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기 중 이산화탄소를 흡수해 전기를 저장하는 ‘리튬-이산화탄소 전지’의 수명과 성능을 개선한 기술이 나왔다. (좌측부터) UNIST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 곽상규 교수, 김진철 연구원, 전우철 연구원

[기계신문] UNIST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 강석주·곽상규·안광진 교수 공동 연구팀이 공기 중 이산화탄소를 흡수해 전기를 저장하는 ‘리튬-이산화탄소 전지(Lithium-carbon dioxide Battery)’의 전해질을 기존과 달리해 수명과 성능을 크게 개선시켰다.

전해질로는 용융염(molten salt)을 쓰고, 추가적으로 루테늄(Ru) 촉매를 도입해 공장 굴뚝과 같이 뜨겁고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은 환경에서 효과적으로 이산화탄소를 잡아낼 수 있다. 지구 온난화 주범인 이산화탄소를 포집하는 친환경 고효율 배터리로 상용화 가능성을 높인 것이다.

▲ 일반 전해질을 사용했을 경우 대비 질산염과 루테늄 촉매를 사용했을 경우 전력밀도가 13배 정도 향상됐다. 그래프의 왼쪽에 표시된 값으로 각각 회색, 파란색, 주황색 선으로 표시돼 있다. 또 동일 전류에서 방전 과전압이 감소함을 확인할 수 있다. 그래프의 오른쪽에 표시된 값으로 검정색 선으로 표시돼 있다.

리튬-이산화탄소 전지는 리튬(Li)을 음극재로, 이산화탄소(CO₂)를 양극재로 사용하는 이차전지다. 리튬 이온이 전해질을 통해 음극재와 양극재 사이를 오가면서 전지의 충전과 방전이 일어난다. 특히 전지에 전류가 흐르면서 전기를 사용하는 방전 때, 이산화탄소를 사용하는 반응이 일어나기 때문에 공기 중에 있는 이산화탄소를 포집할 수 있다.

하지만 전지의 작동 과정에서 탄산리튬(Li₂CO₃)이 생기고, 부반응으로 인해 과전압이 높아지기 때문에 전지의 수명과 성능이 떨어지는 문제가 있다. 과전압은 전극에 가해지는 이론값 이상의 전압에 의해 발생하며, 전극에 과부하를 주어 전지의 수명을 줄인다.

또 과전압은 전지가 작동하는 전류밀도를 제한해 이산화탄소를 잡아들이는 효율을 떨어뜨린다. 이산화탄소를 포집하는 반응은 방전 시에 일어나기 때문에 이산화탄소를 잡는 효율을 높이려면 높은 전류밀도에서 전지가 작동해야 한다.

▲ A) 줄 가열을 이용해 탄소 환원 전극에 루테늄 나노 입자를 첨가하는 합성과정 모식도. B) 150°C의 구동 온도에서 비용량에 따른 루테늄 나노 입자가 첨가된 리튬-이산화탄소 전지의 충전·방전 시 전압 변화. C) 루테늄 나노 입자가 첨가된 전지의 전류밀도에 따른 전력밀도(주황색 선) 및 전압(검정색 선) 변화. D) 기존 리튬-이산화탄소 전지 전력밀도(회색 막대)와 개발 리튬-이산화탄소 전지 전력밀도를 비교한 그래프

이를 해결하기 위해 공동 연구팀은 기존 전해질 대신 질산염으로 구성된 고체를 전해질로 사용하고, 양극 표면에 루테늄 나노 입자를 촉매로 붙였다. 고체질산염은 100°C 이상 고온에서 녹아 전해질로 작용하며 충·방전 시 반응에서 부반응 줄여, 과전압을 낮출 수 있다.

루테늄 촉매 또한 추가로 과전압을 낮추고, 전류밀도가 높은 상태에서도 전지가 작동하도록 도왔다. 그 결과 단위 부피당 출력을 나타내는 ‘전력밀도(power density)’도 기존 전해질에 비해 13배나 향상됐다.

곽상규 교수는 “배터리가 전기를 쓰는 방전 시에는 루테늄 촉매가 불안정한 이산화탄소 음이온의 전자를 공유함으로써 반응에 필요한 에너지 장벽인 과전압이 낮아지고 전류밀도와 전력밀도가 향상됐다”고 반응 원리를 설명했다.

▲ A) 100°C에서 이산화탄소와 질산염 이온이 형성되는 탄산리튬 분해 반응 메커니즘에 대해 각 과정의 상대적인 에너지를 보여주는 그래프. B) 150°C에서 발생할 수 있는 3가지 탄산리튬 분해 반응 메커니즘에 대해 각 과정의 상대적인 에너지를 보여주는 그래프. C) 3가지 분해 메커니즘에서 각각 어떠한 경로를 통해 탄산리튬이 분해되는지 보여주는 시뮬레이션 결과

강석주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고전류 밀도에서 구동 가능한 리튬-이산화탄소 전지가 최초로 개발됐다”며 “전지의 전력밀도가 대폭 증가해, 고성능 차세대 충전지 시스템과 이산화탄소 포집 장치로서 리튬-이산화탄소 전지를 상용화하는 일에도 한 걸음 더 다가섰다”고 강조했다.

기존의 리튬-이산화탄소 전지는 전해질에 잘 녹지 않고 부반응이 일어나서 부산물이 전극에 축적됐기 때문에 낮은 전류 밀도에서 구동됐다. 반면 연구팀이 새롭게 개발된 리튬-이산화탄소 전지는 용융염 전해질을 사용함으로써 고전류 밀도에서 구동될 수 있다.

또 용융염과 루테늄 촉매의 시너지 효과를 통해 오랜 시간 동안 구동이 가능하고 전력 밀도가 기존 대비 10배 이상 증가됐다. 따라서 궁극적으로 고에너지 충전지 시스템과 고효율 이산화탄소 포집 장치의 상용화에 크게 기여할 수 있고, 최근 주목받고 있는 화성 탐사의 전력원으로의 활용 가능성 또한 기대된다.

한편, 이번 연구는 산업통상자원부·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의 에너지인력양성사업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한국연구재단의 C1 가스리파이너리 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되었으며,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1월 23일자로 공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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