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신문] 고주파 가속기는 양성자나 중이온, 전자 같은 하전입자를 강력한 전기장으로 가속시켜 큰 운동 에너지를 갖도록 만드는 장치다. 전기장의 전압 형태에 따라 형태가 일정한 ‘정전형 가속기’와 고주파 전기장을 사용해 주기적으로 변하는 ‘고주파 가속기’로 나뉜다.

고주파 가속기를 이용해 발생시킨 방사선을 물체에 투과시킬 경우, 물체를 파괴하지 않고도 내부 정보를 확인하거나 수술 없이도 암세포를 파괴할 수 있어 항만의 컨테이너 검사 및 항암 치료 등에 적용하고 있다. 세계적으로는 미국 베리안(Varian), 라피스캔(Rapiscan), 중국 뉴텍(Nutech) 등이 해당 가속기를 통해 비파괴 검사를 비롯한 여러 관련 기술을 개발·보유하고 있다.

가속기의 기반 기술인 고주파 운용기술은 2차 세계대전 당시 군용 레이더 개발 연구를 원형으로 하며, 이로 인해 고주파 가속기 개발 역시 우수한 국방과학 기술력을 보유한 선진국을 중심으로 이루어져 왔다. 이러한 가운데, 한국원자력연구원은 초고속방사선연구실 정영욱 박사팀이 지난 18일 고체소자 펄스전원장치의 기술 국산화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 한국원자력연구원이 기술 국산화에 성공한 고체소자 펄스전원장치

고주파 가속기의 핵심 장치는 ▲고출력-고주파를 발생시키는 ‘고주파 발생장치’와 ▲이를 작동시키는 ‘고체소자 펄스전원장치’, ▲발생된 고주파를 전기장으로 가속하기 위해 모아두는 ‘가속관’으로 구성되며, 우리나라는 연간 30억원 규모의 고주파 발생장치 및 고체소자 펄스전원장치를 전량 수입하여 가속기를 제작·운용해왔다.

이 중 고체소자 펄스전원장치는 고주파 발생장치를 구성하는 ‘마그네트론’이라는 진공전자소자에 높은 전류와 전압을 파장 형태로 변환하여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파장의 크기와 모양, 파동 안정성에 따라 가속기에 공급하는 고주파의 특성 및 안정성이 결정되므로 펄스전원장치의 성능은 고주파 가속기의 성능과 직결된다.

펄스전원장치는 당초 진공관 형태의 스위치를 사용해 왔으나, 소음이 심하고 펄스의 정밀도가 떨어지는 문제를 안고 있었다. 2000년대 들어 개발된 고체소자 스위치는 이를 보완하여 소음을 최소화하고 정밀한 파장을 생성함으로써 전원장치의 성능을 향상시켰다.

현재의 고체소자 펄스전원장치는 고주파 발생장치인 마그네트론의 성질에 따라 파장의 형태와 질이 결정되는 제약이 따랐으나, 연구원이 성공한 국산화 기술을 적용할 경우 마그네트론의 성질과는 독립적으로 사용자가 직접 파장의 크기 및 형태를 조절할 수 있어 보다 자율적으로 양질의 고주파를 생성할 수 있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은 양성자 가속기와 사이클로트론, 산업용 전자가속기 등 다양한 종류의 첨단 고주파 가속기를 개발, 산·학·연 융복합 연구를 수행하는 한편, 2013년에는 경주 양성자가속기연구센터를 개원하여 가속기 및 이온빔 연구 플랫폼을 구축하는 등 대한민국 첨단 가속기 연구에 선도적 역할을 수행 중이다.

이번 연구를 이끈 방사선과학연구소 정영욱 박사는 “이번 고체소자 펄스전원장치 기술 개발의 국산화는 종래의 기술적 한계를 우리 힘으로 극복한 결과”라며 “연구원은 R&D 성과를 넘어 2019년 1분기 내 특허등록을 완료하고, 중소기업 및 연구소기업으로의 기술이전을 통해 국내 산업기술 경쟁력 강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