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신문]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국가기반기술연구본부 민병권 본부장, 황윤정·김찬연 박사 연구팀은 인공광합성 기술 연구에 있어 그동안 오염원으로만 여겨지던 수용액 내 금속 불순물을, 오히려 이산화탄소 전환 촉매의 성능을 향상하는데 역이용하여 이산화탄소로부터 일산화탄소를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새로운 촉매를 개발했다.

지구 온난화의 주범으로 알려진 이산화탄소를 전기화학적으로 유용한 화합물로 전환하는 반응은 에너지·자원 분야에서 꿈의 기술인 인공광합성을 구현하는데 핵심 기술일 뿐만 아니라, 그 자체로 이산화탄소의 자원화를 위한 핵심 에너지 기술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기술을 위해 다양한 종류의 촉매들이 주로 금, 은과 같은 고가의 소재를 기반으로 개발되어 오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귀금속 촉매들은 전해질로 사용되는 물속에 존재하는 아주 적은 양의 금속 불순물의 흡착으로 인해 촉매 성능이 급격하게 떨어지는 문제점을 지니고 있었다. 일례로 약 0.05ppm(백만분의 일) 수준의 극미량의 철 이온 불순물 때문에 1시간 이내에 귀금속 촉매 성능이 80% 이상 감소한다.

기존에는 불순물을 피하기 위해 고도로 정제된 증류수를 사용해왔으나, 최근 KIST 민병권 본부장 연구팀은 금속 불순물이 다량 함유된 수돗물에서도 문제없이 작동하는 촉매를 개발한 바 있다.

그런데 이번에는 한발 더 나아가 이러한 촉매 안정성에 심각한 원인이 되는 수용액 내 금속 불순물을 오히려 촉매 성능을 높이는 활성점으로 이용하자는 역발상으로부터, 실제 반응을 하면 할수록 오히려 성능이 점점 더 향상되는 새로운 촉매를 개발하였다.

▲ (위) 기존 시스템의 금속 불순물에 의한 비활성화 모식도 및 성능 평가 결과 (아래) 개발된 금속 불순물을 이용한 자가 활성화 시스템의 모식도 및 성능 평가 결과

새로운 촉매는 질소가 도입된 탄소 소재를 촉매 전극으로 사용하였다. 이렇게 만들어진 전극에서는 반응 도중 물속에 존재하는 금속 불순물 이온들이 질소가 첨가(도핑)된 탄소 소재와 결합하게 되고, 이는 일산화탄소 생성 성능을 더욱 향상시키는 역할을 하게 된다.

연구팀은 이러한 탄소 소재 기반 촉매를 이용하여 일반적인 수돗물에 함유된 철 이온 농도인 0.05ppm보다 50배의 진한 농도에서도 기존 촉매 대비 최대 80% 이상 향상된 성능으로 120시간 이상 안정적으로 일산화탄소를 생산할 수 있었다.

KIST 민병권 본부장은 “이번 연구는 촉매 안정성에 가장 큰 폐해라 할 수 있는 수용액 내 금속 불순물을 역으로 이용해 보자는 아이디어에서 시작되었다”며 “연구를 통해 개발된 저렴하고 안정적인 탄소 소재 촉매는 향후 인공광합성 및 이산화탄소 자원화 기술의 실용화를 앞당기는데 이바지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지원을 받아 KIST 주요사업으로 수행되었으며 연구 결과는 촉매 분야 국제 과학전문지인 「ACS Energy Letters」 최신호에 게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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