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에너지밀도 이차전지 양극소재 개발

[기계신문] 한 번 충전으로 서울과 부산을 왕복할 수 있는 전기차는 언제쯤 나올까? 차세대 자동차, 전기차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는 가운데 주행가능거리를 향상시키기 위한 대용량 리튬이온배터리 배터리 개발연구가 활발하다.

리튬이온배터리는 리튬산화물로 된 양극에서 나온 리튬이온이 양극과 음극을 오가면서 전기를 만든다. 배터리 용량 향상을 위해서는 리튬이온이 많이 나오는 양극소재가 필요하며, 배터리 수명 향상을 위해서는 충,방전에도 구조변화가 적은 음극소재가 필요하다.

서울대학교 재료공학부 강기석 교수 연구팀이 에너지 밀도가 높은 리튬 과잉 양극소재에서 나타나는 전압강하와 수명저하의 원인을 찾아내고, 이를 보완할 양극소재를 개발했다.

리튬 과잉 양극소재는 리튬이 과량으로 함유된 차세대 양극 소재로서, 산소층을 사이에 두고 전이금속층과 리튬층이 번갈아 나타나는 구조로 전이금속층에도 리튬이 함유되어 있어, 가용 리튬의 양이 많아 높은 에너지밀도를 구현할 수 있다.

▲ (a) 기존 O3 형태의 산소층 배열을 가진 재료에서는 충전 시 전이금속이 리튬층 내에서 움직일 수 있다. 이는 충방전 시 재료 구조변화의 가역성을 크게 저해하고, 전압 강하, 히스터리시스 등의 성능 저하로 이어진다. (b) 산소층의 배열을 O2 형태로 바꿈으로써, 특정 리튬자리를 불안정하게 만들 수 있었다. 이를 통해 리튬층 내 전이금속의 이동을 억제하고, 충방전 시 재료 구조변화의 가역성을 비약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었다.

비싼 코발트 사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하이-니켈 소재가 차세대 양극소재로 주목받고 있지만 에너지 밀도가 높은 리튬 과잉 소재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배터리 용량 향상에 한계가 있다.

하이-니켈(NCM)은 니켈(Ni), 코발트(Co), 망간(Mn)이 포함된 층상구조의 기존 양극재에서 니켈 함량이 높은 소재로서, 일반적으로 니켈의 함량이 높아질수록 높은 에너지밀도를 보인다.

국내 이차전지 기업과 일본 기업들이 세계적인 기술적 우위를 보이고 있는 하이-니켈 소재는 향후 용량증가에 한계가 뚜렷이 나타나고 있는 상황이며, 중국 등 추격 기업들에 대한 지속적인 기술적 우위를 점유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리튬이 과량으로 함유된 층상 구조가 새로운 대안으로 각광받고 있다. 리튬 과잉의 양극재는 기존 양극재와 달리 전이금속뿐 아니라 산소 음이온의 전기화학 특성 발현이 가능해지는 것이 최근 밝혀지면서, 하이-니켈 소재를 능가하는 높은 에너지밀도가 가능한 새로운 돌파구 소재이다.

이에 연구팀은 니켈 함량을 높이는 대신 산소층을 사이에 두고 리튬이 함유된 전이금속층과 리튬층을 번갈아 적층하는 방식의 리튬 과잉 양극소재를 개선하는 연구에 주력했다.

연구팀은 충전과정에서 전이금속 이온이 리튬층 내 원래 자리를 이탈하고 복귀하지 않아 소재의 구조 붕괴를 야기, 결국 전압강하와 수명저하로 이어지는 것을 알아냈다. 또, 산소층 배열을 조절하면 전이금속의 이동을 억제할 뿐만 아니라 이동한 전이금속을 제자리로 복귀시킬 수 있음을 알아냈다.

실제 산소층을 3회 이상씩 적층한 기존 형태(O3)에서 2회 이상씩 적층한 형태(O2)의 구조로 재배열한 양극신소재를 적용한 결과, 반복된 충·방전에도 초기의 재료구조가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것을 확인했다.

▲ (a) 산소층 배열을 바꾼 신소재는, 40 사이클 동안 0.05 V이내의 굉장히 작은 전압 강하를 보였다. (b) 전기화학적 성능 향상이 구조변화의 가역성에서 기인한다는 것을 STEM 관찰을 통해 직접적으로 증명하였다. (c) 방전 시 전이금속의 빠른 복귀가 전압 히스터리시스를 감소시킨다는 것을 mRIXS라는 고도화된 분석장비를 통하여 확인하였다.

이로 인해 전압강하의 범위도 기존 0.15V 이상에서 0.05V 이내로 3배 이상 완화시켰다. 40 사이클의 충·방전 이후에도 98.7%에 달하는 우수한 전압 안정성을 확인했다.

하이-니켈 소재를 뛰어넘는 차세대 리튬이온전극 소재의 개발이 시급한 가운데 산소 음이온의 전기화학적 활성에 기반한 고에너지밀도 양극소재는 중요한 대안이며, 이에 대한 연구가 전 세계적으로 치열한 경쟁을 통해 행해지고 있다. 이러한 새로운 개념의 고에너지밀도 양극소재의 가장 큰 기술적 난제를 해결한 것은 큰 의미와 파급을 갖는다.

강기석 교수는 “이번에 개발한 신소재는 산소 음이온의 전기화학적 활성이 차세대 리튬 과량 양극재에서 가용 가능한 전략임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라며 “또한, 비슷한 산소음이온 활성 기반 소재의 개발에 있어 전이금속 이동 제어가 소재 안정화와 고에너지 밀도화에 있어 나아가야 할 새로운 연구 방향임을 제시했다는 데 큰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과학기술정보통신부·한국연구재단이 추진하는 미래소재디스커버리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된 이번 연구 성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머티리얼즈(Nature Materials)’에 1월 21일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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