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신문] 몇 해 전 가습기 살균제 문제가 큰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다. 살균제 독성물질이 산모 및 영유아의 사망과 폐 질환의 원인으로 지목되면서 인체에 무해하면서도 효과가 뛰어난 친환경 항균 소재에 대한 관심과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최근 국내 연구진이 자연계에 존재하는 포도당을 이용하여 수질 세균을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친환경 항균 소재를 개발해 주목 받고 있다.

▲ KIST 환경복지연구단 김병찬 박사 연구팀이 개발한 수질 내 세균을 없애는 친환경 항균 복합체를 이용하여 항균 실험을 하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환경복지연구단 김병찬 박사, 물자원순환연구단 홍석원 박사 공동 연구팀은 유기물 생촉매인 포도당 산화효소와 무기물 광촉매로 쓰이는 이산화티타늄(TiO2)을 결합한 항균 복합체를 개발하여 뛰어난 항균 효과를 확인하고 항균 원리를 규명했다고 밝혔다.

무기물 광촉매인 이산화티타늄은 자외선을 받으면 활성산소를 발생하고, 이 활성산소가 세균을 빠르게 차단하기 때문에 이산화티타늄을 항균 소재로 활용하는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연구팀은 이산화티타늄 광촉매에 생촉매인 포도당 산화효소를 결합하여 포도당이 존재하는 조건에서 항균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이산화티타늄-포도당 산화효소 복합 항균 소재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 (좌) 이산화티타늄 (우) 이산화티타늄-포도당 산화효소 복합체

연구팀은 포도당이 다량 함유된 물에서는 이산화티타늄의 광촉매 효과가 현저하게 떨어지는 현상을 새롭게 관찰했는데, 포도당은 사람이 반드시 섭취해야 하는 탄소원이자 세균 성장의 필수 성분으로 물 속의 포도당 농도가 높으면 세균이 잘 자라게 된다.

포도당 산화효소는 포도당을 분해하는 과정에서 과산화수소를 만드는 역할을 하는데, 과산화수소수는 활성산소 가운데 하나로 그 자체로도 항균제로 사용할 수 있다.

연구팀은 자외선 환경 조건 하에서 포도당 농도가 증가하면 이산화티타늄의 항균효과는 현저하게 감소하는 데 비해, 이산화티타늄-포도당 산화효소 복합체의 항균효과는 점점 상승하는 것을 정량적으로 관찰하였다.

▲ (좌) 이산화티타늄-포도당 산화효소 복합체와 이산화티타늄에서 발생하는 활성산소 종류의 차이 (우) 자외선 조건에서 포도당 농도에 따른 이산화티타늄-포도당산화효소 복합체와 이산화티타늄 항균 효과 비교 결과

개발한 복합체의 항균효과가 향상되는 이유는 이산화티타늄이 활성산소 중 하나인 수산화 라디칼만을 주로 발생시킨 데 비해, 복합체는 수산화 라디칼과 슈퍼옥사이드, 과산화수소 등과 같은 다양한 활성산소를 고농도로 발생시키기 때문으로 판명되었다.

이번 연구 결과는 포도당과 같이 자연계에 흔하게 존재하는 물질을 이용하여 뛰어난 항균효과를 가지는 항균 소재를 개발한 것으로, 특허 출원되어 향후 안전하고 친환경적 항균 제품에 적용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 (사진 중앙 블랙박스) 세균이 많은 수질에 포도당과 항균 복합체를 넣어 자외선을 쬐어 항균 효과를 실험하고 있다.

김병찬 박사는 “이번 연구는 세균이 좋아하는 포도당을 역이용해서 세균이 싫어하는 활성산소로 대체하여 항균 효과를 높인 것으로, 자연계에 존재하는 인체에 무해한 포도당을 복합체와 함께 첨가해 항균 효과를 높일 수 있다. 이를 바탕으로 대기 환경에서도 적용 가능할 지 후속 연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홍석원 박사는 “이번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실제 적용을 위한 스케일업 연구를 지속해서 수행할 예정이며, 개발한 복합체는 수질뿐 아니라 인체에 무해한 친환경·무약품 항균 제품 개발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지원으로 KIST 기관고유사업, KIST-UNIST 울산융합신소재연구센터 공동연구사업, 환경부 환경선진화기술개발사업으로 수행되었으며, 연구 결과는 'Applied Catalysis B : Environmental' 최신호에 온라인 게재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