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신문] 수소와 공기만으로 전기를 발생시키는 장치를 ‘연료전지’라 한다. 연료전지 중 하나인 고체산화물 연료전지(SOFC)는 수소뿐 아니라 천연가스나, 메탄, 프로판, 부탄가스 등의 탄화수소도 연료로 직접 사용할 수 있다. 이런 장점을 가진 고체산화물 연료전지의 성능을 극대화하는 방법이 개발됐다.

▲ 고체산화물 연료전지(SOFC, Solid Oxide Fuel Cell) 모식도

울산과학기술원(UNIST)은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 김건태 교수 연구팀이 ‘이온 위치 교환’ 현상을 활용해 고체산화물 연료전지에서 연료극 물질의 안정성과 성능을 강화할 방법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고체산화물 연료전지가 작동할 때 외부에서 넣어준 이온과 연료극 물질 안에 있는 이온이 서로 자리를 바꾸게 만드는 게 핵심이다.

고체산화물 연료전지의 연료극에는 주로 세라믹스와 금속의 합금인 ‘니켈 서멧(Ni cermet)’ 소재가 쓰였다. 이 물질은 연료와 산소의 반응을 촉진하는 능력이 좋지만, 탄화수소를 연료로 쓰면 탄소(C)가 연료극 표면에 쌓이면서 오래 작동시킬 경우 안정성이 떨어졌다.

▲ 이온 위치 교환 현상(Topotactic Ion Exchange) 모식도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스마트 촉매 자가재생(exsolution)’ 관한 연구가 활발하다. 고체산화물 연료전지가 작동하는 환경에서 연료극 물질로 쓰인 페로브스카이트 물질 속 전이금속을 표면으로 올라오게 만드는 것이다.

표면으로 올라온 나노 입자들은 연료와 산소의 반응을 촉진하는 촉매 역할을 하면서 탄소가 쌓이는 것도 막아 연료전지 작동의 안정성을 높인다. 특히 코발트(Co)가 연료극 표면에 올라오면 성능과 안정성을 크게 높인다.

▲ 이온 위치 교환 현상(Topotactic Ion Exchange) 투과전자현미경(TEM) 분석 결과

이번 연구에서는 코발트(Co)를 표면으로 더 잘 올라오게 만드는 법을 찾았다. 고체산화물 연료전지가 작동할 때 철(Fe)을 넣어 코발트와 자리를 바꾸게 만든 것이다.

권오훈 UNIST 에너지공학과 석·박사통합과정 연구원은 “페로브스카이트 구조 속 전이금속마다 표면으로 올라오려는 정도가 달라진다”며 “표면으로 올라오려는 특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전이금속인 철(Fe)은 오히려 페로브스카이트 구조 안으로 들어가려는 특성이 강하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투과전자현미경(TEM) 분석결과, 외부에서 넣어준 철은 상대적으로 표면으로 올라오려는 특성이 작아 페로브스카이트 구조 안으로 들어갔다. 이와 반대되는 특성을 가진 코발트는 페로브스카이트 구조에서 빠져나와 표면으로 올라왔다.

주상욱 UNIST 에너지공학과 석·박사통합과정 연구원은 “외부에서 넣어주는 철의 양이 증가할수록 코발트가 표면으로 올라오는 양이 늘었다”며 “이 덕분에 고체산화물 연료전지의 최대 출력밀도가 향상됐다”고 전했다.

▲ 고체산화물 연료전지 시스템에서 성능과 안정성 평가. (a) 이온 교환 현상으로 만든 연료전지가 2배 이상의 성능 향상에 기여했다. (b) 이번 연구에서 개발한 연료극은 기존에 보고된 연료극보다 2배 이상의 성능을 보여줬다. (c) 메탄가스 개질 특성도 2배 이상 향상시켰다. (d) 탄화수소 분위기에서 200시간 정도 안정적인 이산화탄소(CO₂) 변환효율을 보여줬다.

이번에 개발한 전극 소재를 사용한 고체산화물 연료전지의 최대 출력밀도는 800℃에서 1.8W/㎠로, 현재까지 보고된 연구 중 세계 최고의 성능을 나타냈다. 또 메탄(CH₄)을 직접 연료로 쓸 때 이산화탄소 변환효율도 보고된 전극 소재보다 약 2배 정도 뛰어났다.

김건태 교수는 “고체산화물 연료전지에 다양한 연료를 적용해 안정적으로 전기를 생산하려면 연료극의 성능과 안정성이 뒷받침돼야 한다”며 “두 가지 모두 만족하는 연료극 물질을 개발한 이번 연구는 연료전지 상용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료전지 개발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재료의 개발이다. 최근 선진국을 중심으로 박막 전해질을 개발하는 세라믹 공정으로 저항을 감소시키고 출력을 배가시켜 SOFC 제작비를 낮추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이번에 개발한 새로운 연료극 물질은 SOFC의 제작비용을 절감할 또 하나의 핵심요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 SOFC 연료극 물질의 안정성과 성능을 높인 연구팀. 왼쪽부터 김선아 연구원, 김현민 연구원, 권오훈 연구원, 김건태 교수, 주상욱 연구원

연료전지 세계 시장 규모는 1조 8000억 원으로 연평균 85%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 에너지부(DOE)도 2020년경 세계 연료전지 시장 규모가 400억 달러 수준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으며, 이 중 발전용 연료전지 시장은 64억 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이번에 새로 개발한 연료극 물질로 SOFC 제조원가 비용절감이 가능하게 되면, 상용화 역시 앞당겨질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연료전지 산업계에서 문제점으로 지적돼온 안정성 문제와 더불어 연료 선택성 문제도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단서를 제공함으로써 세계 연료전지 산업을 선도할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이번 연구는 정후영 UNIST 연구지원본부 교수, 한정우 포스텍 교수, 신지영 숙명여대 교수, 영국 임페리얼칼리지런던 시바프라카시 생고단(Sivaprakash Sengodan) 교수도 함께 참여했다. 연구결과는 국제과학저널 네이처(Nature)의 자매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 2월 11일(월)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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