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신문] 나노 소재 전문 중소기업이 보유한 은나노와이어 제조기술을 빼돌려 자신이 설립한 회사를 통해 해외로 유출시킨 혐의로 재판을 받아온 기술 개발자가 항소심에서 유죄판결을 받았다.

수원지방법원 항소부는 5일(목) 열린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산업기술보호법)’,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부정경쟁방지법)’ 및 형법 등 위반으로 구속 기소된 최모씨에게 일부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 사회봉사 200시간을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2명에게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80시간을, 이들이 일했던 주식회사 씨스리나노코리아(C3Nano Korea)에는 벌금 3000만 원을 선고했다.

최모씨는 은나노와이어 개발기업인 나노픽시스에서 일하는 동안 첨단기술을 탈취해 자신이 설립한 회사에서 사용하고, 이후 합병한 미국 기업 씨스리나노(C3Nano)에 관련 기술을 유출한 혐의로 2017년 기소됐다.

원심 법원인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은 최모씨의 업무상 배임행위에 대해서만 유죄를 인정하고 산업기술보호법 위반,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에 대해서는 무죄로 판결했다. 하지만 항소심에서는 이를 뒤집고 유출된 기술이 첨단기술임을 인정해 산업기술보호법 위반 및 업무상 배임죄가 성립된다고 판결했다.

관련 기술 유출로 손해를 입은 ㈜나노픽시스(Nanopyxis)는 세계 최고 수준의 은나노와이어 기술을 개발한 국내 중소기업으로, 은나노와이어는 나노미터(㎚)급의 정밀기술에 기반한 차세대 디스플레이 소재로 기존 인듐주석산화물(ITO) 필름 대체제로 주목 받고 있다.

ITO 소재인 인듐은 80% 이상이 중국에 매장되어 있고 ITO 원천기술은 일본이 보유하고 있는 실정이어서 은나노와이어 등 나노 기술을 보유한 기술 기업들은 기존 ITO를 대체하기 위한 제품을 개발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특히 나노픽시스의 은나노와이어 기술은 패널을 구부리거나 꺾어도 전기 신호가 끊기지 않고 통하도록 하는 터치패널 소재로 폴더블 스마트폰과 롤러블 TV 등 차세대 디스플레이를 구현할 수 있다.

이번 판결에 대하여 나노픽시스 이용상 대표는 “약 5년여의 연구개발과 100억 원 이상이 투자된 은나노와이어 제조기술이 첨단기술로서 보호 받아야 할 산업기술임을 재차 인정받게 되어 매우 다행”이라며 “앞으로도 연구개발과 기술 상용화 노력을 기울여 디스플레이 소재 분야 국내 기술 경쟁력을 높이고 제품 국산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적재산권에 정통한 법률 전문가들은 “나노픽시스 보유 기술 유출 건은 외산 제품을 대체할 수 있는 첨단기술이 국외로 유출되어 해당 기업뿐 아니라 국가적 손실이 발생한 사례로, 이를 산업기술보호법 위반으로 판결한 것은 국내 중소기업의 기술을 적극 보호하고자 하는 법적 판단”이라고 의견을 모았다.

최근 정부에서도 산업기술유출근절 대책을 발표하는 등 첨단기술 유출 관련 처벌을 높이는 법률 개정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국가핵심기술 등을 고의로 유출한 경우 손해액의 최대 3배까지 배상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도입되는 등 관련 법규가 강화되는 추세이다.

한편, 이번 기술유출로 기업이 입은 피해액은 약 10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으며, 나노픽시스는 이에 대한 배상을 청구하는 민사소송을 제기하여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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