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국내 연구진이 스핀 트랜지스터 상용화의 최대 걸림돌인 강자성 전극 문제를 최초로 해결해 국내외 반도체 산업계의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기계신문] 트랜지스터는 반도체 소자의 핵심요소로, 전기신호를 증폭하거나 차단·전달하는 ‘스위치’ 역할을 한다. 컴퓨터 성능은 정보를 처리하는 트랜지스터의 수가 좌우하는데, 초기 컴퓨터 한 대에 2,300개 정도였던 트랜지스터 수는 현재 수십 억 개에 이른다.

하지만 손톱만한 크기의 프로세서에 더 많은 트랜지스터를 집적하는 것이 이제 물리적 한계에 이르렀고, 폭증하는 데이터양을 따라잡지 못하게 되었다.

이에 따라 차세대 트랜지스터로 주목받는 반도체 내의 전자의 스핀(spin, 회전과 유사한 전자의 양자역학적 상태로 전자의 자성적 방향)을 이용한 ‘스핀 트랜지스터’가 새로운 해결책으로 부상하고 있다.

최근 국내 연구진이 스핀 트랜지스터 상용화의 최대 걸림돌인 강자성 전극 문제를 최초로 해결해 국내외 반도체 산업계의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은 스핀융합연구단 구현철 박사 연구팀이 기존 스핀 트랜지스터의 구동을 위해 반드시 필요했던 자기장과 자성체를 모두 제거하고 초고속 반도체 채널만으로 스핀을 생성, 제어, 감지하는 동작이 구현되는 새로운 스핀 트랜지스터 개발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스핀 트랜지스터는 전자의 이동량을 이용하는 기존 산화금속반도체(MOS) 트랜지스터와 달리 전자의 스핀을 이용해 신호를 제어한다. 전류를 흘렸다가 차단하는 것이 아니라 전자의 스핀만 바꾸면 되므로 속도가 빠르고 전력 소모가 매우 낮게 만들어질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

스핀 트랜지스터(spin transistor)는 전자가 회전하는 방향에 따라 디지털 신호를 구분할 수 있어 정보처리 속도가 획기적으로 빨라진다. 또한 저전력에도 구동이 가능해 실리콘 반도체를 대체하는 차세대 반도체로서 기대를 모았다.

반면 높은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전자의 움직임을 유도하는 자기장과 자성체가 필요한 점이 단점으로 지적되었고, 실제 기존의 스핀 트랜지스터는 강자성체와 반도체 사이의 접합면에서 대부분의 신호를 잃어 실제 소자로 상용화가 어려운 상태였다.

▲ (a) 강자성체 없는 스핀트랜지스터의 개략도 (b) 개발한 트랜지스터의 실제 전자현미경 사진

연구팀은 자기장과 자성체를 모두 제거하고, 반도체 채널만으로 이루어진 스핀 트랜지스터를 개발하였다. 연구팀은 자성물질로 인한 반도체 내에 스핀이 주입되는 것을 배제시키고, 반도체 자체에서 스핀 정보를 발생시키고 게이트 전압으로 방향을 제어해 다시 전기적으로 읽을 수 있도록 했다.

이를 통해 연구팀은 스핀 트랜지스터의 약점이었던 신호 전달을 100배 이상 향상시켰다. 여기에는 스핀 정보를 전기적 정보로 전환하는 스핀 홀 효과가 이용됐다.

연구팀은 자성물질로 인한 노이즈와 전력소비를 획기적으로 줄였다. 또한 스핀 트랜지스터가 초고속 III-V족 반도체를 사용하는 전자소재로서 반도체 산업 전반에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III-V족 반도체는 Si(실리콘), Ge(게르마늄) 등의 반도체 대표 원소에 P(인), B(붕소) 등의 III-V족 화합물을 침투시켜 전기저항을 조절하는 반도체이다.

또한 논리소자 동작을 위해 두 가지 종류의 각기 다른 물질을 첨가한 트랜지스터가 필요했으나, 부가적인 물질의 첨가 없이 논리 동작 구현이 가능하게 하여 공정비용을 획기적으로 절감할 수 있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구현철 박사는 “이번에 개발한 스핀 트랜지스터는 스핀 관련 전자소자에 반드시 강자성체와 자기장이 필요하다는 고정관념을 깬 것”이라며 “반도체 자체에서 스핀을 생성시키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여 스핀 트랜지스터 실용화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연구는 삼성전자 미래기술육성센터 지원사업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원한 KIST 기관고유사업으로 수행되었으며, 연구 결과는 나노분야 국제학술지 ‘Nano Letters’ 최신호에 게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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