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능·안정성·가격경쟁력 동시 해결

[기계신문] 한정된 화석연료와 유가 상승, 지구온난화 문제로 전 세계가 친환경 에너지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그 중에서 물을 원료로 하는 수소를 에너지원으로 사용할 경우 화석연료가 가진 환경문제뿐 아니라 에너지 고갈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비화석연료로부터 수소를 제조하는 기술로는 ‘물의 전기분해’가 잘 알려져 있으며, 효율적인 수소 생산을 위해 과전압을 낮추는 촉매 개발이 중요한 기술로 꼽힌다. 이런 기술에 대한 중요성을 파악한 미국과 일본, 독일 등을 비롯한 기술선진국들은 이미 상당한 연구를 진행해왔다.

지금까지는 ‘백금(Pt)’이 최상의 촉매로 알려졌으나, 백금은 귀금속에다가 수요량도 많아 상용화하기에 가격 부담이 있다. 또 백금의 낮은 안정성도 아직까지 해결하지 못한 문제로 남아 있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 백종범 교수 연구팀은 수소발생반응 촉매 분야에서의 한계점을 해결하기 위해 저가 귀금속과 그래핀으로 성능, 안정성, 가격경쟁력 세 가지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촉매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 루테늄엣그래핀 촉매를 개발한 UNIST 펭 리 박사와 백종범 교수

연구팀은 백금 가격의 4%에 해당하는 루테늄(Ru)을 그래핀에 담은 새로운 촉매 물질인 ‘루테늄엣그래핀(Ru@GnP)’를 개발했다. 이 물질은 현재 상용화된 백금 촉매를 능가하는 성능을 갖추고, 반영구적으로 사용 가능한 내구성도 지녔다. 이에 백금 촉매를 대체할 차세대 촉매로서 가능성을 주목받고 있다.

수소는 우주 질량의 75%를 차지하는 가장 풍부한 원소로, 미래친환경 에너지 자원으로 손꼽힌다. 그러나 현재 사용되는 수소는 석유나 석탄, 천연가스 등의 화석연료에서 분리해 얻는 게 대부분이다.

이 방법은 제조단가는 낮지만, 수송비가 높고 환경오염도 유발한다. 이를 해결할 대안으로 전기를 이용해 물에서 수소를 분리하는 방법이 주목받고 있다. 이때 수소발생반응(Hydrogen Evolution Reaction, HER)이 중요하게 활용된다.

▲ 루테늄엣그래핀(Ru@GnP) 제조 모식도. 기계화학적 공정으로 카르복실기가 도입된 그래핀을 대량으로 저렴하게 제조할 수 있으며, 이 그래핀에 루테늄(Ru)을 담은 후 열처리를 통해 루테늄엣그래핀(Ru@GnP)를 제조할 수 있다.


물의 전기분해에서 고효율을 달성하려면 수소발생반응이 일어나는 데 필요한 최소 전압이 낮고, 반응속도가 빨라야 한다. 지금까지 두 조건을 만족시키는 가장 우수한 물질로는 백금이 꼽혔다.

하지만 귀금속이라 비싸고 물에서 전기화학적 안정성이 낮아서 조금씩 닳는 문제가 있었다. 백금을 대신할 비귀금속 기반 촉매 연구도 많았지만 물에서 부식되는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웠다.

백종범 교수는 “상업적으로 사용 가능한 우수한 촉매의 조건은 크게 ① 고효율, ② 우수한 내구성, ③ 가격경쟁력을 꼽을 수 있다”며 “이번 연구는 지난해 네이처 나노테크놀로지에 보고한 루테늄 촉매를 한층 강화시켜 상업화에 필요한 물 분해 촉매의 세 조건을 모두 만족시킨 결과”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저가의 귀금속인 ‘루테늄 염(Ru salt)’과 ‘초산기(-COOH)가 붙은 그래핀’을 물 속에 넣고 교반시켰다. 이때 자연스러운 화학반응이 일어났고, 이 상태에서 열처리를 진행해 루테늄엣그래핀(Ru@GnP)을 제조했다. 금속과 그래핀 복합체를 간단한 방식으로 생산해 가격경쟁력을 한층 더 강화한 것이다.

▲ 수소발생반응에서의 촉매 효율 비교(a, b, c : 산성 분위기, d, e, f : 염기성 분위기). 산성과 염기성 분위기에 따른 전류량 변화(a,d), Tafel plots(b,e) 및 과전압 발생 비교(c,f) 그래프이다. 이번 연구의 루테늄엣그래핀(Ru@GnP)이 산성과 염기성 분위기에 상관없이 매우 우수한 수소발생반응(HER) 성능을 보여주는 게 확인된다.

이렇게 만든 ‘루테늄엣그래핀 촉매’는 물 분해 반응에 필요한 과전압을 백금 촉매보다 더 낮추는 뛰어난 성능을 보였다. 또 물의 산‧염기 농도(pH)에 따라 크게 영향을 받는 기존 백금 촉매와 달리, 대체로 일정한 성능을 보였다.

백종범 교수는 “이번 연구는 금속과 그래핀 복합체를 저렴하게 대량생산할 길을 개척하고, 이를 통해 상업적 경쟁력을 갖춘 물 분해 촉매를 개발한 것”이라며 “물의 산‧염기 농도에 관계없이 우수한 성능을 보이기 때문에 다양한 환경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고 전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추진하는 리더연구자지원사업과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주관하는 BK21 플러스사업, 우수과학연구센터(SRC) 지원으로 수행되었으며, 연구 성과는 소재 분야 국제학술지 어드밴스드 머트리얼스(Advanced Materials) 11월 첫 호의 속표지로 선정되어 출판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