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신문] 최근 국내 연구진이 선명한 색을 구현하는 광학재료인 ‘페로브스카이트(Perovskite)’로 유연성이 뛰어난 발광소자를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천연색 화면을 보여주는 디스플레이를 자유롭게 접을 날이 가까워지고 있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 신소재공학부 송명훈‧김주영 교수 공동연구팀은 접을 수 있을 정도로 유연한 ‘페로브스카이트 발광소자(Perovsktie LEDs, 이하 PeLED)’를 개발했다. 소자의 전극을 금속 대신 투명한 물질로 바꿔 반투명한 성질도 확보했다.

PeLED는 화합물에 전류를 흘려 빛을 내는 반도체인 LED의 일종이다. 이 소자는 전기를 받아 빛을 내는 활성층으로 페로브스카이트 물질을 사용하는데, 전자이동도가 높고 색순도가 좋으며 색조절도 간편하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기존 PeLED는 금속 전극의 한계로 유연성이 낮고 불투명했다.

연구팀은 페로브스카이트 발광소자의 구성 재료를 바꿔 투명성과 유연성을 향상시키고, 소자를 구성하는 재료의 기계적 물성을 이용해 유연 특성을 분석했다. 그 결과 투명도와 유연성이 향상된 페로브스카이트 발광소자를 개발하고, 소자의 열화 원인을 구체적으로 분석하는 방법을 제안해냈다.

이번 연구에서 개발한 ‘반투명 유연 페로브스카이트 발광소자’는 전극 물질로 ‘은 나노와이어(siver nanowire)’와 ‘전도성 고분자’를 사용했다. 기존에 전극으로 사용하던 금속 물질은 불투명하고 유연성도 없지만, 이를 다른 물질로 대체해 투명도와 유연성을 확보한 것이다. 또 활성층인 페로브스카이트와 음극 사이에 고분자 전해질을 사용해 전자 주입 장벽을 줄였다. 이는 페로브스카이트 발광소자의 효율을 높이는 결과로 이어졌다.

페로브스카이트 발광소자의 기계적 물성을 구체적으로 분석하는 연구도 진행했다. 완성된 소자의 반복적인 굽힘 시험에서 벗어나, 소자를 구성하는 각 재료별로 기계적인 특성을 측정하고, 이를 이용해 유연성을 분석했다. 참고로 페로브스카이트 발광소자는 전극 사이에 전자이동층과 활성층, 전해질층 등이 들어가는 구조다.

각 재료의 기계적 물성은 ‘홀-나노인덴테이션(hole-nanoindentation)’과 ‘일축인장실험’ 두 가지 방법으로 측정‧분석했다. 홀-나노인덴테이션은 수 마이크로미터(㎛) 지름의 구멍(hole) 위에 측정할 재료를 매우 얇은 박막으로 올려두고, 뾰족한 압입자로 눌러 변형시키면서 물질의 성질을 분석하는 기술이다.

주로 재료의 ‘파단강도’, 즉 재료가 파괴돼 끊어지기까지의 최대 응력과 물질이 응력을 받았을 때 일어나는 변형률의 정도인 ‘탄성계수’ 등을 평가할 때 쓰인다. 이번 연구에서는 페로브스카이트 발광소자의 활성층, 전자이동층, 전해질층 등을 실제 소자에 쓰이는 방법과 동일한 방법으로 제작해 홀-나노인덴테이션으로 측정·분석했다.

홀-나노인덴테이션 측정 결과, 활성층으로 쓰인 페로브스카이트의 유연성이 가장 취약하게 평가됐다. 이 부분은 일축인장실험을 통해 더욱 정밀하게 기계적 물성을 평가했다. 이 실험은 재료의 연성과 강도를 측정하는 기법 중 하나로, 재료의 양 끝을 고정하고 한쪽 방향으로 하중을 가해 당기면서 변형에 대한 저항력을 평가한다. 일축인장실험 결과로 얻은 페로브스카이트의 유연성 한계를 이용해 분석한 이론적 예측값은 실제 소자의 효율이 감소한 유연성 한계와 맞아떨어졌다.

이번 연구를 통해 반투명 유연 페로브스카이트 발광소자를 개발하고, 변형 특성도 분석했다. 특히 이 소자를 구부렸을 때 성능이 떨어지는 원인을 구체적으로 찾을 수 있는 방법을 제안했다.

송명훈 교수는 "유연성이 우수하고 투명도도 개선된 페로브스카이트 발광 소자는 더욱 선명한 디스플레이를 제작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특히 유연성이 크게 향상돼 폴더블 스마트폰 디스플레이나 웨어러블 디스플레이 등의 개발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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