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신문] 현재까지 반도체 집적회로에 사용되는 트랜지스터의 수는 무어의 법칙(Moore’s law)에 따라 2년마다 두 배로 증가해왔다. 많은 과학자들이 무어의 법칙의 궁극은 분자컴퓨팅이 될 것으로 예측하지만,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단분자의 전기적 특성파악, 분자-전극 접합의 열전달 제어와 같은 많은 장애물이 있다.

분자컴퓨팅에서는 두 전극을 분자들로 연결하기 때문에 분자들이 열을 받게 되면 원자들의 빠른 진동으로 인해 분자-전극 계면 접합이 깨질 수 있다. 따라서 미래 분자컴퓨팅의 신뢰성 확보를 위해서는 분자접합부에서 열이 더 빨리 분산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지난 15~20년간 유기 단분자 및 분자-전극 계면에서의 전자전달 특성에 대해서는 많은 연구가 진행되고 결과들이 보고됐지만, 열전달에 대해서는 실험적으로 측정할 수도, 제어할 수도 없었다.

최근 울산과학기술원(UNIST) 장성연 교수 연구팀 등이 참여한 국제 공동연구진이 피코(10⁻¹²)와트 단위의 초미세 열을 측정하는 열량계를 이용하여 오랜 난제였던 유기단분자의 열전도도를 측정, 분자컴퓨팅 실용화를 위한 새로운 한 발을 내디뎠다.

▲ (왼쪽) 원자레벨의 평탄도를 지닌 Au 기판과 Au 나노탐침 사이에 형성된 단분자-금속 접합모식도 (오른쪽) 이번 연구에 사용된 다양한 탄소사슬길이를 가지는 유기 단분자들. 탄소 사슬의 말단에 S그룹을 지니고 있어 금속과의 화학결합을 형성할 수 있다.

국제 공동연구팀은 지난 십여 년 동안 단분자의 전기적 성질 및 열전성질에 관한 연구를 수행해 왔으며, 단분자의 열전달을 측정하는 방법들을 모색해 왔다. 이번 연구에서는 열 감지 능력이 매우 뛰어난 나노스케일의 열량계를 제작하고, 이를 이용하여 단분자의 열전도도를 측정해냈다.

연구팀은 1조(兆)분의 1 와트에 가까운 예민한 열감지 능력을 지닌 탐침형 열량계를 이용해 탄소사슬로 된 단분자의 열전도도를 측정할 수 있었다. 이때 열량계(calorimetric scanning probe)란 열량 측정, 화학반응 또는 물리적 변화뿐만 아니라 열용량의 열을 측정하는 프로세스에 사용되는 개체를 말한다.

이는 차가운 금 기판과 뜨거운 금 탐침 사이에 놓인 유기분자의 말단이 분리되면서 변화되는 열용량을 측정하는 방식이다. 유기 단분자가 두 전극으로부터 분리되면서 변화되는 수십 피코와트 수준의 작은 에너지변화를 감지하여 탄소사슬을 통해 전달되는 열을 측정해낸 것이다.

▲ 단분자 열전도측정에 사용된 scanning probe microscopy 기반 break junction 장비 사진

또한 측정을 통해 유기분자의 탄소사슬 길이가 열전도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밝혔다. 이론상 금속이나 반도체에서 소재의 길이가 길어질수록 전자와 열의 전달은 감소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양자효과가 적용되는 미시세상에서는 분자의 길이에 따라 전자전달은 영향을 받지만 열전달은 거의 일정함을 밝혀냈다. 이는 전자에 의해 발생하는 열전도는 무시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양자효과는 분자, 원자, 전자, 소립자와 미시적인 계에서 일어나는 효과 및 현상. 즉, 작은 크기를 갖는 계의 현상이다.

장성연 교수는 “이번 연구는 단분자 레벨의 열전도도를 처음으로 측정한 것”이라며 “향후 분자 구조의 디자인을 통해 전자 및 열의 전달 특성을 제어하여 분자컴퓨팅을 실현하고, 나아가 단분자들의 열전특성을 이용한 분자에너지 소재를 개발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한국연구재단 선도연구센터사업등의 지원으로 수행되었으며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 7월 17일자 게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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