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신문] 연료전지는 수소를 공기 중의 산소와 전기화학적으로 반응시켜 전기와 열을 생산하는 발전기다. 친환경적이며 사용자의 편의에 따라 On-off 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각광 받는 신재생 에너지원이기도 하다. 연료전지에는 산소가 물로 바뀌는 전기화학 반응(산소환원반응, Oxygen Reduction Reaction)이 필수적인데, 이 과정에서 고효율과 높은 가격 경쟁력을 가지는 촉매가 필요하다.

지금까지 산소환원반응의 촉매로는 귀금속인 백금(Pt)이 쓰였다. 그러나 백금의 가격은 여전히 높고 안정성도 낮아 이를 대체하기 위한 저렴한 전이금속을 이용한 촉매 개발 연구가 활발하다. 실제로 전이금속을 이용한 수많은 촉매가 개발되고 여러 모델이 이론적으로 제시됐다. 하지만 전이금속 촉매의 정확한 활성 구조를 제시하고 실험적으로 이를 증명하는 연구 결과는 미비하다.

촉매의 정확한 활성 구조를 알게 된다면, 촉매를 설계하고 구현하는 데 근본적인 도움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이상적인 전이금속 기반의 촉매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값싸고 흔한 전이금속을 미량 사용해 원자단위의 이상적인 구조를 밝혀내고, 이에 따른 활성자리를 이론적·실험적으로 증명하는 연구가 필요하다.

이러한 가운데 소량의 원자단위 값싼 아연(Zn)과 질소(N), 탄소(C)를 결합하여 높은 효율과 안정성을 보이는 촉매가 개발돼 눈길을 끌고 있다.

▲ 가능한 전이금속 원자(분홍색)와 탄소(노란색), 질소(파랑색)와의 결합구조 모식도. 연구팀의 ZnCN은 아연(Zn) 원자 하나와 질소(N) 원자 두 개가 결합한 구조를 가지며 이상적인 산소환원반응 활성자리임을 보인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 백종범 교수팀은 중국 난징대(NUIST) 부 윈페이(Yunfei Bu) 교수팀과 공동으로, 아연-질소-탄소로 이뤄진 새로운 촉매를 합성하고, 이 촉매에서 산소환원반응이 잘 일어나는 활성 자리를 찾는 데 성공했다. 활성 자리를 중심으로 촉매를 설계, 합성하면 더 높은 효율을 얻을 수 있을 전망이다.

기존 촉매 연구는 값비싼 백금을 대체하는 고효율 전이금속 촉매를 합성하는 데 중심을 뒀다. 백금 대신 다른 물질을 써서 고효율을 얻을 수 있는지 살피는 것이다. 그러나 새롭게 합성한 촉매 내에서 최적화된 반응이 일어나는 구체적인 위치를 찾는 연구는 부족했다.

이번 연구에서 백종범 교수팀은 아연(Zn)과 질소(N), 탄소(C)로 이뤄진 새로운 전이금속 촉매(ZnNC)를 합성했다. 그런 다음 분광 분석 장비와 원자 내에 전자가 들어가는 있는 모양과 에너지를 계산하는 함수를 이용해 산소환원반응이 잘 일어나도록 도와주는 촉매 구조를 찾아냈다.

연구팀이 사용한 분광 분석 장비는 ‘X-선 흡광 분석기(X-ray Absorption Fine Spectroscopy)’다. 이 장비는 X-선을 쪼였을 때 물질 내 전자가 X-선을 흡수하는 모양(spectrum)이 물질마다 다르다는 걸 이용한다. 분석 영역에 따라 두 가지로 구분되는데, 기존에는 원자 결합 종류만 파악할 수 있는 EXAFS 분석법을 사용했다.

▲ 이론적 계산에 따른 XANES 데이터(노랑: 탄소, 파랑: 질소, 회색: 아연, 빨강: 산소). a: Zn-N2 구조의 데이터를 보면 이론 데이터와 일치함을 보여 아연 원자가 2개의 질소 원자와 결합하고 있는 구조를 실험적으로 보여준다. b-i 의 데이터는 가능한 다른 모델들의 실험결과 값을 보여주고 있으며 이론값과 일치하지 않음을 보여준다.

이번에는 EXAFS 분석 외에도 XANES 분석법을 추가로 활용해 원자의 종류뿐 아니라 원자의 결합구조도 밝혀냈다. 그 결과, 최적화된 촉매 반응 자리가 아연(Zn) 원자 하나에 질소(N) 원자 두 개가 결합된 Zn-N₂구조임을 알아냈다. 또 이 구조의 촉매가 백금(Pt)와 비교해도 산소환원반응 속도가 더 우수하다는 걸 실험을 통해 입증했다. 이 실험 결과는 이론적인 계산 결과와도 잘 일치했다.

백종범 교수는 “성능을 중시하는 기존 촉매 개발에서 벗어나 촉매의 활성 자리를 정확히 규명하는 데 초점을 맞춘 연구”라며 “활성 자리 구조를 위주로 촉매를 설계할 수 있기 때문에 촉매 효율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연구를 주도한 UNIST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 펑 리(Feng Li) 박사는 “아연 원자 한 개에 질소 원자 두 개가 결합한 Zn-N₂ 형태가 산소환원반응 촉매의 이상적인 활성 구조임을 밝혀냈다”며 “이번 연구에 쓰인 방식을 활용하면 다른 전이금속 촉매의 활성 구조를 찾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리더연구자지원사업(창의연구)과 BK21 플러스사업, 우수과학연구센터(SRC), 중국 국가자연과학기금 위원회, 장쑤(JangSu)지방 자연과학위원회의 지원으로 이뤄졌으며,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Nature Communications)에 6월 13일자로 게재됐다.

▲ 소량의 원자단위 값싼 아연(Zn)과 질소(N), 탄소(C)를 결합하여 높은 효율과 안정성을 보이는 촉매가 개발돼 눈길을 끌고 있다. 왼쪽부터 가오펑 한 (Gao-Feng Han) UNIST 연구원, 펑 리(Feng Li) UNIST 연구원, 백종범 교수, 노혁준 UNIST 석박사통합과정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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