와 같은 고분자들이 존재하면 전기적 특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 하지만 이런 물질이 잘 섞이면 기계적 물성과 형태적인 강점을 가지는 광활성층을 만들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최근 단가가 싸고 합성하기 쉬운 상업적 선형 고분자들을 첨가제 형태로 유기 태양전지에 집어넣는 기술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고안정성과 고신축성, 고효율을 목표로 첨가제 구조를 설계하는 부분과 소자 물리 등의 분야에서 많은 연구가 진행되면서 유기 태양전지에서의 필수적인 요소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소재의 한정성으로 인해 다양한 소재에 대한 연구는 여전히 부족한 상황이다.

이러한 가운데, 울산과학기술원(UNIST)은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 양창덕 교수 연구팀이 고무처럼 잘 늘어나는 실리콘 기반의 고분자를 활용해 ‘고유연성 유기 태양전지’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이 태양전지는 모든 요소가 고분자로 이뤄져 잘 휘어지고 늘어나는 한편, 100번을 접었다 펴도 기존 효율을 90%까지 유지할 정도로 안정성이 뛰어나다.

기존에 발표된 유기 태양전지의 경우, 태양빛을 직접 흡수해 전류를 만드는 광활성층과 기판이 되는 인듐 주석 산화물(ITO) 투명전극이 쉽게 깨질 수 있다. 따라서 실제로 접거나 구기면 파손되거나 효율이 떨어질 가능성이 있었다.

▲ 고유연성 고안정 유기 태양전지를 개발한 UNIST 연구진_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이병규, 정성우, 조용준 연구원과 산산 첸(Shanshan Chen) 박사

연구팀은 기존 유기 태양전지의 구조를 유지하면서 유연성을 높이는 방법을 찾았다. 우선 딱딱한 광활성층에는 첨가제를 넣어 유연하게 만들고, ITO 기판은 다른 유연한 물질로 대체했다. 광활성층에 다른 물질을 첨가하면 효율이 떨어질 수 있으므로 기존 물질에 영향을 주지 않는 첨가제 개발에 중점을 뒀다.

이를 위해 연구팀은 상업적으로 많이 쓰이는 스타이렌(styrene)에 수소화 규소 첨가 반응을 일으켜 만든 고분자를 유기 태양전지 시스템에 도입해 전기적 물성과 기계적 물성을 분석했다. 특히 자립형 인장 측정법(free-standing tensile test)으로 관찰해 광활성층의 신축성이 증가하는 형상도 분석했다.

또한 태양전지에 고유연성을 부여하기 위해 전기적 특성을 결정하는 ‘전자-주개 및 전자-받개 물질’과 기계적 물성에 영향을 주는 ‘절연체’에 비호환성을 고려했다. 절연체에 첨가시켜도 전기적 특성이 줄어들지 않아 기존 효율을 유지하면서 광활성층에 적합한 형태를 유지하는 게 필수적이었다.

그 결과, 개발한 첨가제 물질은 광활성층에 고효율을 유지할 뿐 아니라 태양전지의 유연성도 높였으며, 실제로 제작된 태양전지는 100번을 굽혔다 펴도 기존의 광전효율이 유지될 정도로 유연성을 확보했다.

연구팀은 태양전지 박막을 제작해 분자 간 결정성과 나노구조 분석을 진행했다. 포항가속기연구소에서 진행된 GIWAXS 실험을 통해, 개발한 첨가제가 박막이 적합한 분자 쌓임과 나노 결정크기를 가짐과 동시에 상-분리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또 원자힘 및 주사투과전자현미경 측정을 통해 광활성층 물질과 첨가제가 잘 혼재된 상태도 확인했으며, 이에 따라 충전율도 높아졌다.

▲ 새롭게 개발한 첨가제로 제작한 ‘고유연‧고안전성 유기 태양전지 소자’의 성능

개발한 첨가제로 제작된 유기 태양전지는 65.96 %의 높은 충전율과 12.40 ㎃/㎠의 광전류를 구현했으며, 최종 광전효율은 6.87 %를 달성했다. 또 기존보다 월등한 신축성을 보이면서 90 % 이상의 광전효율을 유지했다. 광전성능 분석과 기계적 성능 분석을 통해 고분자-고분자 메트릭스 사이에 첨가제가 적합한 형태를 가져 효율 유지뿐만 아니라 신축성에 기여한다는 걸 확인했다.

정성우 UNIST 에너지공학과 석·박사통합과정 연구원은 “이번에 개발한 유기 태양전지는 기계적으로 안정적인데다 신축성이 있으며, 상업적으로 유리한 소재를 이용해 상용화 공정이 훨씬 수월해질 것”이라며 “다양한 분석을 통해 실리콘 기반 첨가제가 유기 태양전지의 유연성을 부여할 수 있는 잠재력을 명확히 밝혔다”고 설명했다.

이번 기술 개발을 총괄한 양창덕 교수는 “이번 연구는 특히 휴대할 수 있는 태양전지나 웨어러블 기기에 적용하는 유기 태양전지의 초석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향후 고효율·고유연성 유기 태양전지를 위한 소재 합성 가이드라인으로 활용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이번 연구는 UNIST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 박혜성 교수팀과 공동으로 진행했으며, 연구 내용은 국제 과학저널지 ‘앙게반테 케미(Angewandte Chemie)’ 10월 첫 호에 실려 출판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