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정거래위원회는 사내 하도급업체들에게 해양플랜트 및 선박 제조를 위탁하면서 사전에 계약서면을 발급하지 않고, 하도급대금을 일방적으로 낮게 결정하여 지급한 대우조선해양(주)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108억 원을 부과하고 검찰에 고발하기로 결정했다.

[기계신문] 공정거래위원회는 사내 하도급업체들에게 해양플랜트 및 선박 제조를 위탁하면서 사전에 계약서면을 발급하지 않고, 하도급대금을 일방적으로 낮게 결정하여 지급한 대우조선해양(주)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108억 원을 부과하고 검찰에 고발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우조선해양은 2013년부터 2016년까지 27개 하도급업체에게 해양플랜트 및 선박 제조를 위탁하면서, 거래조건을 기재한 계약서면 총 1,817건을 하도급업체가 작업을 착수하기 전까지 발급하지 않았다.

이번에 적발된 불공정하도급행위는 모두 2013년부터 2016년 사이에 대우조선해양과 거래하면서 해양플랜트나 선박의 배관, 전기 장치, 선체 가공 등의 작업을 주로 수행한 27개 사내하도급업체와 관련된 것이다. 서면 미발급 행위 건수는 2018년 1월 11일 공정거래위원회 의결로 이미 처리된 위반행위를 포함한 것이다.

이러한 행위는 하도급업체가 작업을 시작하기 전에 하도급계약의 내용을 기재한 서면을 발급하도록 규정한 하도급법 제3조 제1항에 위반된다. 특히 대우조선해양은 작업을 시작한 후에 빈번하게 발생하는 수정·추가공사에 대해서는 ‘선작업․후계약’원칙을 유지해 왔다는 사실이 조사 과정에서 드러났다.

하도급업체는 작업수량이나 대금에 대해 정확히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수정․추가공사를 진행할 수밖에 없었으며, 작업이 끝난 후에 대우조선해양이 작성한 정산합의서에 서명하도록 강요받은 것이다. 이 과정에서 대우조선해양이 사전에 서면을 발급한 것처럼 꾸미기 위해 이미 끝난 작업에 대한 견적의뢰서 및 계약서를 사후에 형식적으로 만들면서 계약 날짜와 기간을 허위로 기재한 사례들도 다수 발견되었다.

사전 계약서면은 공정한 하도급거래의 전제조건임을 감안할 때, 대우조선해양의 의도적인 서면 미발급 행위는 부당한 하도급대금 결정 행위에도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판단된다.

대우조선해양은 수정·추가 작업에 대해 실질적인 합의절차 없이 일방적으로 예산 사정에 따라 기성시수를 적게 배정하는 방식으로 부당하게 낮은 하도급대금을 지급해온 것으로 밝혀졌다.

대우조선해양은 시수계약으로 대금을 지급하면서 수정·추가공사에 대해서는 객관적인 시수 산출을 위해 요구되는 공종별 표준원단위(품셈표)를 갖고 있지도 않았다. 시수계약을 위해서는 작업종류별로 물량을 시수로 전환하는 기본 산식인 표준원단위(품셈표)가 꼭 필요하다. 표준원단위가 없으면 기성시수가 실제 작업물량과 괴리되어 임의로 결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

대우조선해양은 객관적 근거 없이 실제 작업량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고 그냥 예산 사정에 따라 마음대로 기성을 지급하였던 것이다.

한편 하도급업체로서는 수정·추가 작업의 대가로 받는 기성금이 어떤 근거에 의해 산출된 것인지를 전혀 알 수 없었다. 대우조선해양은 이것의 심각성을 잘 알면서도 실제 작업량과 무관하게 기성이 정해진다는 사실이 하도급업체들에게 알려질 경우 소송 등 법적 문제가 될 것을 우려해 이를 숨기기에 급급하였다.

대우조선해양이 지급한 수정·추가공사 하도급대금은 합의절차 없이 일방적으로 결정되었다. 대우조선해양은 수정․추가공사 대금을 매월 일괄 정산하면서 구체적인 내용을 공유하지 않았다. 자금압박에 시달리던 하도급업체로서는 계약서 없이 기성시수가 어떻게 산출된 것인지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대우조선해양이 임의로 작성한 정산서에 서명할 수밖에 없었다.

이와 같이 ‘사전 조율이나 합의절차 없이’ 수정·추가 작업 기성이 집행된 사실에 대해 대우조선해양은 내부문서에서 반복해서 기록하고 있다. 하도급업체들은 대부분 대우조선해양에 100% 의존하면서 매월 기성을 받아야만 직원 임금을 줄 수 있을 정도로 어려운 상황이었는데, 대우조선해양은 하도급업체들의 열악한 지위를 철저하게 악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대우조선해양이 일방적으로 정해서 지급한 수정·추가공사 하도급대금은 하도급업체들이 받아야 할 정당한 대가 또는 일반적으로 지불되는 대가보다 현저하게 낮은 수준이었다. 대우조선해양은 수정·추가 작업에 대한 보상이 미흡한 것을 인정하면서 그 이유를 ‘예산부족’ 때문이라고 스스로 진단하였다.

이번 조사대상 기간(2013년∼2016년) 동안 국내 조선업계 전체가 침체되었고 특히 해양플랜트 수주가 급격하게 감소됨에 따라 대우조선해양은 생산예산을 지속적으로 감축하였다. 한편 해양플랜트의 경우, 일반 상선(商船)과 달리 표준화하기가 어렵고 건조 경험도 부족하였기 때문에 제조과정에서 수정·추가 공사가 더욱 빈번하게 대규모로 발생할 수밖에 없었다.

결과적으로 하도급업체들은 수정․추가 작업을 위해 투입한 노동력에 비해 턱없이 낮은 대가를 지급받았는데, 이것은 대우조선해양이 미리 합의된 기준도 없이, 작업을 시킨 후 자신의 예산이 허용하는 범위에서 기성을 일방적으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이번 조사와 관련된 하도급업체 대부분이 해양플랜트 제조와 관련이 있다.

하도급업체들이 수정·추가공사를 위해 실제로 투입한 작업시간 중에서 기성시수로 인정된 비율은 평균적으로 20% 수준에 그친 것으로 파악된다. 이번 공사의 경우 보통 작업시간의 70% 이상 기성시수로 인정되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수정․추가공사 하도급대금이 일반적으로 지급되는 대가보다도 현저하게 낮았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행위는 하도급법 제4조 제2항 제5호의 ‘일방적으로 낮은 단가에 의하여 하도급대금을 결정하는 행위’로서, 같은 조 제1항에서 금지하는 부당한 하도급대금 결정에 해당한다.

대우조선해양은 2015년부터 총 계약금액의 3% 이내에서 수정·추가 작업이 발생하더라도 본계약에 포함된 것으로 보아 차액을 정산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계약조건을 설정하였다. 이것은 본공사의 3% 이내에서 수정·추가 작업을 하도급업체에게 무상으로 요청할 수 있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어 부당하다.

또한 대우조선해양은 하도급업체가 법인인 경우, 계약이행보증 및 하자보수보증 명목으로 공탁금을 요구하는 것과 별도로 하도급업체의 대표이사 개인에게 연대보증을 요구하는 계약조건을 설정하였다.

이것은 하도급업체가 이미 통상의 거래관행에 따른 보증금을 지불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추가로 하도급업체에게 부담을 지우는 것이므로 부당하다. 이러한 행위는 하도급업체의 이익을 부당하게 침해하거나 제한하는 부당한 특약 설정을 금지한 하도급법 제3조의4에 위반된다.

이에 따라 공정거래위원회는 대우조선해양의 부당한 하도급대금 결정, 서면 미발급,부당 특약 설정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하고, 과징금 108억 원을 부과함과 아울러 법인을 검찰 고발하기로 결정하였다.

이번 조치는 조선업종에서 원사업자가 하도급업체들의 열악한 지위를 철저하게 악용하여, 의도적으로 계약서면을 교부하지 않고, 나중에 원사업자가 정한 조건에 합의하도록 강요하는 방식으로 대금을 부당하게 깎는 갑질 행위에 제동을 걸었다는데 의의가 있다.

조선업종의 복잡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시수계약 방식과 불투명한 계약관행으로 인해 하도급대금의 부당성을 입증하기가 쉽지 않았지만, 이번 조사과정에서 공정위는 대규모 현장조사와 포렌식 조사에 의한 자료복원을 통해 관련 증거자료를 확보할 수 있었다.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현재 조사하고 있는 다른 조선업체들에 대해서도 위법행위가 확인될 경우 엄중하게 조치함으로써 조선업종의 부당대금결정 등 악질적인 불공정하도급거래 관행이 근절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