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신문] 종잇장처럼 얇은 단위 물질을 수직으로 세운 뒤, 이를 2차원 구조처럼 이어나간 구조체가 개발됐다. 기체를 빠르게 흡착할 수 있어, 수소나 메탄 같은 기체 연료를 저장하거나 위험한 가스를 제거하는 데 응용될 전망이다.

UNIST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 백종범 교수팀이 ‘수직으로 선 2차원 적층 구조(Vertical 2D layered structure)’를 구현해 우수한 기체 저장 능력과 위험물질 흡착 성능을 갖는 물질을 개발했다.

원자 하나 두께로 얇은 층상 물질을 수직으로 세운 뒤 이를 쌓아올려, 층간 결합력은 줄이고 기체가 달라붙을 수 있는 표면적은 넓혔다.

▲ (왼쪽부터) 백종범 교수, 노혁준 연구원, 자비드 마흐무드(Javeed Mahmood) 연구교수

그래핀(graphene)을 발견한 이후로 새로운 2차원 구조를 찾고 합성하는 연구가 각광 받고 있다. 그래핀을 포함한 대부분 2차원 구조는 층과 층 사이의 당기는 힘이 강해 층 사이의 간격이 매우 좁은 채로 쌓인다.

이렇게 간격이 좁으면 층 사이의 표면은 노출되지 않으므로 적절하게 활용하기 어렵다. 따라서 기체나 화학 물질의 흡착제로 기존 2차원 물질을 응용하는 데 제한이 있었다.

2차원 물질의 이런 단점을 보완하는 흡착제로 3차원 구조를 설계하고 실현하는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3차원 물질의 경우 2차원 물질보다 다양성이 낮고 구조분석에 어려움이 있어 대체물질을 향한 연구가 필요한 상황이다.

백종범 교수 연구팀은 하나의 단위가 되는 고리 모양의 분자, 즉 단위체를 쌓을 때 이를 수직으로 세운 뒤 쌓는 방식을 이용해 문제를 해결했다. 고리 모양이 서로 마주 볼 경우에는 층간 결합력이 크지만, 수직으로 쌓으면 결합력이 느슨해지는 원리를 이용했다.

▲ 신개념의 2차원 구조(V2D-BBL structure) 합성 모식도와 적층 구조 비교

층 사이의 결합력이 약해지면 적층(layered) 구조를 만들었을 때 노출되는 표면적이 더 넓다. 게다가 구조가 매우 안정적이어서 600℃의 고온도 잘 견딘다.

노혁준 UNIST 에너지공학과 석·박사통합과정 연구원은 “구조물의 모든 부분을 고리 모양으로 만들어 기존 2차원 유기 다공성 구조체보다 화학적·열적 안정성을 높였다”며 “각종 고온 공정에서도 사용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추가실험을 통해 새로운 물질이 기체 저장에 우수한 성능을 보이는 것을 확인했다. 이 물질은 방사능 물질인 아이오딘(I₂, 요오드) 기체도 빠르게 흡착해 제거했다.

▲ V2D-BBL structure의 아이오딘(I₂) 증기 흡착 능력 및 재활용성 평가 (좌측) 대조군(검은색, PIN)에 비해 기체 저장 성능이 우수함. 또 흡착된 기체에 장비를 통해 자극(sonication)을 가해주면 빠른 속도로 기체를 탈착함( 왼쪽 그래프 하단 색상변화). (우측) 여러 번 재활용해도 동일한 성능 유지

아이오딘 기체는 흡착이 어려운 물질로 알려져 있다. 연구팀이 개발한 적층 물질이 아이오딘을 흡착하는 속도는 현재까지 개발된 유기 다공성 물질 중 가장 빨랐다.

백종범 교수는 “탄소 기반 2차원 물질인 그래핀의 발견 이후 2차원 물질을 활용하려는 시도는 꾸준히 늘고 있다”며 “새로운 개념을 도입해 2차원 구조가 본래 가진 한계점을 극복하고 세계 최초로 세로로 서있는 2차원 구조를 구현해냈다”고 언급했다.

▲ V2D-BBL structure의 기체 연료저장 성능 (a) 수소(H2), 이산화탄소(CO2), 메탄(CH4)의 저장 성능 (b) 고압에서 기체 저장 성능 (c) 대조군(PIN, 붉은색)과 비교 했을 때 비표면적(첫 번째 막대그래프 세로축)과 기체(수소, 이산화탄소, 메탄) 저장 성능

이번 연구를 통해 기존에 없던 방향화 반응으로 새로운 개념의 2차원 구조를 실현했으며, 이는 앞으로 관련 연구 분야를 선도할 것으로 기대된다. 강한 층 사이의 상호작용으로 층 사이의 표면적을 활용할 수 없었던 기존 2차원 구조의 한계점을 해결한 데 연구 의미가 있다.

이번에 개발한 ‘수직으로 선 2차원 구조’를 기반으로 한 흡착제를 개발할 가능성이 크고, 실제 기체 저장 물질로서의 응용도 기대된다.

한편,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리더연구자지원사업(창의연구)과 BK21 플러스사업, 우수과학연구센터(SRC)의 지원으로 수행된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4월 24일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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