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신문] 지난해 우리나라 수출은 10.3% 감소하면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대의 감소폭을 기록하였고, 세계교역 증가율도 2018년 3.7%에서 2019년 1.0%로 급격히 둔화되었다.

수출 감소는 반도체 단가하락으로 인해 전체 수출 감소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였으며, 최대 수출국인 대중국 수출도 미·중 분쟁과 중국경제의 성장 둔화로 큰 폭으로 감소했다.

▲ 우리나라 최근 수출 동향(%)

지난해 6월 이후 두 자릿수 감소세를 보였던 수출이 12월 들어 한 자릿수로 감소 폭이 축소되면서 2020년 수출 회복 가능성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산업연구원(KIET)이 최근 발표한 ‘최근 수출여건 개선과 회복 가능성 점검’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미·중 무역협상 1단계 합의, 중국 주요 경제지표의 호전 추세와 함께 반도체 단가 회복세가 뚜렷해지면서 우리 수출이 증가세로 회복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 1월 15일 미국과 중국이 무역협상의 1단계(Phase One) 합의에 서명하면서 지난 2년여 간 세계 경제를 긴장하게 했던 미·중 무역분쟁으로 인한 불확실성이 일부 해소되었다.

1단계 합의의 주요 내용은 중국이 향후 미국의 농산물을 포함한 2,000억 달러어치 상당의 수입을 확대하고, 이에 대응해 양측이 예고했던 추가 관세 부과 철회와 기존에 부과한 추가관세 중 일부 품목에 대한 관세율을 낮추는 것이 골자이다.

미·중 무역협상의 1단계 합의는 우선 글로벌 경제의 가장 큰 불확실성이 완화되었다는 점에서 세계 경제뿐만 아니라 우리 수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이러한 불확실성의 해소는 선진권과 중국을 중심으로 그동안 미뤄왔던 투자를 재개할 유인으로 작용하여 우리 수출의 중간재 및 자본재 수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글로벌 IT기업들의 데이터센터 증설 등 ICT 관련 투자가 증가한다면 최근 회복 기미를 보이는 반도체 단가 회복을 가속화시켜 우리 수출 증가에 상당히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미·중 무역 합의 주요 내용인 중국의 대미 수입증가 약속과 관세 철회로 중국 시장에서 미국 제품에 유리한 수출환경이 조성됨으로써 일부 품목에서 미국 제품과의 경쟁이 높아질 가능성도 상존해 있다.

2019년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6.1%로 주요 기관이 전망치에 부합하였으며, 최근 중국의 주요 경기지표가 상승세로 돌아서고 있어 중국경제의 성장 둔화 추세가 진정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올해 1월 20일 새로 발표된 IMF의 세계 경제전망에서도 미·중 무역 합의에 대한 기대감으로, 2020년 중국 경제의 성장률 전망을 이전의 5.8%에서 6.0%로 0.2%p 상향 조정했다.

중국의 대한국 수입도 2019년 12월 들어 전년 동기대비 5.4% 증가했으며, 이는 2018년 10월 이후 처음으로 증가세로 전환한 것이다.

중국의 최근 경제지표 호전은 산업 전반의 구조조정 압력과 높은 민간 부채비율 등 내부의 위험요인에도 불구하고, 감세 및 적극적인 재정지출과 저금리에 기반한 확장적 통화정책으로 경기를 부양한 효과라 할 수 있다.

▲ 중국의 대세계 수출입 및 대한국 수입 성장률 *자료: CEIC

미·중 무역분쟁의 해소와 함께 우리의 최대 수출시장인 중국 경제의 성장률 둔화가 완화된다면 우리 수출에도 긍정적인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된다.

중국의 산업생산 지표의 개선과 함께 대규모 인프라 투자는 우리의 주력 수출품인 반도체 등 첨단 전자제품뿐 아니라 일반기계와 건설장비 등 그동안 부진했던 품목의 회복 가능성을 제고할 수 있는 기회다.

작년말 이후 반도체 가격의 하락세가 진정되거나 일부 품목의 상승 전환이 이루어지면서 2020년 반도체 가격의 회복 기대감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지난 12월 31일 시장조사기관 D램 익스체인지에 따르면, PC용 D램(DDR4 8Gb 기준) 평균 고정거래가격은 3개월 연속 2.81달러를 기록했다. 반면, D램 현물가는 11월 중순 이후 10% 가까이 상승하였으며, 낸드플래시 가격도 작년 하반기 이후 완만하지만 상승세로 전환됐다.

▲ 반도체 가격 지수 추이 *자료 : DramExChange

IHS Markit, WSTS, IC Insight 등 주요 글로벌 시장조사기관들은 글로벌 반도체 시장 규모가 지난해의 10~15% 감소에서 올해에는 5~10% 증가로 전환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반도체가 우리나라 수출의 20%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반도체 수요 증가에 따른 반도체 가격의 상승은 우리나라 수출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추가로 조선의 경우도 2016년 이후 수준한 고가의 LNG 운반선과 컨테이너선 등이 본격적으로 인도되면서 올해 수출 회복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수출을 부진하게 했던 여건이 개선될 조짐을 보임에도 여전히 주요 품목의 글로벌 경쟁 심화와 해외생산 확대 그리고 공급확대로 인한 국제유가 하락 등의 요인으로 수출회복세가 제한적인 상황이다.

글로벌 불확실성 완화와 반도체 단가 회복 등 수출에 긍정적인 신호가 나타나는 가운데 수출 회복세에 탄력을 더하기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

산업연구원 신현수 연구위원은 “미·중간 통상현안의 갈등 요소가 여전히 남아 있고, 일본의 수출규제, 브렉시트 등 글로벌 불확실성 요인들에 대한 상시적인 대응체계를 유지하고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한편, 지난해 전방위적으로 펼쳤던 수출 활력 제고 정책의 성과를 점검하고 지속적으로 지원이 필요한 부분과 수출 기업들의 정책적 수요를 반영한 추가적인 지원 정책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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