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신문] 은하는 수백억, 수천억 개의 항성으로 이루어진 천체이다. 은하는 타원 모양, 나선팔 모양 등 다양한 모양을 가지고 있다. 은하가 다양한 모양을 가지는 이유를 규명하기 위한 노력이 지난 100년 동안 이어져 왔다.

우주에서 가장 흔한 은하는 나선팔 모양 구조를 가진 ‘나선은하’이다. 나선은하 중 약 1/3은 중심 부분이 막대 모양을 하고 있는데, 이런 은하를 ‘막대나선은하’라 부른다.

▲ 막대나선은하의 한 예이다. 중앙 부분 노란색 직사각형으로 표시한 부분이 이 은하의 막대구조이다. 이러한 막대구조가 어떻게 만들어질 수 있는지 지난 100년간 연구되어왔다(그림출처 : NASA - NASA, ESA, and The Hubble Heritage Team (STScI/AURA), P. Knezek (WIYN)).

막대구조는 나선은하의 핵심적인 구조물이다. 막대구조는 은하 내 별의 탄생과 은하 중심부 거대블랙홀의 성장 과정에 큰 영향을 준다. 또한, 막대구조는 은하의 주요구조물인 팽대부의 형성에 깊이 관여한다고도 알려져 있다. 따라서 막대구조의 형성과정을 이해하는 것은 은하의 진화를 이해하는 데 필수적이다.

그동안 막대구조 형성에 대한 가설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져 왔다. 은하 내부적인 요인에 의한 형성모델과 주변 은하의 중력작용 때문에 막대구조가 만들어진다는 환경효과 모델이 그 두 가지이다.

그 외에도 제3의 대안으로 다른 모델들이 제시되기도 하였다. 그러나 어떤 모델이 맞는지 속 시원하게 밝혀지지는 않아, 막대구조의 형성과정은 은하구조 연구의 난제로 남아있었다. 이러한 가운데, 최근 서울대학교 물리천문학부 임명신 교수 연구팀이 은하의 모양을 결정짓는 새로운 원리가 있음을 밝혀냈다.

연구팀은 막대구조를 만들 수 있는 제3의 대안이 있음을 관측자료의 분석을 통해 밝혀냈다. 두 개의 은하단이 충돌하는 과정에서 막대구조가 생성됨을 최초로 알아낸 것이다. 은하가 수백, 수천 개 모인 우주에서 가장 규모가 큰 은하 집합체이다. 태양질량의 1014에서 1015배 정도로 매우 무겁다. 중력적으로 안정된 구조를 가진 천체 중 가장 무거운 것이 은하단이다.

은하단은 매우 무거운 천체이며, 따라서 중력의 힘도 매우 강하다. 은하단에 소속된 은하는 평소 은하단의 중력의 힘을 안정적으로 받으며 안정된 구조를 유지한다. 그러나 은하단이 충돌할 때에는 은하가 느끼는 은하단 중력의 힘이 급격하게 변하게 된다. 이렇게 급격하게 변하는 힘이 작용하게 되면 은하에 막대구조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연구팀은 슬론 디지털 스카이 서베이(Sloan Digital Sky Survey)라고 하는 외부은하 탐사 관측자료를 분석하여 105개의 은하단을 선별하였고, 또한 이 중 16개가 충돌하고 있는 은하단임을 밝혀냈다.

▲ 은하단의 충돌과정(상단), M81 나선은하(하단 좌측), 및 NGC 1300 막대나선은하(하단 우측). 은하단이 충돌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급격한 중력장의 변화로 인하여 막대구조가 없는 나선은하(하단 좌측 그림)에 막대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음(하단 우측 그림)을 이번 연구가 처음으로 밝혀냈다.

그리고 막대구조 유무를 알 수 있는 알고리듬을 적용하여 은하단에 소속되어 있는 1377개의 나선은하 중 막대나선은하를 선별하였다. 그리고 추가작업으로 자동선별된 은하의 이미지를 수작업으로 다시 확인하여 자동화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오류를 수정하였다.

연구팀은 이 같은 과정을 거친 후 충돌하는 은하단과 그렇지않은 은하단에서의 막대나선은하 빈도를 조사하였다. 그 결과 충돌하지 않는 은하단에서보다 충돌하는 은하단에서 막대나선은하가 50% 더 많이 존재함을 알아냈다.

연구팀은 은하단 충돌 자체가 아니라 은하단 충돌과정에서 생기는 파생적인 물리적 메커니즘에 의하여 충돌하는 은하단에서 막대나선은하가 더 많이 발견될 가능성도 조사하였다. 그 결과 파생적인 물리적 메커니즘과 막대나선은하의 발생빈도 사이에는 큰 상관관계가 없음을 밝혀냈다.

이를 통해 은하단 충돌 자체가 막대구조 형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어 충돌하는 은하단에서 막대나선은하가 많이 존재한다는 결론을 도출하기에 이르렀다.

은하단의 충돌이 막대구조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사실은 그동안 학계에서 간과되어왔다. 20년 전 한 이론연구에서 그러한 가설이 제안된 바 있으나, 그마저도 그 후 큰 주목을 받지 않아 은하단 충돌이 막대구조를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은 그동안 잊혀져 왔다. 그러나 이 연구는 은하단 충돌이 나선은하 막대구조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관측적으로 밝혀낸 것이다.

임명신 교수는 “이번 연구는 은하의 특성이 주변 환경에 좌지우지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좋은 예ˮ라며 “은하 막대구조 연구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였다ˮ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에 함께 참여한 윤용민 연구원은 “이 연구는 관점을 넓혀 은하의 특성을 면밀하게 분석하여 얻어낸 결과ˮ라고 설명하면서 “은하단 충돌이 막대나선은하의 다른 특성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연구할 계획ˮ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은하의 구조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인은 크게 두 가지로 알려져 왔다. 은하가 무겁거나 가볍다는 식의 은하의 내부적인 요인과 주변 밀도의 높고 낮음과 같은 정적인 환경적 요인이 그것이다.

이번 연구결과는 기존 설명에 더해 우주의 대규모 구조물인 은하단의 충돌이라는 ‘급격한 환경의 변화’도 은하의 구조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인임을 새로이 밝혀냈다는 점에서 뜻깊다.

이 연구결과는 은하단 충돌로 대표되는 ‘급격한 주변 환경의 변화’를 은하의 구조연구에 도입해야 함을 보여주었다. 이는 은하의 모양에 관한 연구에 새로운 활력소를 불어넣어 줄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한국연구재단 기초연구사업(리더연구)의 지원으로 수행되었으며,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천문학(Nature Astronomy)’에 6월 24일 게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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