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신문] 균일한 공극을 가진 다공성 무기재료인 제올라이트, 실리카겔, 활성 카본 등은 정수처리, 가스 분리, 촉매 등으로 널리 쓰인다.

무기물질로 이뤄진 이들 소재를 제조하기 위해서는 균일한 공극을 유도하기 위한 유기물질을 형틀(템플릿)로 사용하기 때문에 이를 다시 없애는 과정이 필요하고, 얻어지는 모양이 일정하지 않아 성형과정을 거쳐야 한다. 모양과 기능화 면에서 다양성을 담보하기도 어려웠다.

때문에 이를 유기물질로 대체할 수 있다면 경제적으로 다양한 나노구조를 구현할 수 있고, 다양한 기능성을 구현할 수 있어 최근 많은 연구가 진행되었다.

하지만 주로 무기소재를 제조할 때와 마찬가지로 단단한 형틀을 이용해 나노구조를 찍어내는 방식인 데다 비싼 원료를 사용하였다. 형틀을 제거하는 어려운 과정이 필요하고, 제거하는 과정에서 나노구조의 물성과 모양이 변하는 문제가 있었다.

최근 부산대학교 고분자공학과 김일 교수 연구팀이 벤젠, 나프탈렌과 같은 비교적 값싼 원료에서 캡슐, 튜브, 시트 등 다양한 형태의 다공성 나노구조를 동시에 얻어냈다.

▲ 간단한 벤젠, 나프탈렌 유도체(루이스 염기)를 루이스산 촉매로 이용하여 중합하면 루이스산/루이스 염기 상호작용에 의해 매우 안정된 균일한 다공성 나노재료가 얻어지며, 고온 소성을 통해 다공성 탄소 나노재료를 얻을 수 있다.

균일한 다공성 유기 나노소재와 탄소 나노소재를 경제적으로 용이하게 제조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함으로써 에너지 소재·촉매·가스저장 및 분리·오염원 제거·센서 등으로 쓰이는 다공성 나노소재의 활용도가 더욱 넓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팀은 흔히 알려진 산-염기 반응을 이용했다. 루이스산을 촉매로 루이스염기 단량체(monomer)인 벤젠과 나프탈렌 유도체를 원하는 방향으로 중합(polymerization)하는 방법을 찾아냈다. 루이스산은 화학반응에서 전자쌍을 받는 화학종으로 삼염화 철, 삼염화 알루미늄 등이 여기에 속한다.

촉매와 단량체의 비율, 종류와 양을 조절함으로써 중합과정을 제어, 나노캡슐, 나노튜브, 나노시트를 동시에 제조할 수 있게 됐다. 실제 이렇게 만든 다공성 나노캡슐은 넓은 표면적(1000㎡/g)으로 인해 유지로부터 바이오디젤을 생산하고 목재의 주성분인 셀룰로오스로부터 포도당을 제조하는 효율적인 재료로 쓸 수 있었다.

다공성 카본소재의 경우 2차전지용 슈퍼커패시터에 사용할 경우 기존 산화그래핀 대비 두 배 이상 향상된 정전용량을 보였고, 10만 회의 충방전 시험에서도 성능이 저하되지 않았다. 특히 매우 안정된 구조로 섭씨 800도 이상으로 소성한 후에도 원래 모양을 유지하는 한편 재활용도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 제조한 유기계 나노캡슐, 나노튜브, 나노시트와 상응하는 탄소 나노소재는 다공성, 안정성, 다기능성을 갖고 있어 촉매, 에너지저장, 가스 정장 및 분리, 화학센서 등 다양한 용도로 사용할 수 있는 소재이다.

김일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는 각종 촉매, 연료전지, 커패시터, 리튬이온전지, 트랜지스터, 항공우주 및 자동차용 복합재료는 물론 약물전달시스템, 바이오센서 등에 쓰일 수 있는 실마리가 된다”고 언급했다.

이번 연구에서는 간단한 벤젠과 나프탈렌 유도체를 원료로 가교체, 형틀, 계면 활성제 등의 첨가제를 사용하지 않고 사용 촉매의 자체조절 산-염기 상호작용과 이에 따른 자기조립 현상만을 이용하여 가교 중합과 동시에 구조적으로 안정한 다공성 유기 나노소재를 제조했다.

사용 원료와 촉매 조합을 변화시키는 것만으로 루이스산-염기 상호작용에 의해 구조를 다공성 구형, 캡슐형, 튜브형, 심지어 판형 나노구조로 제어할 수 있게 되었다. 다양한 구조가 형성되는 과정과 공극이 형성되는 체제를 규명하였기 때문에 향후 3차원 다공성 유기 나노소재 연구의 기초자료로 사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교육부·한국연구재단 이공학개인기초연구지원사업(기본연구_후속연구)의 지원으로 수행된 이번 연구 성과는 국제학술지 에이씨에스 나노(ACS Nano)에 10월 1일 온라인 게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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