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로 방향 무관하게 작동하는 냉각판 개발
다공성 구조로 표면 개질하여 냉각효율 획기적 향상

▲ 전자제품 및 전자 장비에서 발생하는 열을 관리하기 위한 최적의 기술이 개발됐다. 사진은 한국기계연구원 에너지기계연구본부 에너지변환기계연구실 이정호 박사 연구팀(왼쪽부터 신동환 선임연구원, 김진섭 선임연구원, 이정호 책임연구원)

[기계신문] 한국기계연구원은 에너지기계연구본부 에너지변환기계연구실 이정호 책임연구원 연구팀이 전자제품 및 전자 장비의 열관리를 위한 새로운 냉각기술 ‘무방향성 상변화 냉각판(TGP, Direction-Free Thermal Ground Plane)’ 개발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기존 냉각방식인 증발 대신 물이 끓는 비등의 원리를 이용해 2배 이상의 냉각성능을 내면서도 작동 방향과 관계없이 쓸 수 있는 기술로, 향후 전자제품, 전자 장비, 의료용/군사용 장비, 전기자동차 및 ESS용 배터리 등 다양한 분야 활용이 기대된다.

▲ 무방향성 상변화 냉각판의 작동 원리

연구팀은 냉각판의 고온부 금속 표면을 다공성 구조로 가공(microporous coating)하여 상대적으로 낮은 온도에서도 쉽게 물이 끓도록 해 냉각 성능을 2배 이상 높인 기술을 개발했다. 매끄러운 표면보다 요철이 있는 구조에서 물이 더욱 빨리 끓는 점에서 착안한 기술이다.

또 냉각판의 작동 원리를 기존 냉각장치로 주로 쓰이던 히트파이프(heat pipe)와 베이퍼챔버(vapor chamber, 증기챔버)에 쓰던 증발(evaporation) 방식에서 액체가 끓는 현상을 일컫는 비등(boiling) 방식으로 바꿔 방향과 관계없이 작동하도록 했다. 비등은 물이 1기압 100℃에서 끓어서 증발하는 것을 말한다. 증발은 빨래가 마르거나 컵 속의 물이 증발하듯 액체가 기화하는 현상을 모두 포함한다.

▲ 무방향성 상변화 냉각판 시제품

TGP를 전자제품 내부 고온이 발생하는 부품에 부착하면 발열부와 맞닿은 부분에서 기포가 발생한다. 기포가 압력에 의해 액체를 사방으로 밀어내면서 냉각이 이뤄진다. 압력에 의한 이동이기 때문에 작동 방향의 변화와 관계없이 우수한 냉각성능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이 큰 장점이다.

▲ 표면 가공에 따른 비등 효과 차이의 비교

지금까지 히트파이프나 베이퍼챔버는 액체가 내부에 금속으로 만든 심지(Wick)를 따라 모세관힘에 의해 이동하며 냉각하는 방식을 이용했다. 금속 심지를 따라 정해진 방향으로만 작동하기 때문에 항공기 같이 위치가 자주 바뀌거나 정밀한 제어가 필요한 전자장비에서는 성능이 떨어지는 한계가 있었다.

한편 최근 전자 장비의 고집적화, 고출력화에 따라 발생하는 열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열관리 및 냉각기술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발열은 전자제품 고장 원인의 54%에 달할 정도로 전자 장비의 수명과 관련이 깊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미국 공군 항공전자 진실성 프로그램(US Air Force Avionics Integrity Program) 연구결과, 반도체의 경우 약 70도가 넘으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정호 박사는 “전자제품 및 전자 장비뿐만 아니라 방열 및 냉각을 해야 하는 많은 산업 분야에 확대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특히 고발열 냉각이 필요한 고출력 전자 장비를 비롯해 최근 크게 배터리 화재로 이슈가 된 ESS 배터리, 전기자동차 배터리의 냉각, 고출력 LED 등의 열관리 분야에 직접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