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신문] 음식물 쓰레기로 여겨졌던 ‘달걀 껍데기’를 활용해 수소를 생산하는 기술이 나왔다. 알코올을 수소로 바꾸는 반응의 촉매로 쓰는 건데, 반응 후에는 껍데기 위에 그래핀이 합성된다. 쓰레기를 재활용하면서 수소와 그래핀을 만드는 일석삼조(一石三鳥) 기술이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은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 백종범 교수 연구팀이 달걀 껍데기의 주성분인 탄산칼슘(CaCO₃)으로 ‘산화칼슘(CaO)’을 만들고, 이 물질이 수소와 그래핀을 만드는 촉매로 활용 가능하다는 걸 밝혀냈다고 전했다.

산화칼슘을 촉매로 쓰자 기존보다 낮은 온도에서 반응이 진행됐으며, 별다른 분리공정 없이 사용 가능한 수소가 만들어졌다. 반응 과정에서 산화칼슘 위에 탄소(C)가 얇게 쌓여 그래핀이 합성됐으며, 간단한 처리만 하면 쉽게 떼어내 쓸 수 있다.

수소는 물(H₂O)이나 탄화수소(CnH2n+2), 알코올(CnH2n+1OH) 등 수소를 포함한 물질에서 얻는다. 이때 화학 반응을 일으켜야 하는데, 반응마다 적절한 촉매가 필요하다. 산화칼슘은 ‘알코올에서 수소를 만들어내는 과정’에서 우수한 촉매 성능을 보였다.

▲ 바이오매스 알코올은 식물의 광합성해 만든 자원을 기반으로 만들어진다. 이 물질의 구성성분을 활용해 다른 물질로 바꾸는 개질 과정을 진행하면 수소와 탄소 기반의 물질을 얻을 수 있다. 이번 연구에서는 알코올의 개질 과정에서 산화칼슘을 촉매로 써서 그래핀(BNPGr)과 고순도 수소를 생산해냈다. 이때 발생한 이산화탄소는 탄산칼슘으로 다시 변환되면서 산화칼슘 위에 얇은 층을 만드는데, 이 덕분에 탄소가 산화칼슘과 분리돼 얇게 한 층짜리 그래핀으로 합성된다.

알코올은 식물이나 미생물 등을 발효시켜서 얻으므로, 앞으로도 계속 대량생산 가능한 친환경 에너지원이다. 알코올 성분이 수소와 탄소, 산소이므로 다른 유용한 형태로 변환할 수도 있다.

이미 예전부터 알코올에 700℃ 이상의 높은 온도를 가해 증기로 만들면서 수소와 탄소 기반의 물질로 바꾸는 기술이 쓰이고 있다. 그러나 700℃ 이상의 고온에서는 수소 외에도 메탄, 일산화탄소, 에틸렌 등의 부산물이 발생한다. 따라서 생산된 기체 중에서 수소만 따로 골라내는 공정이 더 필요하고, 수소 생산단가도 올라가게 된다.

백종범 교수 연구팀은 알코올을 이용한 수소 생산의 단점을 촉매로 해결했다. 달걀 껍데기를 이용해 만든 산화칼슘을 써서 반응 온도를 500℃로 낮춘 것이다. 그 결과 생산된 기체의 99%가 수소였고, 그래핀(BNPGr)도 산(acid)으로 촉매(산화칼슘)를 제거하면 바로 쓸 수 있는 상태로 생산됐다.

백종범 교수는 “산화칼슘은 값싼 물질인 데다 달걀 껍데기를 재활용해 만들 수 있으므로 친환경적”이라며 “생산된 수소나 그래핀 모두 별다른 분리 과정 없이 이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경제성도 높다”고 설명했다.

▲ 달걀 껍데기에 열을 가해 만든 산화칼슘(Before)에 알코올을 붓고 500℃로 온도를 높여주면(During), 수소가 생성되면서 산화칼슘 표면에 그래핀이 형성된다. 반응 후 생성된 수소는 포집하고, 남아있는 산화칼슘 표면의 그래핀은 간단한 산(acid) 처리로 떼어낼 수 있다. 반응 후(After) 산화칼슘의 색깔이 시커멓게 변한 이유는 그래핀이 형성됐기 때문이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UNIST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 가오-펑 한(Gao-Feng Han) 박사는 이번 연구를 위해 구내식당에서 달걀 껍데기를 모으는 일부터 시작했다. 모은 달걀 껍데기를 가열해 산화칼슘을 만들고, 이 물질을 알코올의 증기 개질의 촉매로 활용하고, 알코올이 수소와 그래핀으로 변환되는 원리와 이 과정에서 산화칼슘의 역할도 풀어냈다.

한 박사는 “산화칼슘을 이용한 알코올의 증기 개질법은 훨씬 큰 규모로 반응이 진행되는 상용화 환경에도 같은 효과를 보일 것”이라며 “이번 연구결과가 에탄올을 비롯한 바이오 자원을 활용하는 데 큰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현재 국제적으로 환경문제와 차세대 에너지원에 관한 관심이 매우 높다. 에너지로 사용하는 과정에서 다른 유해 물질을 발생시키지 않는 수소는 청정에너지로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수소를 저장하거나 변환하기 위해 그래핀 같은 에너지 소재에 대한 요구 또한 증가하고 있다.

▲ 백종범 교수(오른쪽)와 가오 펭 박사(왼쪽)가 달걀 껍데기와 알코올 변환 반응을 진행한 뒤 생성된 그래핀을 손에 들고 있다.

이번에 개발한 기술은 ‘상대적으로 낮은 온도(500℃)’에서 개질 반응을 일으켜, 바이오매스 알코올을 고순도의 ‘수소’와 활용성 높은 ‘BNPGr’로 변환하는 방법이다. 차세대 에너지원(H)과 차세대 에너지 소재(BNPGr)로 뽑히는 두 물질을 경제적으로 쉽게 생성할 수 있음을 입증한 연구이기도 하다.

특히 가정에서 쓰레기로만 여겨졌던 달걀 껍데기를 가치 있는 물질로 바꾸면서 촉매 가격을 줄이는 기술이라 더욱 의미가 깊다. 적은 비용을 들이고도 제조할 수 있으며, 실험 규모를 쉽게 키울 수 있어 산업에 적용하기도 수월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 어드밴스드 머티리얼스(Advanced Materials) 4월 19일자에 실려 출판됐으며, 중국 지린대학교의 칭 지앙(Qing Jiang) 교수와 지-웬 첸(Zhi-Wen Chen) 연구원도 이번 연구에 참여했다.

연구 지원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리더연구자지원사업과 교육부-한국연구재단이 주관하는 BK21 플러스사업, 우수과학연구센터(SRC), 창의소재발견프로그램으로 이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