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신문] 부산대 재료공학부 박민혁 교수, 서울대 재료공학부 황철성 교수 공동 연구팀이 광학기기나 장식품 등에 쓰이는 플루오라이트 구조를 기반으로 인공초격자를 개발, 메모리 디바이스 및 에너지 변환·저장 소자로 응용할 수 있는 실마리를 찾아냈다. 이때 플루오라이트(fluorite)란 플루오린화 칼슘(CaF2)에서 나타나는 등축 결정계 광물로 청색의 인광을 방출한다.

원자들을 인공적으로 배열하여 새로운 구조를 만들면 자연상에 존재 하는 재료로는 구현할 수 없는 특성을 구현할 수 있기 때문에 인공초격자를 기반으로 한 신소재는 기존 재료의 한계를 극복할 신소재로 큰 관심을 받고 있다.

기존에 연구되었던 인공초격자 물질의 경우에는 페로브스카이트 구조라는 비교적 복잡한 화학적 조성과 구조를 기반으로 한 물질로 이루어져 제작 공정 및 응용에 어려움이 많았다. 따라서 더 간단한 조성을 가지면서도 인공초격자를 만들었을 때 차별화된 특성을 보일 수 있는 신소재를 찾는 것은 현재 과학계의 큰 관심사 중 하나다.

산화하프늄이나 산화지르코늄 등의 플루오라이트 구조 기반의 물질은 비교적 간단한 조성과 구조로 제작이 용이하며, 반도체산업의 표준 물질인 실리콘 기판과 질화타이타늄 전극 등과 우수한 호환성을 가진다. 하지만 해당 물질은 서로 다른 두 물질을 적당한 비율로 섞는 방식으로 제작된 박막들이 주로 연구되었고, 인공초격자에 대한 연구는 미진하였다.

연구팀은 비교적 만들기 쉬운 세라믹 박막재료인 산화하프늄과 산화지르코늄을 0.5 나노미터 두께의 원자층 단위로 번갈아가며 쌓아 올려 극성 인공초격자를 제작했다.

또한, 두 물질을 일정한 두께로 반복한 인공초격자 형태에서 강유전성이 나타나는 것을 확인하고 그 이유를 규명해냈다. 전기 없이도 자발적인 분극 상태를 갖는 강유전성은 전원이 꺼져도 정보가 유지되는 메모리 소자용 소재로 이상적이다. 분극(polarization)은 이온성 결정에서 양이온과 음이온의 평균 위치가 불일치할 때 표면에 유도되는 단위면적당 전하량에 해당된다.

▲ 산화하프늄/산화지르코늄 기반 인공초격자의 투과전자현미경 분석 결과. (a) 투과전자현미경을 이용한 산화하프늄/산화지르코늄 인공초격자의 이미지, (b) 전극에 수직한 방향으로 분석된 하프늄 이온의 분포, (c-e) 인공초격자의 고해상도 투과전자현미경 이미지

박민혁 교수는 “실제 만들어진 인공초격자 물질을 커패시터 소자에 적용한 결과, 기존 박막 형태에 비해 잔류분극 성능이 10 % 향상되었다”며 “특히 반도체 표준물질인 실리콘 기판과 호환성을 지녀 실리콘 기판 위에 직접 인공초격자를 형성할 수 있는 단초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언급했다.

이번 연구에서는 기존 인공초격자 연구에 주로 사용되던 페로브스카이트 구조 물질보다 훨씬 간단한 조성과 구조를 가지는 신소재 기반의 인공초격자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였다.

이 인공초격자는 단순히 산화하프늄과 산화지르코늄을 섞은 고용체 박막과 비교해서 더 향상된 성능을 보일 수 있는 것이 확인되었으며, 3차원의 나노스케일 구조에도 쉽게 형성되고, 실리콘 기판과 같은 반도체산업계의 표준물질과 우수한 호환성을 가진다.

따라서 기존 연구와 차별화된 실용적인 인공초격자에 대한 원천기술을 확보함으로써 현재 자연계에 존재하는 재료로 구현하지 못하는 특성을 이 인공적인 격자를 이용해 구현하는 것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산화하프늄층과 산화지르코늄층의 비율을 조절하여 특성을 제어할 수 있으며, 약 1:1의 비율에서 나타나는 우수한 강유전성은 이진법 기반의 메모리 소자에 응용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약 1:3의 산화지르코늄이 더 많은 조성은 특유의 전계에 의한 상전이를 이용하여 에너지 저장 및 변환 분야에 응용이 기대된다.

한편,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지원하는 글로벌프론티어 사업과 삼성미래기술육성센터의 지원으로 수행된 이번 연구 성과는 국제학술지 ‘어플라이드 피직스 리뷰(Applied Physics Reviews)’에 11월 8일 게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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