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신문] 소금물 내부에 부분적으로 발생하는 농도차이를 이용해 용액 속 미세입자를 움직이는 기술이 나왔다. 외부 동력 없이도 작동하고 조작법도 간단해 저개발국가에서 오염수 현장분석 등 환경 모니터링에 도움을 줄 전망이다.

UNIST 기계항공 및 원자력공학부 김태성 교수팀은 소금물과 같은 ‘전해질 용액’을 이용해, 용액 내부의 미세입자의 움직임을 조절하는 소형장치를 개발했다.

이 장치는 다양한 크기의 미세입자가 뒤섞인 세포에서 특정 성분만 골라내 분석하거나, 오염수 성분을 파악할 때, 반도체에 쓰이는 양자점(Quantum dot) 재료를 합성해 똑같은 크기만 선별하는 상황 등에 손쉽게 적용할 수 있다. 순수하게 전해질 이온 농도 차이에서 비롯된 힘으로 작동하는 장점이 있다.

나노미터(㎚)에서 마이크로미터(㎛)에 이르는 다양한 크기의 미세입자를 제어하는 기술의 활용범위가 늘고 있다. 이에 따라 미세입자를 자유자재로 다루는 기술도 많아졌는데, 지금까지는 주로 고압의 환경이나 전자장치 같은 외부장치가 필요해 현장에서 직접 적용하기는 힘들었다.

연구팀은 전해질 이온의 농도차로 인해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힘을 조절해 전하를 띤 미세입자의 움직임을 제어하는 ‘확산영동(diffusiophoresis) 기술’을 미세유체 장치에서 구현했다. 확산영동 기술에서 미세입자는 ‘삼투압’과 ‘전기장’에 의한 힘을 받는다.

삼투압은 항상 용액내 미세입자를 이온의 농도가 낮은 곳에서 높은 곳으로 이동시키지만, 전기장에 의한 미세입자 이동방향은 사용하는 전해질의 종류에 따라 바뀐다.

예를 들어 소금의 경우 음이온의 확산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이온농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곳이 음극, 농도가 높은 곳은 양극이 돼, 음전하를 띠는 미세입자는 이온 온도가 높은 곳(양극)으로 이동한다. 반면 양이온의 확산 속도가 빠른 전해질을 사용할 경우 전기장의 방향이 반대가 돼, 미세입자가 이온 농도가 낮은 곳에서 높은 곳(음극)으로 이동하려는 힘이 생긴다.

연구팀은 이온만 통과할 수 있는 직경을 갖는 ‘나노채널’을 이용해 전해질 이온 농도 차이에 의해 만들어지는 이 두 가지 힘을 효과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미세유체장치를 개발했다.

미세유체장치 내에서 미세입자에 작용하는 삼투압과 전기장에 의한 힘의 방향이 같으면 입자가 농축되고, 두 힘이 반대방향이면 전기력에 의해 농축된 미세입자가 추출된다.

이 미세유체장치를 이용해 소금물 내부의 1마이크로미터 크기의 음전하를 띠는 미세입자를 1시간 동안 300배 농도로 농축하는데 성공했다. 또 전해질 종류를 바꿔 전기장 방향을 반대로 돌리자 농축된 미세입자를 10분 내로 추출할 수 있었다.

김태성 교수는 “전해질 이온을 미세하게 조절해 미세입자의 움직임을 제어하는 확산영동을 실험적으로 입증한 결과라는 점에서 학문적으로 의미가 크다”며 “이 장치는 제작과 작동이 간편하고 외부 동력도 필요 없어 가혹한 환경이나 개발도상국 현장에서 직접 환경상태를 진단하는 일 등에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기계신문, 기계산업 뉴스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