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소비 획기적으로 낮춰

▲ KIST 스핀융합연구단 이기영 박사팀이 개발한 초저전력 차세대 자성메모리 반도체 소자 사진. 이번 자성메모리 소자 기술은 연료전지의 전해질로 사용되는 물질(YSZ)를 활용하여 수소이온을 주입, 높은 전력 효율을 유지하면서 스핀의 방향전환 속도를 기존 대비 100배 향상된 소자 기술이다.

[기계신문]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차세대반도체연구소 스핀융합연구단 이기영 박사팀이 에너지소재연구단 손지원 단장 연구팀과의 협업을 통해 기존 자성메모리에서 사용되지 않던 새로운 물질인 YSZ(이트리아 안정화 지르코니아·yttria-stabilized zirconia)을 활용해 수소이온을 주입한 초저전력 고속 자성메모리 소자 기술을 개발했다.

휴대용 단말기,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 같은 IT 기술의 발전은 끊임없이 데이터를 만들어내고 있으며, 이러한 막대한 양의 데이터를 저장하기 위한 메모리 소자의 수요 또한 매년 급증하고 있다.

매 순간 생성되는 빅데이터는 주요 포털업체에서 제공하는 데이터센터에 주로 저장되는데, 데이터센터에 소모되는 전력 수요는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데이터센터에 의한 전력 소모는 전 세계적으로 연평균 성장률 16.7%를 보이며, 향후 10년 이내에 IT기기의 전력소모가 중요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될 것으로 예상된다.

메모리 소자의 전력 소모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다른 구동 원리로 동작하는 차세대 비휘발성 메모리 소자의 개발이 필요하다.

▲ 자성메모리 개념 모식도 및 전기장 자기이방성 제어 원리. 자성메모리는 기본적으로 자유층과 고정층 두 개의 자성층의 자화 방향에 따라 저항이 달라지는 것을 이용하여 구동된다. 이때 자유층의 자화 방향을 스위칭시키는 데 필요한 에너지는 자기이방성 에너지에 비례하고 전기장을 통해서 자기이방성을 조절하게 되면 스위칭에 사용되는 에너지를 낮추는 것이 가능해진다.

이러한 차세대 메모리 소자의 후보군 중에 STT-MRAM으로 대변되는 스핀 메모리는 자성 특유의 비휘발성, 빠른 동작 속도 및 우수한 내구성으로 인해 기존 실리콘 기반의 차세대 메모리(PCRAM, RRAM)와 비교해 우수한 소자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스핀 메모리는 자화 상태의 반전을 통해 정보를 저장 또는 삭제하는데 자화 반전에 여전히 높은 수준의 에너지가 필요하므로 더 높은 에너지 효율을 가지는 스핀 메모리 개발이 요구된다.

연구팀은 가역적인 수소이온 주입/제거를 이용하여 전압인가를 통해 자화층의 자기이방성을 획기적으로 변화시키는 기술을 개발하였다.

수소저장특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Pt나 Pd과 같은 중금속을 이용하여 수소이온에 의한 자기이방성이 조절 가능성은 알려져 있으나, 수소이온 이동특성이 탁월한 연료전지용 수소분리막 소재와 이 소재에 적합한 자성소재를 발굴하여 새로운 구조와 물질에서 빠른 속도, 고효율의 자기이방성 제어기술을 개발하였다.

구체적으로 크고 개방된 결정구조를 가진 이온 전도도가 우수한 Gadolinium doped ceria(GDC), Barium cerium yttrium zirconate(BZCY), Yttria stabilized zirconia(YSZ)와 같은 물질 등을 수소이온 전도층으로 사용하여 연구를 진행했다.

▲ 이번 연구에 사용된 수소이온 전도층 소재 결정 구조. 이온 전도도가 우수한 Gadolinium doped ceria(GDC), Barium cerium yttrium zirconate(BZCY), Yttria stabilized zirconia(YSZ)와 같은 물질 등을 수소이온 전도층으로 사용하여 연구를 진행했다.

이 물질들은 구조적인 특징으로 인해 연료전지 분야에서 이온 전도층으로 많은 연구가 진행된 소재들이지만, 스핀메모리 분야에서는 사용된 적이 없는 새로운 물질이다.

이러한 물질과 자성층을 이용한 이종접합구조를 형성하여 수소이온의 효율적인 이동을 통해 빠른 속도와 낮은 에너지로 자기이방성이 변화하는 소자 연구를 진행하였다.

이를 통해 수소 이온 이동의 효과를 극대화하여 높은 효율을 유지하면서 스핀의 정렬 방향 전환 속도가 기존 대비 100배 향상된 소자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이기영 박사는 “연료전지 분야에서 활용되는 재료를 자성메모리에 적용한 것은 종합연구소인 KIST의 장점을 매우 잘 활용한 융합연구성과로 볼 수 있다“면서 ”자성메모리 기술은 현재 기존 시장 구도에서도 기존 메모리를 대체하는 방식으로 상용화가 가능할 뿐만 아니라, 차세대 비휘발성 메모리 소자 중 가장 특성이 우수한 메모리로서 사업화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밝혔다.

반도체산업은 2018년 수출액이 1,000억 달러를 돌파하여 단일 품목으로는 처음으로 1,000억 달러 고지를 돌파하였으며, 1992년 최초로 수출 1위 품목으로 자리 잡은 이후 부동의 수출 1위 품목을 차지하고 있는 우리나라 핵심기반 산업이다.

그러나 과다한 경쟁으로 인한 메모리 소자의 가격하락이 이윤하락으로 연결되어 올해 영업이익률이 갑자기 20% 정도로 낮아질 정도로 구조적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스핀 메모리 소자는 현재 기존 시장 구도에서도 기존 메모리를 대체하는 방식으로 상용화가 가능할 뿐만 아니라, 차세대 비휘발성 메모리 소자 중 가장 특성이 우수한 메모리로서 사업화 가능성이 매우 크다.

따라서 이번 연구를 통해 초저전력, 고속 스위칭 스핀 메모리 기술이 개발되면 경쟁국을 압도하는 기술력으로 새로운 시장을 창출할 수 있을 것이 기대된다.

한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지원 아래 KIST 주요사업과 창의형 융합연구사업 등으로 수행된 이번 연구 결과는 나노기술 분야 국제 학술지 ‘Nano Letters’ 최신 호에 게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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