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산과학기술원(UNIST)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 김소연 교수 연구팀이 고분자 중 하나인 블록 공중합체의 박막 내 ‘흡착층(adsorbed layer)’을 조절해, 복잡한 나노 패턴을 대면적으로 제조하는 방법을 개발했다. 김소연 교수(우측)과 김동협 연구원

[기계신문] 반도체나 디스플레이 등에 필요한 나노 패턴을 만드는 새로운 기술이 나왔다. 스스로 조립해 나노 패턴을 만드는 고분자를 이용하는 방식을 한층 개선한 것으로, 기존에 얻기 어려웠던 복잡한 무늬도 대면적으로 쉽고 빠르게 제조할 수 있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 김소연 교수 연구팀이 고분자 중 하나인 블록 공중합체의 박막 내 ‘흡착층(adsorbed layer)’을 조절해, 복잡한 나노 패턴을 대면적으로 제조하는 방법을 개발했다.

블록 공중합체(block copolymer)는 다양하고 주기적인 나노 구조로 자기조립(self-assembly)을 할 수 있는 물질이다. 자기조립의 형태는 일반적으로 블록 공중합체의 블록 사이 분리 강도와 상대적인 블록 분율에 의해 결정된다. 반면 자기조립 나노 구조의 길이 규모는 그들의 분자량에 따라 수~수십 나노미터(㎚) 이상으로 다양하다.

특히 박막처럼 이차원에 한정된 블록 공중합체 자기조립 시스템은 잘 정의된 이차원 나노 패턴을 만들어낼 수 있다. 그 덕분에 많은 응용 분야에서 상향식 나노 패턴 제작에 블록 공중합체 자기조립 시스템이 쓰이고 있다.

그러나 단순한 점이나 선보다 복잡한 형태의 나노 패턴을 얻으려면 추가로 복잡한 공정이 필요하며, 여기에는 천문학적인 비용과 시간이 든다. 또 블록 공중합체 자기조립 시스템을 반도체나 디스플레이에 실제로 적용하기 위해서는 더욱 복잡한 나노 패턴을 대면적으로 쉽게 얻을 수 있는 기술이 필요하다.

▲ (아래) 자기조립된 공중합체 흡착층을 변화함에 따라 얻어지는 (위) 다양한 복잡한 대면적 나노 패턴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김소연 교수 연구팀은 전혀 새로운 메커니즘의 블록 공중합체 자기조립 시스템을 제안했다. 블록 공중합체 박막은 기판 위에 자발적으로 형성되는 비가역적 흡착층을 동반한다. 이 부분은 블록 공중합체 자기조립에 큰 영향을 미치지만, 지금까지는 제어할 방법이 없었다.

연구팀은 블록 공중합체 계면 자기조립을 이용해 비가역적 흡착층을 조절하는 방법을 제안했다. 이로써 최종적인 블록 공중합체의 자기조립을 통제하고 더욱 복잡한 형태의 나노 패턴을 추구하기로 했다.

블록 공중합체는 물/공기 계면에서 자기조립으로 분자 수준 두께의 이차원 형상을 만들어낼 수 있다. 이처럼 물/공기 계면에서 자기조립된 블록 공중합체를 기판 위에 전사하면 기판상에 비가역적으로 흡착할 수 있다는 사실은 이번 연구를 통해 최초로 규명됐다.

비가역적으로 흡착된 계면 자기조립 블록 공중합체 위에 새로운 블록 공중합체 박막을 형성하면, 기저층은 블록 공중합체 박막 내에서 ‘자기조립된 공중합체 흡착층(SCAL, Self-assembled Copolymer Adsorption Layer)’으로 작용한다.

▲ 물/공기 계면에 형성된 박막을 이용한 블록공중합체 자기조립 유도 개념도. 물/공기 계면에서 자기조립된 블록 공중합체가 기판에 비가역적으로 흡착되어, 기존 자연흡착층을 대체하는 ‘자기조립된 공중합체 흡착층’을 형성한다. 그 위에 형성된 블록 공중합체 박막은 SCAL-유도 자기조립현상에 의해 복잡한 형태의 다양한 나노 패턴을 형성할 수 있다.

이는 상부의 블록 공중합체 자기조립에 영향을 끼치게 된다. 결과적으로 기존의 블록 공중합체 자기조립 현상과는 다른 메커니즘의 ‘자기조립된 공중합체 흡착층-유도 자기조립(SCAL-induced self-assembly)’이 관측된다. 이를 활용해 기존에 얻을 수 없었던 다양하고 복잡한 형태의 나노 패턴을 나타낼 수 있었다.

물/공기 계면에서 계면 자기조립 블록 공중합체의 구조를 수 나노미터 수준으로 정교하게 조절함으로써 ‘자기조립된 공중합체 흡착층’ 구조의 조절이 가능하다. 이에 따라 ‘자기조립된 공중합체 흡착층-유도 자기조립’으로 얻을 수 있는 나노 패턴의 모양과 주기, 크기 등도 조절 가능하다.

▲ 자기조립된 공중합체 흡착층을 변화함에 따라 얻어지는 다양한 복잡한 대면적 나노 패턴

제1저자로 연구에 참여한 김동협 UNIST 화학공학과 석·박사통합과정 연구원은 “고분자 박막 내에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흡착층을 대신해 물/공기 계면에서 자기조립된 블록 공중합체를 흡착층으로 쓰면서 체계적으로 조절하면 원하는 나노 패턴을 얻을 수 있다”며 “고분자 박막 내 구조는 물론 고분자 박막 자체의 물성을 조절하는 다양한 연구에 기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소연 교수는 “‘물/공기 계면 자기조립 블록 공중합체가 기판에 비가역적으로 흡착한다는 것’을 발견한 것은 최초이며 매우 의미 있는 일”이라며 “비가역적으로 흡착된 계면 자기조립 블록 공중합체는 향후 다양한 계면과학 연구에도 적용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에서 제시한 새로운 블록 공중합체 자기조립 시스템은 전통적인 블록 공중합체 자기조립으로는 만들 수 없었던 복잡한 형태의 나노 패턴을 쉽고 빠르게 대면적으로 생산해낼 수 있다. 따라서 반도체, 디스플레이, 센서 등을 포함한 다양한 나노 패터닝 관련 연구개발에도 유용할 것으로 기대된다.

학술적으로는 그동안 난제로 여겨지던 고분자 박막의 비가역적 흡착층의 체계적인 조절을 가능하게 됐다는 의미가 있다. 향후 비가역적 흡착층에 따른 고분자 박막의 물성을 조절하는 다양한 연구에도 기여할 전망이다.

한편,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의 나노소재기술개발사업, 중견연구자지원사업, 선도연구센터지원사업 및 글로벌박사양성사업을 통해 이뤄졌으며, 박막의 나노구조 분석에는 포항가속기연구소의 UNIST-PAL 및 U-SAXS 빔라인이 활용됐다. 연구결과는  종합화학(chemistry, multidisciplinary) 분야 국제학술지 ‘ACS 센트럴 사이언스(ACS Central Science)’에 9월 10일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