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산과학기술원(UNIST) 신소재공학부 최경진 교수 연구팀이 ‘실리콘 마이크로와이어(Silicon Microwire) 복합체’를 이용한 유연하고 투명한 태양전지를 개발했다.

[기계신문] 햇빛은 물질과 만나면 흡수되거나 투과되거나 또는 반사된다. 태양전지의 경우는 태양광이 광활성층에 흡수되면서 전기를 생산한다. 반면 우리 눈에 투명하게 보이는 물체는 태양광 중 가시광선이 물체를 투과한 경우다. 따라서 주로 가시광선을 흡수하는 실리콘 태양전지를 투명하게 만들면 흡수할 태양광이 줄어 효율이 떨어진다.

최근 울산과학기술원(UNIST) 신소재공학부 최경진 교수 연구팀이 ‘실리콘 마이크로와이어(Silicon Microwire) 복합체’를 이용한 유연하고 투명한 태양전지를 개발했다.

투명하고 유연한 고분자 소재에 원통 모양의 실리콘 막대가 박혀 있는 이 태양전지는 실리콘 막대가 없는 고분자 소재 사이로 가시광선이 통과해 우리 눈에는 투명하게 보이며, 실리콘 막대에서 반사되는 태양광을 조절하게 설계해 효율을 높였다.

연구팀이 제안한 실리콘 마이크로와이어 복합체 개발기술은 투명 태양전지를 제작하기 위한 중요한 요소기술이다. 실리콘 웨이퍼 위에 노광공정을 통해 금속패턴을 형성했고, 이를 에칭 마스크로 이용해 건식식각을 진행했다. 그 결과, 정렬된 실리콘 마이크로 와이어가 제작됐고, 이를 투명한 유기체 기판에 내장시킨 후 모(母) 기판으로부터 분리해 실리콘 마이크로 와이어 복합체를 얻었다.

▲ 실리콘 마이크로와이어 복합체의 주사전자현미경 이미지. a) 실리콘 마이크로와이어가 유연한 고분자기판에 내장 되어 있음(scale bar: 50 μm), b) 실리콘 마이크로와이어 복합체의 신축성, 50 % 이상으로 복합체를 인장해도 구조적 변화가 없음(scale bar: 1 cm)

마이크로 와이어 사이의 간격이 빛을 투과하는 역할을 하면서 중성색 투명은 얻을 수 있었지만, 근본적으로 투명 태양전지에서 투과도와 에너지 변환 효율은 트레이드 오프(모순) 관계를 가지기 때문에, 높은 투과도에서 고성능을 얻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연구팀은 유한차분시간영역법을 이용해 실리콘 마이크로 와이어의 광흡수 메커니즘을 규명했으며, 빛-물질 상호작용을 최대화할 수 있는 구조인 뾰족한 형태의 실리콘 마이크로 와이어를 설계하고 도입했다. 그에 따라 상부에서 반사된 빛이 바로 옆의 막대에서 재흡수되는 것을 관찰했다.

여기서 유한차분시간영역법이란 수치전자계 해석 방법 중 하나로서, 맥스웰(Maxwell)의 기본 전자방정식에 나타나는 공간 및 시간에 관한 미분항을 차분항으로 바꿔서 계산하는 방식으로 다양한 물리적 현상에 대한 예측 및 원리를 계산하는 데 사용된다.

▲ 유한차분시간영역법을 통한 실리콘 마이크로와이어 형상 설계. a) 일반적인 건식 식각으로 제작된 실리콘 마이크로와이어 내부의 전자기파 분포, b) 형상이 제어된 실리콘 마이크로 와이어의 내부의 전자기파 분, c) 시간에 따라 흡수된 전자기에너지의 정도

이 같은 이론적 결과를 적용해 제작한 형상이 제어된 실리콘 마이크로와이어 복합체는 투과도가 유지되면서 광흡수가 향상되는 결과를 보였으며, 이를 이용해 제작한 투명 태양전지는 비슷한 투명도 기준으로 다른 소재 기반의 중성색 투명 태양전지보다 뛰어난 성능을 보이는 것을 확인했다.

연구팀이 개발한 투명 태양전지는 간격이 제어된 마이크로와이어가 투명하고 견고한 유기체에 내장된 구조로, 아주 얇은 두께 30㎛의 마이크로와이어 복합체에 상부에 p형 폴리머, 하부 투명전극으로 이뤄져 있다. 이러한 얇고 자가독립적인 형태는 구부러짐 상태에서 가해지는 굴곡 변형을 최소화할 수 있어 유연 태양전지로 이용될 수 있다.

제작된 투명 태양전지를 굽힘반경 6㎜로 구부린 상태에서 성능을 측정해도, 굴곡변형이 가해지지 않은 상태의 초기 효율에 비교해 95% 이상 유지됐으며, 수십 번의 굽힘 시험 이후에도 초기 효율이 유지됐다.

▲ 실리콘 마이크로와이어 복합체의 투명도. a) 투명도가 제어된 실리콘 마이크로와이어 복합체, b) 여러 투명 태양전지에서 투과된 빛의 색 좌표. 이번 연구에서 제안된 투명 태양전지의 경우 투과된 빛이 정 중앙에 위치해 중성색 투명함을 알 수 있음

강성범 UNIST 신소재공학과 석·박통합과정 연구원은 “이론적인 광흡수 메커니즘을 분석한 결과를 고성능 투명 태양전지 개발에 적용한 새로운 시도”라며 “한 번 반사된 빛을 재활용하는 구조는 태양전지 전체의 효율을 높였다”고 설명했다.

최경진 교수는 “기존의 투명 태양전지들은 딱딱한 유리기판 위에 제작돼 응용범위가 제한적이었다”며 “이번에 개발한 태양전지는 수십 번의 굽힘 시험을 해도 95% 이상 초기 효율을 유지해 건물이나 차량 유리는 물론, 휴대용 전자장치 등에 다양하게 적용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잠재적으로 건물, 차량 또는 휴대용 전자장치에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는 장점 등으로 주목받는 투명 태양전지는 기존에 보고된 착색 투명 및 소자의 비유연성 등 투명 태양전지들의 단점으로 인해 실제적으로는 매우 제한적으로 응용되고 있었다.

▲ 투명태양전지의 투명도를 조절한 사진

실리콘 마이크로와이어 복합체 기반 투명 태양전지는 기존의 착색 투명 및 비유연성 등 단점을 개선해 중성색 투명하고 유연한 특성을 보여줌으로써 투명 태양전지의 실질적 활용 가능성을 새롭게 제시했다.

이번 연구에서 개발한 실리콘 마이크로와이어 복합체는 투명 태양전지뿐만 아니라 신축성 있는 태양전지로도 확장 가능해 기존 태양전지의 한계점을 넘어설 새로운 플랫폼 기술이다. 또한, 이번 연구에서 규명된 실리콘 마이크로와이어의 광흡수 메커니즘은 고성능의 투명 태양전지 및 실리콘 기반의 광소자 개발에 시금석으로 이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중견연구자지원사업의 지원을 통해 이뤄졌으며, 연구 결과는 Nature publishing group에서 발행되는 광학분야 국제학술지 ‘Light : Science & Applications’ 12월 12일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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