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ST 김소연 교수팀, 고분자와 산화 그래핀 간의 상호작용 규명

[기계신문] 산화 그래핀은 그래핀의 전구체전구체로서 기계적 강도와 전기 전도도, 열 전도도가 뛰어난 섬유나 박막 제조에 응용되는 물질이다. 특히 물에 쉽게 분산되고, 네마틱 액정상을 나타내는 특성이 있어 용액 공정에 적합하다. 이 때문에 산화 그래핀 자체도 재료로서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그러나 산화 그래핀 용액은 일정 농도 이상에서 고체 성질에 가까워져 더 이상 흐르지 못하고 굳어버린다. 이는 용액 공정에 쓰일 수 있는 농도를 제한해 실제 활용을 어렵게 한다.

이를 극복하려면 산화 그래핀이 물에 안정적으로 분산되는 동시에 충분한 유동성이 확보되어야 한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산화 그래핀 용액의 유리 상태를 극복하기 위한 심도 있는 연구가 진행되지 않아 명확한 메커니즘이 밝혀지지 않았다.

▲ 김소연 교수(왼쪽)와 심율희 연구원(오른쪽)이 산화 그래핀 용액의 특성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은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 김소연 교수 연구팀이 꿀처럼 끈적끈적한 고분자를 첨가해 산화 그래핀 용액이 잘 흐를 수 있도록 만들었다고 밝혔다. 고분자를 얼마만큼 첨가해야 용액 공정에 유리한 지도 밝혀내 소재의 활용범위를 크게 넓혔다.

연구팀은 산화 그래핀을 콜로이드 개념에서 접근해 산화 그래핀 용액이 유리 상태로 향하는 메커니즘을 규명했으며, 고분자를 첨가해 산화 그래핀 용액이 유동성을 잃는 상태를 막을 수 있음을 증명했다.

김소연 교수는 “산화 그래핀 용액 공정의 효율을 높이려면, 고농도 산화 그래핀 용액에서도 충분한 유동성이 확보돼야 한다”며 “이번 연구에서는 고분자를 첨가하는 간단한 방법으로 용액 속에 산화 그래핀이 고르게 분산돼 잘 흐르게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물에 분산된 산화 그래핀은 표면에 존재하는 다양한 작용기 때문에 강한 음전하를 띠며, 정전 반발력이 크다. 이 때문에 산화 그래핀 입자끼리는 서로를 강하게 밀어내며, 주변의 입자가 가까이 접근할 수 없도록 큰 공간을 필요로 하게 된다. 이를 ‘유효부피’라고 한다.

용액 내에서 산화 그래핀의 농도가 계속 높아지면 큰 유효부피를 가진 입자들이 빽빽하게 존재한다. 이때 각 입자들은 꼼짝하기 어려워지며 유동성을 잃고 유리 상태로 향하게 된다.

연구팀은 유효부피를 줄이면 산화 그래핀의 유동성을 회복할 것이라고 보고, 산화 그래핀과 상호작용할 수 있는 고분자를 첨가했다. 이때 첨가된 고분자는 세 가지 역할을 하며, 산화 그래핀이 물속에서 안정적으로 분산되는 동시에 유동성을 높였다.

이번에 첨가한 고분자는 꿀처럼 끈적끈적한 상태로 물보다 약 20배 낮은 유전율(permittivity)을 가진다. 이 고분자는 산화 그래핀의 음전하를 역할을 낮추는 '전하 가림 효과(charge screening effect)'를 야기한다. 이 덕분에 산화 그래핀 입자끼리는 고분자가 첨가되기 이전보다 서로를 덜 밀어내게 돼 유효부피가 줄어든다.

▲ 고분자를 첨가할수록 산화 그래핀의 정전 반발력(electrostatic repulsion)이 감소한다. 동시에 고분자 흡착층의 입체 안정성(steric stabilization)으로 인해 산화 그래핀의 직접 접촉을 방지한다.

또한 첨가된 고분자는 산화 그래핀 사이가 아닌 외부에 존재하려 한다. 그 결과 부분적으로 고분자 농도가 높고 낮은 영역이 생겨나는데, 이때 삼투압 현상에 의해 산화 그래핀 입자는 바깥쪽에서 안쪽으로 밀려 서로 간에 끌어당기는 힘, 즉 '고갈 인력(depletion attraction)'이 나타난다. 그 결과 산화 그래핀의 정전 반발력이 크게 감소해 유효부피를 줄이게 된다.

이렇게 감소된 유효부피는 때로 입자들끼리 쉽게 엉겨 붙는 응집 문제를 야기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 문제 역시 고분자 덕분에 해결된다. 고분자가 산화 그래핀 표면에 흡착되면서 산화 그래핀 입자끼리 직접 접촉하는 것을 막아주는 것이다. 세 번째 효과인 '입체 안정성(steric stabilization)' 확보다.

▲ 충분한 양의 고분자를 첨가해 산화 그래핀 표면에서 코팅층(steric stabilization)을 형성함은 물론, 전하 가림 효과(charge screening effect)와 고갈 인력(depletion attraction)으로 인해 효과적으로 유효부피가 감소된다. 결과적으로 산화 그래핀 수용액의 점도는 현저하게 감소하고 안정된 분산 또한 확보할 수 있다.

이런 효과를 기반으로 연구팀은 용액 공정에 참고할 수 있는 ‘고분자 첨가의 황금비율’을 제시했다. 얼마만큼의 고분자를 첨가하면 산화 그래핀의 유효부피를 감소시키면서, 입체 안정성도 확보할 수 있는지 적정한 선을 찾아낸 것이다.

고분자 첨가량이 불충분하면 산화그래핀 표면에 입체 안정성이 확보되지 못해 입자의 응집이 야기되고 수용액의 점도는 급격하게 증가한다. 그러나 고분자가 충분히 첨가되면 산화 그래핀의 감소된 유효부피와 표면에 형성된 입체 안정성으로 인해 수용액의 점도는 감소하고 용액 공정에 적합한 상태가 된다. 연구팀은 용액 공정을 위한 고분자 첨가 비율이 산화 그래핀 표면에 고분자가 흡착될 수 있는 포화 농도 비율과 일치하다는 것을 밝혀냈다.

▲ 입체 안정성이 보장되는 고분자 첨가 황금비율을 제시한다. 점선은 산화 그래핀 표면에 흡착될 수 있는 고분자의 포화 농도를 의미한다. 포화 농도 이상으로 고분자를 첨가하게 되면 입체 안정성이 보장되어, 안정된 분산과 액정상을 가진 낮은 점도의 산화 그래핀 수용액을 만들 수 있다.

김소연 교수는 “이번 연구는 물속에서 산화 그래핀이 분산되는 현상을 체계적으로 이해하고, 분산 특성을 제어할 가능성을 제기한 데 의의가 있다”며 “산화 그래핀 용액 공정의 효율을 높이고, 궁극적으로 물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산화 그래핀의 본질적인 미시적 거동 관찰이 중요하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UNIST 신태주 교수, KAIST 김상욱 교수와 이경은 박사가 함께 참여했으며, UNIST-PAL 빔라인과 한국연구재단 나노소재기술개발사업, 선도연구센터지원사업, 창의연구지원사업을 통해 수행되었다. 연구 내용은 미국화학회에서 발행되는 학술지 ‘ACS Nano’ 11월 27일자 게재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