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신문] 최근 차세대전자기기, 전기자동차, 신재생에너지 저장 등이 각광을 받으면서 에너지저장장치의 에너지밀도를 향상시키기 위해서 고용량 에너지저장 신소재 개발이 학문적·산업적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흑린(black phosphorus)의 경우, 2600mAh/g 정도로 상용 흑연 대비 7배 정도의 고용량을 가지고 있고, 흑연에서 그래핀으로 박리하는 것과 같이 층상 구조에서 2차원 포스포린(phosphorene) 나노구조로 제조하면 특이한 물리적 성질을 보여주기 때문에 신소재로 주목을 끌고 있다.

하지만 기존 고용량 소재들과 유사하게 300% 이상의 큰 부피팽창과 낮은 전기전도도로 인해서 장기 충방전 안정성과 율속 특성이 저하된다는 단점이 있다.

한국연구재단은 성균관대 화학공학/고분자공학부 박호석 교수 연구팀이 2차원 포스포린의 나노 구조화 및 화학적 표면 제어를 통해 에너지 저장장치로의 구현 가능성을 입증했다고 밝혔다.

에너지저장소재의 이론적 물성은 본래의 구조나 에너지 저장 메카니즘에 지배되기 때문에, 연구팀은 나노기술을 이용한 분자수준에서의 포스포린 구조 제어를 통해서 새로운 에너지 저장 메카니즘의 구현이 가능하고, 이를 통해서 기존 포스포린 소재의 성능 한계를 극복할 수 있었다.

▲ (a) 포스포린/그래핀 복합체 표면의 산화된 인 관능기에서 수소이온과의 표면 산화․환원 반응에 에너지를 저장하는 모식도. (b) in-situ 고체 NMR에 의해서 산화된 인 관능기 피크가 충․방전시에 가역적으로 이동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는 산화된 인 관능기인 P=O가 분자레벨의 레독스 기능기로 작동하는 것을 보여준다. (c) in-situ Raman에 의해서 충․방전시에 포스포린의 전자구조가 가역적으로 변화하는 것을 보여준다.

연구팀은 2차원 포스포린의 산화 상태를 정밀하게 제어하여 표면산화·환원 반응이 가능한 분자레벨의 관능기 도입을 통해, 기존의 alloying/dealloying 배터리 거동이 아닌 빠르고 가역적인 슈퍼커패시터와 같은 거동을 보여주는 것을 in-situ 분광학과 이론 계산을 통하여 규명했다.

층상 구조의 흑린을 2차원 나노구조의 포스포린으로 제조하고 오존화학을 통해서 산화된 인 관능기(P=O)를 만들어 표면에 노출시켜서 표면 산화·환원 반응을 발현시켰다. in-situ 분광학에 의해서 포스포린 표면의 산화된 인 관능기와 수소이온이 결합하면서 충·방전 시에 산화된 인 관능기 P=O 피크가 가역적으로 이동하는 것을 관측함으로써 P=O가 분자레벨의 레독스 기능기로 작동하는 것을 증명했다.

2차원 포스포린을 전극소재로 응용해서 이론용량의 92%를 사용하여서 상용 활성탄 대비 4배 정도인 최대 478F/g 용량을 보여주었다. 또한, 고속 충방전속도(50A/g)에서도 충전용량 대비 방전용량이 99.6%로 유지되면서 우수한 가역성을 보여주었고 50,000회 장기 충방전 후에도 약 91%의 높은 장기안정성을 보였다. 이를 통해 고효율·고출력·고안정성 포스포린 기반 슈퍼커패시터 신소재를 개발했다.

▲ (a) 표면 산화 제어 및 하이브리드화를 통해 2차원 포스포린/그래핀 복합체가 조립되고, 3가지 산화된 인 관능기(O-P=O, C-O-P=O, C-P=O)가 존재함. (b) 2차원 포스포린/그래핀 복합체는 최대 478F/g 방전용량을 보여주고, 고속 전류밀도 50A/g에서도 충전 대비 방전용량이 96% 유지되었다. 그리고 50,000회의 장기 충방전 후에도 약 91%의 높은 장기 안정성을 보였다.

박호석 교수는 “배터리 소재로만 알려졌던 흑린의 슈퍼커패시터 메커니즘을 규명하고, 흑린이 달성할 수 없었던 고효율·고출력·고안정성을 보여준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앞으로 슈퍼커패시터의 에너지밀도 한계를 극복하거나 배터리 소재의 안정성 문제를 해결해 차세대 전자기기, 전기자동차, 신재생에너지 저장 분야에 응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를 통해 포스포린과 같은 고용량 층상 화합물 소재의 장기안정성과 율속 특성을 향상시킬 수 있는 나노기술을 확보하였으며, 포스포린의 표면 구조를 분자레벨에서 제어함으로써 높은 출력과 고안정성의 슈퍼커패시터의 에너지밀도 한계를 극복하고 이를 통해서 응용 분야의 확대가 가능하다.

또한 전자·광전자 분야에 집중되어 있는 2차원 포스포린 소재의 응용 범위를 확대하고, 포스포린 구조와 에너지저장특성 간의 상관관계 도출을 통해서 소재 개발의 원천기술을 확보할 수 있으며, 에너지저장 소재뿐만 아니라 연료전지, 태양전지, 엑츄에이터, 센서, 전기화학 촉매 등 다양한 전기화학 시스템의 성능 개선과 전극 소재 디자인에 활용 가능하다.

한편,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한국연구재단의 방사선기술개발사업, 산업통상자원부·에너지기술평가원 에너지기술개발사업,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창의형융합연구지원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되었으며, 연구 결과는 재료 분야 국제학술지 네이처 머티리얼스(Nature Materials) 12월 10일 자 온라인 게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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