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RISS 연구팀이 독일 기상청(DWD)과 라디오존데 평가를 위한 공동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기계신문] 기상 전문가들은 어떻게 하늘 높은 곳까지 관측할 수 있을까? 정답은 하늘 높이 띄운 ‘라디오존데(radiosonde)’에 있다. 라디오존데는 풍선에 매달려 약 35 km 상공까지 올라가 기온, 습도, 기압 등의 기상상태를 측정하는 관측계이다. 센서와 송신기로 구성되어 있으며, 저렴하면서도 강우나 밤낮에 관계없이 상공을 관측할 수 있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KRISS)은 기상관측 시스템을 실제 대기권과 동일한 환경에서 평가 가능한 기술을 개발, 관측의 정확도를 향상시키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KRISS 고층기상연구팀은 기온, 습도, 기압, 태양복사, 풍속 등의 기상요소를 구현하고 정밀 제어할 수 있는 고층기상모사시스템을 개발했다. 또, 해당 시스템을 기반으로 라디오존데의 온도 측정 능력을 0.1 ℃ 수준까지 평가하는 기술 개발에도 성공했다.

이번 기술을 이용하면 35 km 상공의 성층권까지 기온을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다. 지구온난화, 미세먼지 등과 직결되는 기후변화 예측의 가장 큰 불확실성이 제거되는 것이다.

▲ KRISS 연구팀이 라디오존데 교정을 위한 고층기상모사시스템을 작동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용규 책임연구원, 양인석 책임연구원, 김성훈 선임기술원)

기온은 기후변화를 직접적으로 알 수 있는 대표적인 1차 지표이다. 지상에서 10 ~15 km 높이까지 공기순환이 일어나는 대류권의 기온은 주로 단기적인 날씨예보에 활용하는 반면, 대류권 위 성층권의 기온은 상시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하여 장기적인 기후변화 감시에 사용된다.

성층권과 같은 고층기상은 풍선에 라디오존데를 매달아 띄워 관측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때, 지상과는 달리 고층에서는 바람과 태양복사로 인해 온도의 측정값에 변화가 발생한다. 실제 측정값과 일치시키기 위해 온도센서를 교정해야 하는 이유다.

지금까지는 다양한 기상요소를 고려하면서 센서를 교정할 수 있는 방법이나, 기준이 국제적으로 전무하여 측정값을 정확하게 평가하는 데 어려움이 많았다.

실험실에서 센서를 교정할 때 가장 큰 어려움은 일정한 바람을 만드는 것이다. 고층기상의 특징인 저온 및 저압 조건에서는 단순히 팬(fan)만으로 원하는 풍속을 재현할 수 없었다.

▲ KRISS 연구팀이 정확히 교정된 라디오존데로 야외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KRISS 연구팀은 라디오존데를 다양한 기상 조건에서 풍속 및 태양복사량에 따라 정밀 보정할 수 있는 ‘고층기상모사시스템’과 ‘온도교정기술’을 개발했다. 연구팀은 바람을 만들기 위해 특정 조건에서 일정한 속도로 공기를 흘려보내는 소닉노즐(sonic nozzle)을 최초로 도입했다.

공기가 흘러가는 관의 입구보다 출구의 크기를 작게 만들면 특정 압력 조건을 설정할 수 있다. 이때 방출되는 공기의 양이 일정하도록 하는 제어용 노즐을 소닉노즐이라고 한다.

이번 기술은 대형 챔버에 소닉노즐과 기압제어장치를 설치하고, 원하는 온도와 유속으로 제어된 공기가 흘러가도록 설계되어 있다. 이를 통해 라디오존데는 최대 고도 35 km까지, 최저 기온 -70 ℃까지 0.1 ℃ 수준으로 정밀 교정할 수 있다. 세계기상기구(WMO)를 비롯한 세계 어느 국가에서도 실현하지 못한 최상위 수준이다.

연구팀을 이끄는 김용규 책임연구원은 “기상청이나 공군 등에서 널리 사용하는 라디오존데를 이제는 국가표준에 맞춰 평가할 수 있게 되었다”며 “국내 기상관측의 신뢰도를 향상시키는 것은 물론, 라디오존데의 국산화에도 기여하여 기상 선진국으로서의 전진기지를 구축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결과는 KRISS 주요사업과 산업통상자원부 산업핵심기술개발사업의 지원을 받았으며, 세계기상기구(WMO)에서 2년 주기로 개최하는 컨퍼런스인 WMO CIMO-TECO 학술회의에서 발표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