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신문] 최근 전기자동차 시장의 확대로 고성능 리튬이온전지의 수요가 급격하게 늘어남에 따라 리튬이온전지용 차세대 음극소재로서 기존 '흑연' 음극소재 대비 10배 이상의 이론용량을 갖는 '실리콘' 음극소재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실리콘' 음극소재는 이러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충전과 방전 중에 약 300% 이상의 극심한 부피변화를 수반하며, 그 결과 소재의 심각한 구조붕괴에 따른 성능열화가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때문에 상용 음극소재인 흑연에 실리콘을 미량 섞어 용량을 다소 높이는 데 그쳤다.

최근 경희대 박민식 교수, 중앙대 문장혁 교수, 호주 울런공대 김정호 교수 등 공동연구팀이 자이로이드 구조의 고용량·고출력 차세대 리튬이온전지용 3차원 음극소재를 개발했다. 자이로이드(gyroid)란 규칙적 패턴이 반복되는 다공성 삼차원 나노 구조체로서 삼각함수를 사용한 수학적 표면으로 구성된다.

▲ 3차원 공간구조형 실리콘복합산화물 합성공정 모식도. 자이로이드 구조의 실리카(왼쪽 위)를 전구체로 간단한 선택적 환원공정을 통해 실리콘 결정이 내부에 삽입된 3차원 공간구조형 실리콘복합산화물을 합성하였다.

공동연구팀은 실리콘 팽창에 따른 재료 내부의 저항력, 즉 응력을 최소화하도록 다공성 자이로이드 구조의 실리콘복합산화물 음극소재를 설계하고 단일공정(one-pot)을 통해 합성하는 데 성공했다. 응력은 압축, 굽힘, 비틀림 등 외부 힘에 의해 변형된 물체의 내부에 발생하는 저항력으로, 재료에 응력이 생기면 재료의 강도가 떨어지거나 파손되기 쉽다.

시뮬레이션을 통해 예측한 결과 다공성 기공이 응력을 줄이고 3차원 자이로이드 구조를 통해 구조적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음을 알아낸 데 따른 것이다.

이렇게 개발된 소재는 실제 충·방전 시 규칙적으로 배열된 직경 10나노미터 크기의 기공들이 실리콘의 부피팽창을 효과적으로 완충함으로써 기존 흑연 대비 5배 이상의 가역용량을 달성했으며, 100회 이상의 충·방전에도 초기 효율의 80%를 유지하는 장수명을 구현해냈다.

▲ 각 모델 아래의 숫자는 리튬이온의 삽입량을 퍼센트 농도로 표현한 것이며, 적색으로 변할수록 각 국소지점의 위치변화(부피팽창도)가 크다는 것을 의미 한다. 입자 단위의 실리콘(위)은 리튬이온 삽입시(전지 충전시) 부피가 300%가량 변하지만 본 연구에서 설계된 3차원 공간구조형 실리콘복합산화물(아래)은 기존 부피를 그대로 유지하는 모습을 보인다.

한편 복합소재 내부의 산소만을 선택적으로 환원하여 내부에 기공을 형성함으로써 기공을 통한 리튬 이온의 확산을 도왔다. 반복적인 리튬 이온 유출입 시에도 기계적 강도 손실 없이 출력 특성을 개선시킬 수 있었다.

이번 연구에 제1저자로 참여한 호주 울런공대 이재우 연구원은 “시뮬레이션 해석과 실제 실험적 관찰이 통합된 융합연구인 것에 큰 의의가 있다”며 “향후 실리콘 기반 음극소재 융합연구는 리튬이온전지가 핵심부품으로 사용되는 전기자동차 산업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멀티스케일 전산모사 기법을 활용한 소재의 구조설계 및 실험적 검증을 통해 차세대 고용량 음극소재 개발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였으며, 개발소재는 기존 흑연 음극소재 대비 5배의 획기적으로 개선된 용량과 장수명 특성을 구현하였다.

▲ 리튬 삽입 시, 입자 내부에 결정학적 결함이 없는 입자의 경우(왼쪽, 위 : 시뮬레이션, 아래 : 전자현미경 관찰) 리튬이 표면부터 쌓여 내부로 침투하면서 기계적 강도 약화를 야기하지만, 결정학적 결함이 유도된 입자의 경우(오른쪽) 결함을 통해 리튬이 내부까지 고르게 확산하여 기계적 강도를 그대로 유지하며 출력특성이 개선된 모습을 확인하였다.

또한 선택적 환원공정을 통해서 간단한 방법으로 고용량 실리콘 음극 소재의 미세구조를 제어하고 전기화학특성과의 상관관계를 도출함으로써 실리콘 기반 고용량 음극소재의 상용화 연구에 큰 진보가 있었다.

따라서 리튬이차전지 연구가 직면하고 있는 실리콘 기반 고용량 음극소재의 상용화에 이바지할 수 있는 도약연구가 될 것으로 예상되며, 향후 리튬이온전지가 핵심부품으로 사용되는 전기자동차 산업에도 파급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추진하는 기후변화대응기술개발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되었으며, 연구 성과는 재료분야 국제학술지 '에이씨에스 나노(ACS Nano)'에 8월 5일 게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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