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산과학기술원(UNIST)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 최남순-곽상규 교수 연구팀은 불소 원자를 포함하는 용매를 이용한 ‘이온 농축형 전해액’을 개발했다. (좌측부터) 김세훈 연구원, 김고은 연구원, 공동 1저자인 이태경 연구원

[기계신문] 세계 전기자동차 시장은 연평균 37%씩 성장해 2020년에는 1,044만대 규모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스마트폰, 웨어러블 기기를 포함한 최신 IT 제품에 주로 적용되는 상용 리튬 이온 전지의 경우, 전지 구성 소재의 물리적 특성 한계로 인해 최대 에너지 밀도가 낮아 단거리 주행용 자동차에만 제한적으로 적용할 수 있다.

최근 이차전지의 에너지 밀도를 획기적으로 높일 후보 기술인 리튬 금속 전지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고 있다. 리튬 금속 전지는 리튬 금속을 음극으로 채용하고 고용량 양극을 결합해서 만든다. 그러나 기존 리튬 이온 전지에 사용되는 ‘카보네이트 전해액’을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렵다.

카보네이트 전해액이 리튬 금속에 대해서 높은 반응성을 가져 폭발 위험성이 있기 때문이다. 고전압 리튬 금속 전지를 성공적으로 개발하기 위해서는 리튬 금속 음극에 대한 반응성이 낮고, 4V 이상의 고전압 양극에서도 작동이 가능한 ‘새로운 개념의 전해액 시스템’을 개발해야 한다.

▲ 불소화 인버스 전해액(빨간색)을 적용했을 경우 상용화된 카보네이트 전해액보다 고전압 리튬 금속 전지의 사이클 성능과 고출력 특성이 향상되었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 최남순-곽상규 교수 연구팀은 불소 원자를 포함하는 용매를 이용한 ‘이온 농축형 전해액’을 개발했다. 이 전해액은 리튬 금속 전지의 음극과 양극에 보호막을 고르게 형성해, 전체 배터리의 수명과 출력을 높였다.

리튬 금속 전지나 리튬 이온 전지의 충·방전은 ‘리튬 이온’이 양극과 음극을 오가며 일어난다. 이때 리튬 이온이 지나는 통로가 ‘전해액’인데, 전해액 자체가 전극 표면에서 반응해 보호막을 만들기도 한다.

그런데 이 보호막이 불균일하게 형성되면 문제가 생긴다. 음극에 리튬 금속이 뾰족하게 솟아나서 단락이 나타나거나 양극을 변형해 전지 성능을 떨어뜨리는 것이다. 따라서 이상적인 형태의 보호막을 만드는 게 중요하고, 이를 위해 전해액 성분을 효과적으로 조절해야 한다.

▲ 불소화 에테르 용매와 불소화 카보네이트 첨가제는 음극 표면에 불소화 계면 층을 형성해 리튬 덴드라이트를 억제하고 리튬 이온의 이동을 원활하게 한다. 또 불소화 카보네이트 첨가제는 고전압 하이니켈(니켈 함량 80%) 양극 표면에 얇고 균일한 보호막을 형성해 양극의 구조적 안정성과 전기화학반응의 가역성을 향상시킨다.

최남순 교수팀은 ‘불소(F)’를 함유한 새로운 조성의 전해액을 개발해, 음극과 양극을 동시에 보호하고 전지의 출력도 높였다. 불소는 리튬과 반응해 리튬 전극 표면에 보호막을 형성하고, 보호막이 부분적으로 파괴됐을 때 수선하는 역할도 했다.

이용원 UNIST 박사는 “불소를 첨가한 전해액이 양극에도 보호막을 만들면서 4V 이상 고전압에서 전해액이 분해돼 양극에 달라붙는 문제를 해결했다”며 “기존 리튬 이온 전지용 전해액에서는 확보할 수 없는 고전압·장수명 리튬 금속 전지를 구현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 불소화 카보네이트와 불소화 에테르 화합물은 리튬 금속 음극 표면에 불소화 계면 층을 형성한다. 반복적인 충·방전 과정에서 손상되는 불소화 계면 층을 불소화 에테르 화합물이 리튬 친화형 화학 메커니즘에 의해 수선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곽상규 교수팀은 이론 계산을 통해 불소를 포함한 용매의 반응 경향성과 반응 메커니즘을 규명했다. 특히 기존보다 환원 반응이 잘 일어나는 ‘불소화 에테르 용매’가 불소를 쉽게 내어주는 성질이 있어 음극에 보호막 형성을 촉진했다는 사실을 밝혔다.

곽상규 교수는 “이 계산 원리는 향후 리튬 금속 전지의 고성능화를 위한 기능성 전해액 소재와 첨가제 개발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최남순 교수는 “이번에 규명된 전극 계면 안정화 메커니즘은 고에너지 밀도 전지 개발을 위한 전해액 시스템 설계에 활용될 것”이라며 “리튬 금속 전지와 동일한 양극을 사용하는 리튬 이온 전지를 비롯해 차세대 고에너지 밀도 전지의 전기화학적 성능을 높이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 일반적인 인버스 전해액은 하이니켈 양극의 구조적 불안정성을 야기시켜 양극 활물질의 2차 입자 붕괴를 일으킨다. 불소화 인버스 전해액은 하이니켈 양극 계면에 얇고 균일한 보호막을 형성하여 양극의 구조적 안정성을 향상시킨다.

이번 연구에서 개발된 전해액 기술은 상용 리튬 이온 전지에 사용되는 카보네이트 전해액이 해결하지 못하는 리튬 금속 음극의 가역성을 크게 높이는 동시에 전기자동차의 주행거리를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고용량 하이니켈 양극의 미시적 및 거시적 구조적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는 계면 메커니즘을 확립하는 데 기여했다.

이를 통해 전지의 고에너지 밀도화를 실현할 수 있는 고전압 리튬 금속 전지의 상용화를 가속화하고, 리튬 금속을 음극으로 채용한 다양한 형태의 고에너지 밀도 이차전지의 전해액 소재 개발에도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기후변화대응기술개발사업과 산업통상자원부의 전략적핵심소재기술개발사업의 지원으로 이뤄졌으며,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나노 에너지(Nano Energy)’에 11월 20일자로 공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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