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에 녹인 이산화탄소로 쉬운 화학반응 유도

[기계신문] 울산과학기술원(UNIST)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 김건태 교수 연구팀이 이산화탄소를 사용해 전기와 수소를 생산하는 ‘수계 금속(아연, 알루미늄)-이산화탄소 시스템(Aqueous Zn or Al–CO₂ System)’을 개발했다.

이때 수계(Aqueous)란 물 기반의 전해질을 사용했다는 의미로, 이 시스템에서는 물에 수산화칼륨이나 수산화나트륨 등을 미량 녹여 전해질로 사용하였다. 이 시스템은 물에 녹인 이산화탄소를 활용해 작동하는 일종의 전지인데, 전기화학 반응 과정에서 기후변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는 제거되고 전기와 수소가 만들어지는 방식이다.

▲ (왼쪽) 이 시스템이 구동하면서 이산화탄소가 변환돼 수산화칼륨(KHCO₃) 물질의 고체 형태로 형성됐고, 그 결과 용액이 뿌옇게 흐려졌다. (오른쪽) 시스템 구동 후 생성된 고체 형태를 XRD 장비를 활용해 분석한 결과, 대부분 수산화칼륨(KHCO₃)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산화탄소로 인한 기후변화 문제가 심각해짐에 따라 ‘이산화탄소 활용 및 저장기술(Carbon Capture, Utilization and Storage, CCUS)’이 주목받고 있다. 쓸모없이 버려지는 이산화탄소를 화학적으로 전환해 메탄올이나 유기 화합물, 플라스틱 같은 고부가가치의 생성물을 만들어내는 기술이다. 하지만 이산화탄소에 화학적 변환에 필요한 에너지가 너무 커서 실질적인 CCUS 기술이 활용되기는 어려웠다.

이산화탄소를 전기 에너지 생산에 활용하는 금속-이산화탄소(Metal-CO₂ battery) 전지도 다각적으로 연구되고 있다. 하지만 전기 에너지를 생산하면서 고체 형태의 탄산염이 전극에 쌓이면서 방전 용량이 점점 줄어들고 안정성이 떨어진다는 한계점이 있다. 또 이 전지를 충전할 때는 이산화탄소가 다시 발생한다는 단점이 있다. 이에 따라, 이산화탄소를 활용하면서 제거할 수 있는 실용적이고 효율적인 CCUS 기술 개발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번 연구는 이산화탄소를 물에 녹이면 손쉽게 다른 물질로 전환할 수 있다는 점에 착안했다. 이산화탄소가 물에 녹게 되면, 그 물은 수소이온(H⁺)이 많아져 산성을 띠는 물이 되고, 전자(electron)들이 이동하면서 전기 에너지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 시스템은 연료전지처럼 음극(아연, 알루미늄 금속)과 분리막, 양극(촉매)으로 구성되었으며, 다른 전지와 달리 촉매가 물속에 담겨 있고, 음극과 도선으로 연결된다.

전기가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는 다른 물질인 탄산수소칼륨으로 변환되는데, 이때 전환 효율은 57% 혹은 그 이상이 된다. 또한, 그 과정에서 수소도 생산되기 때문에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 금속(아연, 알루미늄)-이산화탄소 시스템 개념도. 물속에 불어넣은 ① 이산화탄소의 자발적인 용해 반응과 양극 전극에서 일어나는 ② 수소 발생 반응, 음극에서 일어나는 ③ 금속(아연 및 알룸미늄) 산화 반응을 나타낸다.

반응 원리는 크게 세 단계로 정리된다. 우선 물에 이산화탄소를 불어넣으면 ① 수소 이온, 즉 양성자(H⁺)와 탄산수소염(HCO₃⁻)이 만들어진다. 양성자가 많아져 산성으로 변한 물은 ② 아연 및 알루미늄 금속에 있던 전자(e⁻)들을 도선을 통해 끌어당기면서 전자의 흐름, 즉 전기를 만든다. ③ 수소 이온(H⁺)은 전자를 만나 수소 기체(H₂)로 변한다. 마지막으로 음극 전해질에서 전기화학적 평형을 맞추기 위해, 포타슘(K+) 및 나트륨 이온(Na⁺)은 분리막을 통과해 탄산수소염(HCO₃⁻)과 반응해 탄산수소칼륨(KHCO3) 및 탄산수소나트륨(NaHCO₃)이 된다.

지난해 연구팀이 공개한 ‘나트륨 금속–이산화탄소 시스템(Hybrid Na-CO₂system)’과 비교해도 장점이 월등하다. 금속-이산화탄소 전지에는 고체 탄산염에 의한 전극 막힘(Electrode Clogging) 현상이 나타났고, 충전할 경우 이산화탄소가 다시 발생했다. 이 때문에 전지 용량이 작고, 오랫동안 작동할 경우 안정성이 떨어진다.

▲ 수계 금속-이산화탄소 시스템은 기존 금속-이산화탄소 전지에 비해 뛰어난 전기화학적 성능을 보여주며, 수소를 발생시킨다는 장점이 있다. 아연 금속과 알루미늄 금속을 음극으로 썼을 때 전기 출력이 가장 높다. 이들 금속을 활용할 경우 더 많은 전기를 활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 수계 금속-이산화탄소 시스템을 구동한 이후 비교한 것으로, 시스템을 구동했을 때 색칠한 부분만큼 이산화탄소가 변환됐음을 나타낸다. (변환효율 57%)

반면 수계 금속(Zn or Al)-이산화탄소 시스템에서는 반응생성물이 용해된 이온과 기체 형태의 수소라 전극이 막힐 염려가 없다. 또 기존 금속-이산화탄소 전지와 비교해서 월등히 높은 출력을 보이며, 이에 따른 수소 발생 속도 또한 굉장히 빠르다. 결과적으로 고밀도 전류에서 지속적으로 구동하며 이산화탄소를 제거할 수 있으며 수소 생산 속도도 높일 수 있다.

김건태 UNIST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 교수는 “이 기술은 이산화탄소를 더 빠르고 값싸게 줄이면서 수소와 전기를 생산할 수 있는 활용성 높은 세계 최초의 기술”이라며 “실증 연구 수준에 빠르게 도달한 만큼 상용화 가능성도 높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기존의 이산화탄소 활용 기술의 경우 CO₂를 직접 변환하는 과정에서 에너지 소모가 커서 효율성이 낮은 한계점이 있었다. 이번에 개발한 기술에 활용된 수계 전해질 용해 반응의 경우 자발적인 화학반응을 유도해 실질적인 CO₂ 활용과 저감 기술로 응용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더불어 이산화탄소를 제거하고 전기 에너지와 청정에너지 자원인 수소를 생산함으로서 미래 수소에너지 시대를 앞당기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기후변화 대응 기술 개발사업의 ‘Korea CCS 2020’ 사업 지원을 받아 수행되었으며,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앙게반테 케미(Angewandte Chemie)’에 5월 22일자 게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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